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28.


《만년필 탐심》

 박종진 글, 틈새책방, 2018.12.14.



밤새 발바닥과 종아리와 허벅지를 앓았다. 책짐을 잔뜩 이고 지면서 다니다 보니, 몸이 “언제 쉴래? 이렇게 굴려도 돼?” 하면서 나무란다. 길손채에 깃들어 글을 쓰는 내내 주무르고, 등허리를 펴고 눕고서도 한참 주무른다. 01:50에 눈을 뜨지만 뻑적지근해서 더 눈을 감는다. 03:50 즈음에 이르니 비로소 발바닥이 풀린다. 숭실대 앞으로 가는 753버스를 코앞에서 놓친다. 버스일꾼은 안 기다린다. 전철을 타려고 땅밑으로 깊이 내려간다. 책을 읽다가 그만 못 내릴 뻔한다. 〈라이브러리 & 두란노〉에서 올해 마지막 이야기꽃을 편다. 오늘은 ‘재다’라는 낱말을 들려준다. 소리는 같되 뜻이 다른 다섯 가지 ‘재다’가 있다. 재주를 부리려는 잔나비로 굴다가 자칫 재미와 자랑과 잿더미로 빠지지만, 차분히 재우는 잔잔한 숨빛이라면 싱그러이 자라나는 길로 접어든다. 누구나 장다리꽃처럼 피어날 만하다. 《만년필 탐심》을 읽었다. 오래붓(만년필)에 삶을 기울이는 이야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다. 오래붓과 얽힌 여러 ‘이름난 사람들’ 뒷이야기를 너무 길게 채운 듯싶다. 붓 한 자루와 살아왔고 살아가는 마음에 눈을 맞춘다면 줄거리가 새록새록 깨어나면서 ‘온붓’으로 피어날 붓길과 글길로 뻗을 만했는데.


ㅍㄹㄴ


"안세영? 어른들께 인사를 안 하고 다니더라" 1년 전 '싸가지 발언' 재조명…전세계 배드민턴 선수들이 "인성도 월클" 극찬하는데

https://m.sports.naver.com/general/article/311/0001934522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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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29.


《후쿠시마 사고 Q&A》

 고이데 히로아키 글/고노 다이스케 옮김, 무명인, 2012.10.25.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선다. 순천으로 건너간다. 이태 앞서 ‘세빛중’으로 이름을 바꾼 예전 ‘순천여중’에서 푸른씨를 만난다. 누구는 ‘요즘 푸른씨 걱정’을 하지만, 누구는 ‘한결같이 푸른씨 곁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친다. 걱정하자면 예나 이제나 끝없을 테지만, 그저 곁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고 나누고 베풀면 한 가지씩 차분히 풀어낸다. 《후쿠시마 사고 Q&A》를 돌아본다. 문득 태어났고 조용히 사라진 책이다. 우리는 체르노빌이든 드리마일이든 후쿠시마이든 쉽게 잊는다. 이웃나라나 먼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날마다 터지고 죽고 무너지고 아픈 목소리가 넘쳐나지만, 정작 이런 목소리를 찬찬히 받아서 가만히 알리는 길(언론)은 너무 드물다. 새길을 밝히지 못하는 붓이 춤추고, 오래길을 헤아리는 붓은 뒷전이다. 삶이란, ‘배우기’만 해서는 곯는다. 배울 적마다 곧장 익힐 노릇이요, 익힌 뒤에는 읽고 일구고 이으며 이야기로 지펴서, 저마다 이곳에 있는 님(임)으로 피어나야지 싶다. 나라 곳곳에서 펑펑 터지고 죽을 적에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가? 푸른별 여기저기에서 싸우고 죽일 적에 무엇을 보면서 어깨동무하는가? 이 땅에 ‘왼길’ 같거나 ‘오른길’ 닮은 무리는 안 보이는데, 다들 왼오른으로 가르기만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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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30.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글, 원종찬 엮음, 창비, 2009.5.29.



비로소 느긋이 새벽을 맞는다. 오늘만큼은 어디에도 안 나간다. 등허리를 느긋이 펴며 01시를 열고서 일을 하다가, 06시쯤 즐겁게 다시 몸을 편다. 풀벌레노래는 다 잦아든 듯싶다. 아침저녁으로 텃새노래를 듣는다. 감을 쪼는 새는 즐겁게 외친다. “봐! 봐! 새빨간 요 녀석! 아주 맛나!” 새가 한 해 동안 벌레잡이를 얼마나 많이 하는가. 감알쯤 한 자루 내주어도 된다. 저물녘에 두바퀴를 달리려 했는데 뒷바퀴 바람이 푸쉬쉬 빠진다. 길에서 못이나 가시를 밟았거나, 들고양이가 두바퀴 곁에서 자다가 긁은 듯하다. 이튿날 낮에 뜯어서 고쳐야겠다. 저녁에 맵밥(카레)을 끓인다. 같이 맵밥을 먹고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함께 본다. 굳이 더 볼 까닭이 없이 엉성하고 맹한 줄거리이다. ‘일본 오니’랑 ‘하늬 산송장(좀비)’을 ‘한나라(한국)’ 살림인 듯 꿰맞추었네. ‘탈 쓴 깨비’가 아닌 ‘그냥 오니 낯짝’인걸. ‘일본스런 바비인형’인 아이들인데 무슨 ‘한노래(케이팝)’일까. 돈벌이는 안 나쁘되 돈만 쳐다볼 적에 어떤 그림이 태어나는지 잘 보았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를 오랜만에 되읽는데, 이제는 다시 읽히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처음 현덕을 읽을 적에는 1930해무렵 작은살림을 엿볼 만하다고 여겼는데, 작은살림은 다루되 작은살림을 잇고 가꾸는 데까지는 미처 못 뻗었구나 싶다. 때(시대)를 담은 대목으로도 알뜰한 글일 수 있지만, 때문(터문)도 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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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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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0.31.


《알이 깨어났어요》

 김정민 글·그림, 문화온도 씨도씨, 2025.5.20.



고흥집에서 쉬면서 발바닥은 조금씩 풀린다.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흐르는 하루요, 늦가을을 앞두고도 풀포기는 잎을 푸르게 내놓는다. 잎을 가만히 보면 갉은 자국이 있다. 아직 애벌레와 풀벌레가 있다는 뜻이다. 겨울 들목에도 푸른이웃이 힘내는 삶을 들여다볼 만하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가려니 큰아이가 “나도 짐꾼으로 갈까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 혼자 짐꾼이어도 돼.” 하고 말하지만 기꺼이 따라나선다. 우리는 함께 걷고, 함께 시골버스를 타고, 함께 짐을 나르면서 차분히 이야기한다. 이 삶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껴서 배울는지 짚는다. 날마다 배우는 바를 어떻게 온몸으로 새길는지 헤아린다. 《알이 깨어났어요》를 되새긴다. 즐겁게 이 삶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삶이란 즐겁게 만나는 가싯길에 고갯길이지만 늘 새삼스레 웃고 얘기하며 떠들썩하다” 같은 대목을 담은 책은 덜 눈여겨보다 안 쳐다볼는지 모른다. 목청을 높이는 책을 눈여겨본다든지, 이쪽이나 저쪽에 서서 팔띠를 둘러야 팔릴 만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빛을 말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다. 사랑을 노래하는 책을 아이랑 함께 누리고 싶다. 목청과 목소리에는 빛이 없는걸. 빛은 늘 너랑 내가 사람이자 사랑인 줄 헤아리는 곳에 있는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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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1.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김효인 글, 안전가옥, 2025.2.14.



부산으로 일을 가는 새벽에 큰아이 이마를 쓸어넘기니 문득 눈을 뜬다. “아버지, 어디 가요?” “응, 부산.” 사흘 동안 두 아이가 곁님하고 이모저모 챙길 살림길을 들려준다. 이제는 굳이 안 들려주어도 세 사람이 어질게 잘 한다고 느끼지만, 언제나처럼 꼬박꼬박 이야기한다. 우리가 함께 보금살림을 짓는 밑힘이란 늘 ‘이야기’이니까. 빈자리 없는 부산버스를 네 시간 달린다. 사상나루에 내려서 〈책과 아이들〉에 짐을 풀고서 곧장 〈금목서가〉로 간다. 부산인문연대에서 짬을 내주어 ‘부산 작은책집 나들이’를 꾀한다. 오늘로 넉걸음째이다. 일흔 살 남짓 살아내면서 ‘부산 영광도서’는 알아도 ‘부산 작은책집’은 처음이라는 이웃님한테 왜 굳이 다리품과 짬과 돈을 들여서 작은책집으로 나들이를 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는 ‘눈’으로뿐 아니라 ‘손’과 ‘발’과 ‘마음’으로도 책을 읽으니까.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를 오늘 〈금목서가〉에서 장만했고 밤에 읽는다. 글꽃(소설)이다. 나나 곁님이나 우리집 아이들은 이러한 글은 안 읽지만, 둘레에서 책읽는 이웃은 이러한 글을 꽤 읽는다. 곁님은 요새 〈도깨비〉라는 예전 놀이판(연속극)을 처음으로 들여다보면서 여러모로 말한다. ‘도깨비’란 무엇인가? 도깨비가 ‘사람몸’을 입을 수 있는가? 우리는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가 입은 옷(사람탈)’을 도깨비로 잘못 여기지 않나? 글은 ‘글’인데, ‘문학’이나 ‘소설’이라는 옷을 입히면서 글빛이 사라지거나 바래지 않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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