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8.


《책의 계절》

 정지현 글, 버터북스, 2025.6.23.



모처럼 새벽 다섯 시까지 잔다. 구름빛 아침을 본다. 몸을 추스르고, 글을 갈무리하고, 낱말책을 여미고, 하루일을 헤아린다. 오늘은 부산 안락동 〈스테레오북스〉로 찾아가서 ‘책집나들이’를 이끈다. 어린씨랑 푸른씨를 이곳으로 이끌고 찾아온 분이 있기에, “어떤 책을 살펴서 읽느냐”보다는 “책을 어떤게 쥐고 만지느냐”를 들려준다. 우리집 아닌 책집과 책숲(도서관)에 있는 책은 “고맙게 빌려서 펼치는 책”이기에 가볍게 만지고 살짝 들출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종이로 묶은 책에 깃든 이야기”를 읽기 앞서 “우리를 둘러싼 들숲메바다가 속삭이는 이야기”부터 온마음으로 헤아리는 눈을 익히고서 종이책을 만나자고 보탠다. 이제 가랑비가 듣는다. 가랑비를 맞으며 〈카프카의 밤〉을 혼자서 살짝 들르고서 쉬러 간다. 《책의 계절》을 오늘 장만해서 조금씩 읽는다. 이웃나라 책집을 살피는 발걸음을 담았구나. 어느 나라에나 책집이 있고 책골목이 있다. 책집이란, 스스로 배우려는 사람을 잇는 푸른터라 할 만하다. 더 커다랗거나 멋스런 책집은 없어도 된다. 마을 곳곳에 작은책집이 자리잡으면서 누구나 언제나 바람을 읽듯 글을 읽고서, 글을 쓰듯이 마음을 쓰는 살림길을 펴면 넉넉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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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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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1.7.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고명재 글, 문학동네, 2022.12.15.



아침이 환하다. 겨울 길턱인 늦가을해는 짧더라도 따뜻하게 비춘다. 두 아이한테 집일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서 논두렁을 걷는다. 여러 마을 어귀에 두루일(공공근로)이라는 핑계로 뜰채(정자)에 둘러앉아 노닥거리는 할매할배를 본다. 돈만 받고 마냥 노는 두루일은 걷어치울 노릇이라고 본다. 나라돈은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 살림짓는 작은사람한테 참하게 이바지할 길을 헤아리는 나라지기나 나라일꾼은 있을까. 고흥읍에 닿아 11:20 부산버스를 탄다. 손님이 빼곡하다. 기차도 버스도 자리가 있으나, 자리를 아랑곳않는 할매할배에 아재아지매가 숱하다. 우리는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어울리는 사이일 수 있을까. 눈치껏 챙기거나 따라가면 되는가. 〈책과 아이들〉에 닿아서 올해 ‘동심읽기’ 마지막 모임을 꾸린다. 누구나 아이였고 누구나 어른으로 큰다. 아이어른을 가로지르는 빛을 읽을 때에 스스로 착하게 서겠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을 돌아본다. “못 쓴 문학”은 아니지만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티가 물씬 흐른다. 목청껏 외치거나 ‘어느 켠’에 선다고 알려야 ‘문학’이라면, 이 나라에 글꽃은 없다. ‘시·소설·수필’이 아닌 ‘텍스트·에세이’가 아닌, ‘문학·비문학·비소설’이 아닌, ‘창작·문예·예술’이 아닌, ‘글’로 돌아가야지 싶다. 삶글과 살림글로 돌아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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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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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트와 그림자들 - 2022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수상작
마리옹 카디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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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0.

그림책시렁 1673


《아리에트와 그림자들》

 마리옹 카디

 정혜경 옮김

 문학동네

 2022.4.28.



  ‘2022 볼료냐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수상작’이라는 이름을 큼직하게 붙이는 《아리에트와 그림자들》입니다. 붓질이 유난히 씩씩하다고 여겨서 보람(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리송합니다. 아이는 누구나 붓질이 씩씩해요. 아이는 눈치를 안 보면서 저희 나름대로 붓을 척척 휘두릅니다. 아이 흉내 같은 붓질을 눈여겨볼 수는 있되, 붓끝에 얽매여서는 아무것도 못 볼 텐데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리에트와 그림자들》은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나머지 ‘갈기머리(사자)’를 끌어들여서 멋대로 구는 바보스럽고 멍청한 나날을 보여줍니다. 홀가분한(자유분방) 모습이 아니라 ‘함부로’에 ‘아무렇게나’일 뿐 아니라, 마음에 안 들면 사납게 으르렁거리면서 윽박지르기까지 하는군요. 너무나 철없이 구는 모습에 ‘나미움’으로 가득한 줄거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볼로냐 보람’이라는 허울이 있으니 마냥 띄우거나 높여야 할는지요? 아니면 우리가 스스로 ‘나보기’와 ‘나사랑’으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느끼면서 “철없는 그림책”을 덮을 수 있을는지요?


#MarionKadi #Les reflets d'Har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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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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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정진호 지음 / 사계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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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0.

그림책시렁 1672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정진호

 사계절

 2024.5.30.



  모르는 분은 모를 테지만, 물고기살(생선회)을 싱싱하게 먹고 싶다면 ‘전남 고흥’ 같은 바닷마을이 아니라 서울 한복판 가게를 갈 노릇입니다. 엉뚱하게 여길는지 모르나, 바닷마을에서는 “넘쳐나게 낚은 바닷고기를 먹을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이와 달리 서울 한복판은 “싱싱한 고깃살을 바라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고흥뿐 아니라 모든 뱃나루는 ‘새벽바람(새벽특송)’으로 서울에 씽씽 실어나릅니다. 《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은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누가 ‘새벽길(새벽배송)’을 시킬 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새벽에 쉬잖고 일해야 하는지 하나씩 짚는 듯한 얼거리입니다. 그런데 퍽 억지스럽습니다. 새벽길을 달리는 일꾼은 새벽에 기름을 안 넣어요. 이미 어제 일을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침나절에 기름을 넣습니다. 밤길(심야버스)을 달리는 일꾼은 낮에 느긋이 쉬고 잡니다. 밤일꾼과 새벽일꾼은 스스로 삶길을 밤과 새벽에 일하면서 아침과 낮에 쉬는 하루로 맞춰요. 밤에 일하니 몸을 망가뜨릴까요? 새벽일을 멈추거나 막아야 할까요? 그런데 누구나 먹는 밥살림을 거두는 시골에서는 논밭일을 새벽 3시부터 합니다. 바쁜 여름에는 새벽 2시부터 일하기도 합니다. 00시나 01시부터 08시까지 달리는 일철도 있습니다.


  서로 아끼고 헤아릴 노릇입니다. 우리는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이라는 쳇바퀴에 갇혀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회사원·공무원’이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도 쉬어야 할 테지만 나라지기는 하루 내내 온나라를 살피는 길에 온마음을 쓰는 자리입니다. 나라지기를 그만둔 뒤에 꽃돈(연금)을 그렇게 잔뜩 주는걸요. 만듦터(공장)는 하루 내내 돌릴 수 있고, 하루에 알맞게 돌릴 수 있습니다. 아기를 낳아서 돌보는 어버이는 말 그대로 하루 내내 아기 곁에 있고,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도 늘 곁에서 지켜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새벽일도 아침일도 낮일도 저녁일도 밤일도 스스로 알맞게 가누면서 헤아리는 나날입니다.


  올바름(공정정의)이라는 눈을 함부로 들이밀지 않아야 할 노릇입니다. 무엇보다도 서울(도시)에 스스로 갇혀서 시골은 아예 안 쳐다보는 낡은 틀부터 버릴 노릇입니다. 온누리 모든 어버이가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돌보고 가르쳐 왔는지 제대로 바라볼 노릇입니다. 모든 사람이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이라면 아침 9시 무렵과 저녁 6시 무렵은 그야말로 불바다입니다. 참말로 온나라는 두 무렵에 북새불늪(교통지옥)입니다. 서울부터 덩치를 줄이고, 시골로 골고루 돌아가서 살림을 지을 노릇입니다. 아이들은 반드시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장’을 따야 하지 않습니다. 들숲메바다야말로 모든 아이어른한테 빛나는 배움터에 살림터입니다.


  ‘고작 바나나’를 새벽길로 시킨다고 나무라면서 잘못(죄책감)을 심으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나나까지’ 새벽길로 시킬 만큼 바쁘고 고단하고 지친 삶을 먼저 들여다볼 일이지 않을까요? 바쁘고 고단하고 지친 이웃을 도우면서 새벽일을 다부지게 하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글과 그림으로 담을 수 있어야 아름답지 않을까요? ‘아름살림’과 ‘숲살림’과 ‘사랑살림’은 언제 어디나 참답게(민주진보) 마련입니다. 아름답게 살림을 짓고 숲빛으로 살림을 지으며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길을 담을 때에 비로소 ‘그림책’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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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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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요정과 프라이팬 판다 판다 요정 시리즈
시바타 게이코 지음, 김숙 외 옮김 / 북뱅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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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11.10.

그림책시렁 1671


《판다 요정과 프라이팬 판다》

 시바타 게이코

 김숙·김보나 옮김

 북뱅크

 2025.6.10.



  우리한테는 ‘요정’이나 ‘프라이팬’이 없는 삶입니다. 이웃나라 살림을 들이면서 ‘요정’에 ‘요괴’를 다루고, ‘프라이팬’에 ‘웍’을 거느립니다. 일본사람은 ‘계란’을 ‘후라이(프라이)’하기에 ‘계란후라이’라는 일본말씨가 번졌고, ‘후라이(프라이)’를 한대서 ‘후라이팬(프라이팬)’이라지만, 우리는 부치거나 지지는 밥살림이 있어요. 이웃나라에서 ‘빈(bean)’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콩’입니다. 《판다 요정과 프라이팬 판다》를 가만히 읽습니다. 부엌일을 돕는다는 ‘작은판다’가 나옵니다. ‘작은이’가 도우면서 힘을 낸다는데, 스스로 짓는 사람을 돕는 하늘이라는 말이 있듯, 누구나 스스로 살림을 지으며 땀흘리기에 어느새 바람(하늘) 한 줄기가 부드러이 흐르면서 싱그럽고 포근하게 보듬습니다. 부침판에 나타난 작은이는 온갖 부침개를 재미나게 꽃피웁니다. 바쁘고 힘쓰는 부엌일을 돕는 누가 있으면 꽤 홀가분하지요. 다만 누가 돕더라도 ‘내’가 하는 일인 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스스로 하는 일이요, 스스로 짓는 살림이며, 스스로 가꾸는 하루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도울 적에 이 대목을 곰곰이 볼 줄 알아야 해요. 우리는 이웃이 스스로 씩씩하게 일하도록 손길을 보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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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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