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종종걸음 2025.4.29.불.
누가 널 주먹으로 치거나 발로 차더라도, 네가 다치는 일은 없어. 너를 치거나 차는 이가 스스로 갉거나 할퀴는 짓이란다. 그런데 네가 “맞았어!” 하는 마음을 잇고 외치는 사이에 네 몸과 마음이 아프고 앓고 무너져. 너는 빗물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서러워하니? 너는 바람을 맞거나 햇볕을 맞거나 별빛을 맞을 적마다 “맞았어!” 하고 따지거나 싫어하니? “널 때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는지 생각하렴. 누가 누구를 때리거나 치거나 차거나 할퀴려고 주먹·발길·막말 들을 휘두른다면, 늘 “때리려는 이가 스스로 갉아먹기”를 하면서 널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야. 네 눈길을 잡아끌어서, 네가 네 하루를 안 보거나 잊기를 바라는 속내란다. ‘그놈’을 안 따져야 하지는 않아. 다만, “아무개가 때리는구나. 또 때리네.” 하고 밝히면서 끝내면 돼. 넌 네 하루를 살아야지. 비가 오기에 “비가 오네. 오늘은 비를 맞으며 걸을까.” 하고 생각할 만해. 언제나 바람이 불고 해가 뜨고 별이 돋아. 날마다 흐르는 날씨를 살피면서, 이날과 이때에 네가 일구려는 길을 새롭게 그려서 풀어낼 노릇이야. 네가 네 하루그림을 바라보기에 네 하루가 알차고 넉넉하단다. 네가 “저놈이!”나 “저 녀석이!” 하면서 저쪽을 쳐다보느라 네 삶을 자꾸 잊다가 놓치느라 종종걸음을 치기 일쑤란다. 너는 너를 사랑하는 길을 그려서 펴기에 스스로 하늘빛으로 품어서 풀어. 너는 너를 생각하는 빛을 바라보기에 종종걸음 아닌 제걸음이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