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 이호철의 교실 혁명 살아있는 교육 47
이호철 지음 / 보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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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5.5.10.

푸른책시렁 182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이호철

 보리

 1994.6.15.



  모든 하루가 살림거리이고, 집살림이건 바깥살림이건 책살림이건 글살림이건, 또는 돈살림이나 밥살림이나 옷살림이건, 모두 우리가 손수 돌아보면서 보듬는 길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는 누구보다 잘 한다고 여길 수 있고, 나는 누구보다 못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갈 뿐이라, 서로 다른 결로 모든 살림을 맞아들이지 싶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면 이 일도 제법 하고 저 일도 꽤 해낸다고 느낍니다. 마음을 덜 기울이거나 못 기울인 탓에 이 일도 엉성하고 저 일도 어줍짢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잣대도 남이 재는 틀일 뿐, 우리 스스로 엉성하거나 어수룩하거나 어지럽더라도 웃고 노래하면서 누리면 모두 빛나는 살림이라고 느껴요.


  즐겁게 짓기에 즐겁게 나누고, 즐겁게 읽기에 즐겁게 쓴다고도 봅니다. 차근차근 읽는 손길은 언제나 찬찬히 돌아보는 손빛과 눈빛으로 이어갈 테고요.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은 1994년에 처음 나옵니다. 아직 배움터마다 ‘짐(숙제)’을 매우 무겁게 씌우는 나라이던 무렵에, ‘짐’이 아니라 ‘배움놀이’로 바꾸어 보자는 뜻을 편 길잡이 한 사람 이야기가 흐릅니다. 날마다 아이들한테 뭘 맡기거나 시켜야 한다면, 억지스런 짐이 아닌 재미난 놀이를 알려줄 노릇이라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책을 1998년에 처음 만났고, 이 작은 꾸러미는 틀림없이 이 나라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겠거니 여겼습니다. 책이 처음 나오고서 서른 해가 지나는 동안 ‘매질(체벌)’은 사라지고, 어린빛(아동인권)을 헤아리는 목소리가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아동학대’라는 이름으로 ‘교사학대’가 불거질 뿐 아니라, 짐(숙제)도 ‘배움놀이’도 사라진 자리에 모둠밥(급식)과 ‘캐릭터 교과서’가 판치면서 막상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는 배움놀이뿐 아니라 배움길마저 사라지는 듯합니다.


  배움터란, 아이들을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아이 누구나 스스로 살림길을 열도록 싹을 틔우는 터전이어야 맞습니다. 배움터는 모둠밥터(급식실)가 아닌 부엌을 두고서 아이 누구나 스스로 제 몸과 마음을 살피는 밥을 지어서 먹도록 이끌어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11시부터 12시 사이에는 아이들이 ‘밥짓는 배움길’을 누려야지요. 모든 아이가 왁자지껄 밥을 지으면 힘들 수 있으니, 달날부터 쇠날까지 갈라서 다섯 모둠이 갈마들면서 ‘밥짓는 배움길’을 누리면 되고, 이동안 다른 네 모둠 아이들은 배움터 곳곳을 손수 쓸고 치우고 닦으면서 돌보는 살림길을 익힐 수 있습니다. 또는 서로 책을 소리내어 읽어 주는 배움짬을 누릴 만합니다.


  2025년에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을 되읽자니, 이제 이 책은 쓰임새를 다한 듯싶습니다. 또는 이 책을 새롭게 되살려서 ‘어린이와 푸름이가 손수 살림배움길을 걷는 하루’로 나아가도록 얼거리를 다시 짜서 엮을 수 있을 테지요. ‘재미있는 숙제’가 아닌 ‘즐거운 살림배움’을 겪고 배울 노릇인 아이어른입니다. 길잡이도 아이곁에서 함께 낮밥을 지으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를 누릴 때라야 배움터가 배움터답게 일어서리라 봅니다. 순이돌이 누구나 집살림을 맡을 줄 알 때에 이 나라가 거듭납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집일과 집살림을 익히면서 ‘왜 배우는가?’를 스스로 묻고 찾아나설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도 새로 뽑을 일이되, 나라지기에 앞서 우리 아이들부터 제대로 바라보는 어른과 길잡이로 설 수 있기를 빕니다. 


ㅍㄹㄴ


그 본래의 귀함을 잊고 사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때 부모님의 팔다리 30분쯤 주물러 드리기를 숙제로 내어 보자. (34쪽)


한 주 전에 숙제로 내어 주워 온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도록 하는 것이다. 까닭을 모르는 아이들은 투덜대기도 할 것이다. (61쪽)


노는 습관이 붙은 아이들에게 집 둘레 청소를 시킨다면 그렇게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하기 싫어하는 습관이 하루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므로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80쪽)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버릴까?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다지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108쪽)


우리의 옷에 우리의 말이 얼마만큼 씌어 있나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이 얼마나 그려져 있는지도 찾아보도록 하면 좋겠다. (152쪽)


그러나 작은 도시 가까이에 있는 논밭이기 때문에 그곳에 버린 휴지나 깡통 같은 쓰레기가 논밭을 뒤덮고 있음을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남다른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다. (226쪽)


+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이호철, 보리, 1994)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서 삶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 사람으로 살며 배워야 한다고 본다

22


재미있는 숙제거리는 아이들의 생활에서 찾는 것이 좋다

→ 재미있는 배움거리는 아이들 삶에서 찾으면 된다

→ 재미있는 익힘거리는 아이들 삶자리에서 찾는다

26


하기 싫어하는 습관이 하루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므로

→ 하기 싫어하는 버릇이 하루이틀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 하기 싫어하는 매무새가 하루이틀에 나오지 않으므로

80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 함부로 버리는 일을 돌아볼 틈을 두며

→ 함부로 버리는 삶을 곰곰이 짚으며

→ 함부로 버리는 모습을 가만히 살피며

108


우리의 옷에 우리의 말이 얼마만큼 씌어 있나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 우리 옷에 우리말이 얼마만큼 있나 찾아본다

→ 우리 옷에 적힌 우리말을 찾아본다

15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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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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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10.

까칠읽기 71


《독서의 뇌과학》

 가와시마 류타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024.11.6.



  오늘 우리는 ‘책’을 아무렇지 않게 쉽고 넉넉히 누릴 수 있다만, 온나라 숱한 책숲(도서관)이 이렇게 퍼진 지 기껏 열 해 남짓이다. 열 해 앞서만 해도 책숲이 제대로 없거나 빠듯하기 일쑤였고, 이 대목을 느낀 온나라 작은사람은 ‘작은책숲’을 마을 한켠에 열어서 온힘을 기울여 가꾸고 돌보았다. 그러니까, 우리는 ‘책’도 ‘책숲’도 제대로 누린 지 얼마 안 될 뿐 아니라, ‘책집’마저 제대로 누린 지 오래지 않다. 전두환은 1987년에 드디어 끌려내려오고, 박정희는 1979년에 드디어 숨지고, 이승만은 1960년에 드디어 떨쳐내고, 1953년에 한겨레싸움이 드디어 끝나고, 1945년에 드디어 일본이 물러가고, 1900년 언저리에 드디어 위아래틀(신분위계질서봉건국가)이 사라졌더라도, “누구나 누리는 책”이 된 지는 얼마 안 된다.


  “일하는 누구나” 책을 누린 지 얼마 안 되지만, “붓을 쥔 지식권력자”는 예부터 책을 누렸고 글을 거머쥐었다. 훈민정음은 1400년대에 태어났되 1900년에 이르기까지 아무나 배워서 쓸 수는 없었다. ‘한글’이란 이름은 1913년 무렵에야 주시경 님이 붙였고, 흙지기(농사꾼)로 살던 사람들(백성)은 글은커녕 붓이나 종이조차 만질 수 없던 나날이 길다. 이 얼거리를 읽지 않는다면, 오늘날 숱한 책이 왜 “어렵고 까다롭게 일본말씨와 중국말씨와 옮김말씨 범벅에서 안 벗어나는지” 몰라보게 마련이다. 우리는 아직 “일하는 누구나 즐기고 누릴 책”이라는 터전을 가꾼 적이 없다. “붓을 쥔 지식권력자”끼리 쏟아내던 책과 글이라는 틀부터 걷어내지 못 한 판이거든.


  《독서의 뇌과학》을 읽었다. 읽었으나 책집 책시렁에 얌전히 놓았다. 여러모로 애쓴 책인 줄 알겠지만, “일하는 누구나 책읽기”라는 길하고는 너무 멀다고 느꼈고, 한글로 옮긴 분은 ‘우리말씨’가 아닌 ‘일본말씨 + 옮김말씨’에 갇혔다. 새글을 쓰든, 이웃글을 옮기든,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읽어 줄 만한 글인지 살펴야 한다. 아이가 귀로 들으면서 바로바로 알아차릴 만하도록 글결을 안 가다듬는다면, 글쓰기도 옮기기도 아닌, “또다른 글담(문자권력)”일 뿐이다.


  왜 읽고 어떻게 읽어야 할까? 무엇을 읽고 어떻게 나누면서 이 삶을 스스로 지으면서 노래할까?


  책이 왜 책이며, 우리가 곁에 책을 두면서 스스로 어떻게 눈을 틔우고 마음을 열고 생각을 가꾸고 삶을 짓고 살림을 북돋우고 사랑을 나누는 하루를 누릴 만한가 하는 대목을 되새겨야지 싶다. 이제부터 책과 글을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헤아려야지 싶다.


  ‘사회평론’과 ‘노원문고’와 ‘윤철호’가 책담을 쌓고서 ‘대한출판문화협회’라는 이름을 내걸며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꾀하는 2025년이다. 내가 쓴 책을 펴낸 곳을 비롯해서 적잖은 펴냄터는 이미 ‘서울국제도서전 불참’을 오래도록 해왔다. ‘그들끼리 쌓은 책담’으로 여태 어떻게 길미를 챙겼는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국제도서전’을 해야 할까? 왜 굳이 나라밖에 우리 책을 팔거나 알려야 할까? 먼저 온나라 사람이 함께 나누고 사랑할 책부터 제대로 일구고 고루 알리면서 두루 읽는 길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나라밖잔치’라는 허울을 걷어내고서 ‘누구나잔치’라는 길을 짜야 하지 않을까? 돈을 조금만 더 내도 자리(부스)를 열이건 스물이건 마구 내주는 돛떼기판이라면 책잔치일 수 없다. 모든 펴냄터와 글지기가 ‘한 칸이나 두 칸’만 자리를 얻어서 고루두루 어울리는 자리여야 비로소 책잔치이다. ‘문학동네’처럼 새끼를 잔뜩 친 펴냄터는 ‘문학동네 임프린트’만으로도 “서울국제도서전을 뒤덮을” 수 있다.


  잔치란 뭔가?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나날을 기리는 돌잔치이든, 순이돌이가 새롭게 짝을 맺는 자리를 기리는 꽃잔치이든, 예순이나 일흔 나이를 기리는 예순잔치나 일흔잔치이든, 해마다 돌아오는 첫날을 기리는 첫날잔치이든, 잔치판에 ‘비싼 참가비’를 받는다고 한다면, 미친짓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여태 서울국제도서전을 ‘작은펴냄터는 얼씬조차 하기 어렵도록 비싼 자리값’을 챙겨 왔다.


  책잔치다운 책잔치라면, 이곳에 ‘온나라 골골샅샅 펴냄터와 글지기’를 ‘몸만 와주셔도 고맙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모셔야 맞다. 작고 알차게 책을 펴내는 곳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한테 비싼 자리값을 받으려 하지 말고, 이들한테 오히려 ‘모심삯’을 드리면서 ‘도움일꾼’을 붙여 주는 틀을 짜야 ‘출협답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윤철호 씨는 ‘서울국제도서전 사유화’를 노리면서 그냥그냥 돈벌기와 이름벌기와 힘벌기에 마음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책잔치라면, “큰펴냄터는 이바지삯(기부금)을 통크게 내도록 하면서 두 칸씩 주”고, “작은펴냄터는 모심삯을 출협에서 내놓아서 자리를 한 칸씩 내주”는 얼거리를 짜야 맞지 않을까? “큰펴냄터는 3억씩 이바지삯을 내고서 두 칸만 나오는 틀”로 이바지(재능기부)를 하고, “작은펴냄터는 모심삯을 받고서 조촐히 한 칸을 채우는 틀”로 어울려야, 비로소 우리 스스로 빛나는 즐겁고 아름다운 책잔치를 이룬다고 본다.


  또한 서울국제도서전 ‘자리’는 ‘제비뽑기’를 해야 한다. 돈과 뒷심에 따라서 좋거나 나쁜 자리를 아무렇게나 내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작가강연’은 이름난 이들은 그만 부르고, 갈래마다 알뜰살뜰 한길을 고이 걸어가는 사람들로만 가려서 수수하고 조촐하게 꾸려야 맞다. ‘인기작가’이든 ‘무명작가’이든 딱 스무 사람만 받아서 조용하고 조촐하게 이야기밭을 펴는 작가강연을 곳곳에 마련해 놓아야, 사람들이 고루두루 책과 사람을 만나면서 제대로 배우고 익히는 길을 누릴 만하다. 이러한 대목은 터럭만큼도 안 살피는 이 나라 책마을이기에, 그들은 글담을 나날이 더 높이 쌓으려 한다. ‘뇌과학’이 나쁠 일은 없되, 누구한테 어떻게 이바지하려는 ‘골길’인지 생각해야지 싶다. ‘골’을 왜 어떻게 쓰는 길이 스스로 눈과 마음과 몸과 손발을 틔우는 슬기롭고 어진 빛인지 헤아릴 때라야 비로소 책 한 자락이 어떤 숨결인지 누구나 스스로 알아보겠지. 우리말 ‘골’은 한자로 ‘뇌’도 가리키되, ‘고을’을 줄인 낱말이기도 하고, ‘골짜기’를 줄인 낱말이기도 하고, ‘고요·곱다’와 ‘굴’을 이루는 밑동이기도 하다.


  ‘서울국제도서전 주식회사’라는 핑계를 대면서 ‘사유화’를 하지 말고, ‘재능기부’를 하기를 빈다. 돈이 있는 그대들은 돈으로 재능기부를 하되, 자리(부스)는 둘만 받기를 빈다. 굳이 6월에 판을 벌려야 하는가? 깨끗하게 치우시라(취소하시라). 2025년은 건너뛰고서 2026년부터 제대로 잔치판을 벌이시라. 온나라 펴냄터 3000곳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그리고 온나라 글지기(작가) 1000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제대로 책잔치를 꾸릴 만한 밑틀을 아예 새롭게 처음부터 짜고서, 그대들부터 재능기부를 하고서, 작은펴냄터와 작은글지기를 모시는 신나는 어울림마당을 새해 2026년부터 여는 ‘서울국제도서전 협동조합’을 꾸릴 수 있기를 빈다. 그대들이 가야 할 길은 주식회사가 아닌,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두레(협동조합)여야 맞다.


ㅍㄹㄴ


《독서의 뇌과학》(가와시마 류타/황미숙 옮김, 현대지성, 2024)


이런 기기가 중독을 가져온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인 부작용에 대해선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 이런 살림거리에 길들기 쉬운데 다른 말썽거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 이런 세간에 목매달기 쉬운데 여러 골칫거리는 알려지지 않았다

16


독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세대에 유익한 활동이다

→ 책은 누구한테나 이바지한다

→ 책을 읽으면 누구나 빛난다

→ 책은 너나없이 북돋운다

→ 우리는 책을 읽으며 배운다

19


묵독은 눈으로 문자를 보고 그 내용을 뇌의 기억을 저장고에 일시적으로 담으면서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 눈읽기로 줄거리를 머리에 가볍게 담으면서 뜻을 헤아려 간다

→ 속읽기로 줄거리를 머리에 넌지시 담으면서 속내를 알아간다

87


필요할 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교육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한다

→ 그때그때 새길을 들여서 가르치되, 새길이 어떻게 퍼질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 그때마다 새롭게 다루고 가르치되, 새길이 어떻게 스밀지도 헤아려야 한다

227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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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명성으로 2025.4.28.달.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어. 저마다 이름이 있고, 다 다른 이름에는 모든 사람이 새롭게 살아온 이야기가 흘러. 얼핏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은 이름”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둘이나 여럿이 이름이 같아 보여도, 걸은 길과 삶은 다르단다. ‘이름’이란, 이제까지 이른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면서, 이제부터 이르려는 길을 밝히는 뜻이야. 이름을 보면서 어제·오늘·모레를 읽어. 이름을 짓고 나누면서 이제껏 일군 보람을 살펴. 서로 이름을 헤아리면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느끼고 돌아봐. 그런데 ‘이름’이 아닌 ‘이름값(명성)’을 따지는 사람이 많구나. 이름이 없는 사람이 없듯, 값이 없는 이름도 없어. 누구나 이름과 값이 다르게 있되, 높거나 낮다고 가를 수 없는데, 자꾸만 이름값(명성)으로 휘두르거나 휘말리면서 이야기를 잊는구나. 이름값을 따라가려는 사람은 가엾어. 이름값을 높이려는 사람은 불쌍해. 이름값에 매이는 사람은 스스로 갉거나 깎는구나. 이름값을 얻어서 누리거나 부리는 사람한테는 이야기가 사라지고 빛이 바래면서 숨결과 숨소리가 죽어간단다. 너는 무엇을 보니? 너는 어디로 가니? 네 이름은 무엇이니? 이름을 구슬로 느끼고 돌보렴. 네 이름을 구슬처럼 굴리면서 스스로 노래하렴. 서로 이름을 맑고 밝게 부르면서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렴. 이름값을 내세울수록 가난하단다. 이름값을 차리려 할수록 껍데기가 단단하게 늘어나고 말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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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종종걸음 2025.4.29.불.



누가 널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더라도, 네가 다치는 일은 없어. 너를 치거나 차는 이가 스스로 갉거나 할퀴는 짓이란다. 그런데 네가 “맞았어!” 하는 마음을 잇고 외치는 사이에 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앓고 무너져. 너는 빗물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서러워하니? 너는 바람을 맞거나 햇볕을 맞거나 별빛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따지거나 싫어하니? “널 때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 생각하렴. 누가 누구를 때리거나 치거나 차거나 할퀴려고 주먹·발길·막말 들을 휘두른다면, 늘 “때리려는 이가 스스로 갉아먹기”를 하면서 널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야. 네 눈길을 잡아끌어서, 네가 네 하루를 안 보거나 잊기를 바라는 속내란다. ‘그놈’을 안 따져야 하지는 않아. 다만, “아무개가 때리는구나. 또 때리네.” 하고 밝히면서 끝내면 돼. 넌 네 하루를 살아야지. 비가 오기에 “비가 오네. 오늘은 비를 맞으며 걸을까.” 하고 생각할 만해. 언제나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별이 돋아. 날마다 흐르는 날씨를 살피면서, 이날과 이때에 네가 일구려는 길을 새롭게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야. 네가 네 하루그림을 바라보기에 네 하루가 알차고 넉넉하단다. 네가 “저놈이!”나 “저 녀석이!” 하면서 저쪽을 쳐다보느라 네 삶을 자꾸 잊다가 놓치느라 종종걸음을 치기 일쑤란다. 너는 너를 사랑하는 길을 그려서 펴기에 스스로 하늘빛으로 품어서 풀어. 너는 너를 생각하는 빛을 바라보기에 종종걸음 아닌 제걸음이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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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TO YOU 님에게 (2024.9.29.)

― 부산 〈국제서적〉



  해거름에 보수동을 찾아갑니다. 어제 살까 말까 망설이던 책이 있어서 ‘한동안 굶으면서 책을 읽으면 되지’ 하고 여기면서 장만합니다. 이제 저녁자리로 옮기는 길인데 〈국제서적〉 앞에서 서성이다가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겉을 ‘TO YOU 님에게 초컬릿’으로 싼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가 보이는군요. 1982년에 나온 달콤이 겉종이로 쌌으니, 이무렵에 작은책을 아낀 손길입니다.


  저는 1982년에 어린배움터에 들어갔습니다. 이즈음은 종이가 드물고 비쌌어요. 배움터 앞 글붓집에서는 똥종이도 ‘한 자락’씩 팔았습니다. 새하얀 그림종이는 ‘8절지 하나에 20원’이었고, 똥종이는 ‘하나에 5원’이었는데, 쉰이나 온 자락쯤 사면 2원으로 에누리해 주었습니다. 이해에 어린이 버스삯은 60원이고, 어른 버스삯은 110원입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종이가 없던 때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요사이는 종이뿐 아니라 책을 매우 쉽게 버립니다. 안 읽히거나 안 팔려서 버리기도 하고, 잘못 찍었기에 버리기도 합니다. 지난날에는 잘못 찍힌 책이어도 ‘잘못 찍힌 데’에 종이를 덧대거나 글붓으로 고쳐써서 팔았어요. 때로는 눅은값으로 팔았습니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마쳐서 선보이는 일은 안 나쁘되, 자칫 쓰레기를 잔뜩 낳습니다. 버림받을 책이 아닌, 되살리고 되읽을 책을 헤아릴 때라고 느껴요. 많이 찍어서 많이 팔고 많이 벌어들이는 길에 책을 끼워넣지 않을 때입니다.


  어제까지 잘못이나 말썽이었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끊거나 그만두면 아름답습니다. 오늘까지 잘하거나 훌륭하더라도, 난데없이 뒤틀거나 비틀면 얄궂습니다. 우리는 어제만 볼 일이 아닌, 오늘과 모레를 함께 볼 일이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볼 일이지 싶습니다. 사랑은 바뀔 수 없어요. 사랑은 한꽃같이 피고서 씨앗을 맺어요.


  이웃을 마주하고 말을 섞습니다. 이웃하고 함께 한자리에 있는 동안, 여태 몰랐던 삶과 사람과 사랑과 살림을 부드러이 헤아립니다. 이웃이나 동무가 아닌 사람을 마주하고 말을 섞을 적에도, 서로 눈과 마음을 틔우거나 여는 조그마한 실마리를 이뤄요. 먼 남남인 그이도 ‘사람’이자 ‘숨결’인걸요. 모두 새롭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기에 밝게 받아들이고 배운다면, 안 반가운 사람을 스치거나 마주할 적에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돌보는 길을 배워요. 누구랑 어울리든 서로 살리는 길을 찾아요. 한 해 모든 날은 서로서로 빛나는 배움날입니다.


  몸을 내려놓고 떠난 어느 이웃님을 떠올립니다. 이웃님은 이제 새가 되어 온누리를 날아다닌다고 느껴요. 문득 고개를 들어 가을하늘을 봅니다. 멧새와 들새와 철새와 텃새를 바라봅니다. 할머니 사랑빛이 골골샅샅 상냥하게 퍼집니다.


ㅍㄹㄴ


《三中堂文庫 4 그리이스 로마 神話》(T.불핀치/장왕록 옮김, 삼중당, 1975.2.1.첫/1981.9.10.중판)

- TO YOU 님에게 초컬릿 200원 82.2.10.

《三中堂文庫 26 復活 下》(톨스토이/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5.2.1.)

- 공급처 영광종합도서. 전화 3-1553번

《三中堂文庫 220 밤과 낮 사이의 기나긴 獨白》(L.린저/홍경호 옮김, 삼중당, 1975.11.15.첫/1978.5.15.중판)

《三中堂文庫 245 二中人格》(도스토예프스키/박형규 옮김, 삼중당, 1976.4.5.첫/1981.5.25.중판)

《三中堂文庫 498 惡靈 1》(도스토예프스키/이철 옮김, 삼중당, 1982.3.10.첫/1986.5.25.중판)

《博英文庫 11 엘리아 隨筆選》(차알즈 램/공덕룡 옮김, 박영사, 1974.5.25.첫/1982.12.20.중판)

《乙酉文庫 101 菜根譚》(홍자성/이주홍 옮김, 을유출판사, 1973.2.28.첫/1982.6.10.10벌)

《村上春樹, 河合準雄に會いにいく》(村上春樹·河合準雄, 新潮社, 1996.1.1.첫/2013.5.28.28벌)

《도해관찰 탐구생활 3 나비와 나방의 무리》(기초과학진흥회, 예술문화사, 1994.1.30.)

《좋은 사람 1∼26》(타카하시 신/박연 옮김, 세주문화, 1998∼2000)

《현재진행형 1∼4》(강경옥, 대화, 1994)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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