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 이호철의 교실 혁명 살아있는 교육 47
이호철 지음 / 보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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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5.5.10.

푸른책시렁 182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

 이호철

 보리

 1994.6.15.



  모든 하루가 살림거리이고, 집살림이건 바깥살림이건 책살림이건 글살림이건, 또는 돈살림이나 밥살림이나 옷살림이건, 모두 우리가 손수 돌아보면서 보듬는 길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는 누구보다 잘 한다고 여길 수 있고, 나는 누구보다 못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다르게 태어나서 다르게 살아갈 뿐이라, 서로 다른 결로 모든 살림을 맞아들이지 싶습니다.


  마음을 기울이면 이 일도 제법 하고 저 일도 꽤 해낸다고 느낍니다. 마음을 덜 기울이거나 못 기울인 탓에 이 일도 엉성하고 저 일도 어줍짢지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잣대도 남이 재는 틀일 뿐, 우리 스스로 엉성하거나 어수룩하거나 어지럽더라도 웃고 노래하면서 누리면 모두 빛나는 살림이라고 느껴요.


  즐겁게 짓기에 즐겁게 나누고, 즐겁게 읽기에 즐겁게 쓴다고도 봅니다. 차근차근 읽는 손길은 언제나 찬찬히 돌아보는 손빛과 눈빛으로 이어갈 테고요.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은 1994년에 처음 나옵니다. 아직 배움터마다 ‘짐(숙제)’을 매우 무겁게 씌우는 나라이던 무렵에, ‘짐’이 아니라 ‘배움놀이’로 바꾸어 보자는 뜻을 편 길잡이 한 사람 이야기가 흐릅니다. 날마다 아이들한테 뭘 맡기거나 시켜야 한다면, 억지스런 짐이 아닌 재미난 놀이를 알려줄 노릇이라고 여기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책을 1998년에 처음 만났고, 이 작은 꾸러미는 틀림없이 이 나라를 바꾸는 밑거름이 되겠거니 여겼습니다. 책이 처음 나오고서 서른 해가 지나는 동안 ‘매질(체벌)’은 사라지고, 어린빛(아동인권)을 헤아리는 목소리가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거꾸로 ‘아동학대’라는 이름으로 ‘교사학대’가 불거질 뿐 아니라, 짐(숙제)도 ‘배움놀이’도 사라진 자리에 모둠밥(급식)과 ‘캐릭터 교과서’가 판치면서 막상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에서는 배움놀이뿐 아니라 배움길마저 사라지는 듯합니다.


  배움터란, 아이들을 지켜보고 기다리면서 아이 누구나 스스로 살림길을 열도록 싹을 틔우는 터전이어야 맞습니다. 배움터는 모둠밥터(급식실)가 아닌 부엌을 두고서 아이 누구나 스스로 제 몸과 마음을 살피는 밥을 지어서 먹도록 이끌어야 맞습니다. 그러니까 11시부터 12시 사이에는 아이들이 ‘밥짓는 배움길’을 누려야지요. 모든 아이가 왁자지껄 밥을 지으면 힘들 수 있으니, 달날부터 쇠날까지 갈라서 다섯 모둠이 갈마들면서 ‘밥짓는 배움길’을 누리면 되고, 이동안 다른 네 모둠 아이들은 배움터 곳곳을 손수 쓸고 치우고 닦으면서 돌보는 살림길을 익힐 수 있습니다. 또는 서로 책을 소리내어 읽어 주는 배움짬을 누릴 만합니다.


  2025년에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을 되읽자니, 이제 이 책은 쓰임새를 다한 듯싶습니다. 또는 이 책을 새롭게 되살려서 ‘어린이와 푸름이가 손수 살림배움길을 걷는 하루’로 나아가도록 얼거리를 다시 짜서 엮을 수 있을 테지요. ‘재미있는 숙제’가 아닌 ‘즐거운 살림배움’을 겪고 배울 노릇인 아이어른입니다. 길잡이도 아이곁에서 함께 낮밥을 지으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자리를 누릴 때라야 배움터가 배움터답게 일어서리라 봅니다. 순이돌이 누구나 집살림을 맡을 줄 알 때에 이 나라가 거듭납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집일과 집살림을 익히면서 ‘왜 배우는가?’를 스스로 묻고 찾아나설 노릇입니다. 나라지기도 새로 뽑을 일이되, 나라지기에 앞서 우리 아이들부터 제대로 바라보는 어른과 길잡이로 설 수 있기를 빕니다. 


ㅍㄹㄴ


그 본래의 귀함을 잊고 사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 또한 그러하다. 이러한 때 부모님의 팔다리 30분쯤 주물러 드리기를 숙제로 내어 보자. (34쪽)


한 주 전에 숙제로 내어 주워 온 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도록 하는 것이다. 까닭을 모르는 아이들은 투덜대기도 할 것이다. (61쪽)


노는 습관이 붙은 아이들에게 집 둘레 청소를 시킨다면 그렇게 반가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하기 싫어하는 습관이 하루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므로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80쪽)


도대체 어떤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버릴까?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다지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108쪽)


우리의 옷에 우리의 말이 얼마만큼 씌어 있나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그림이 얼마나 그려져 있는지도 찾아보도록 하면 좋겠다. (152쪽)


그러나 작은 도시 가까이에 있는 논밭이기 때문에 그곳에 버린 휴지나 깡통 같은 쓰레기가 논밭을 뒤덮고 있음을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남다른 느낌을 가졌을 수도 있다. (226쪽)


+


《재미있는 숙제 신나는 아이들》(이호철, 보리, 1994)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서 삶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배워야 한다고 본다

→ 사람으로 살며 배워야 한다고 본다

22


재미있는 숙제거리는 아이들의 생활에서 찾는 것이 좋다

→ 재미있는 배움거리는 아이들 삶에서 찾으면 된다

→ 재미있는 익힘거리는 아이들 삶자리에서 찾는다

26


하기 싫어하는 습관이 하루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므로

→ 하기 싫어하는 버릇이 하루이틀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 하기 싫어하는 매무새가 하루이틀에 나오지 않으므로

80


함부로 버리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 함부로 버리는 일을 돌아볼 틈을 두며

→ 함부로 버리는 삶을 곰곰이 짚으며

→ 함부로 버리는 모습을 가만히 살피며

108


우리의 옷에 우리의 말이 얼마만큼 씌어 있나 찾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 우리 옷에 우리말이 얼마만큼 있나 찾아본다

→ 우리 옷에 적힌 우리말을 찾아본다

15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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