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고로 故-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고로 → 옛터를 떠나서 / 마을을 떠나기에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고로 → 부엌에서 덜컹거리기에 / 부엌에서 덜컹거리니
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 있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있다
‘고로(故-)’를 찾아보면 “1. 문어체에서, ‘까닭에’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 그러므로”처럼 풀이합니다. 글에서만 쓰는 ‘故로’라고 하니, 입으로는 쓰지 않는 낱말이라는 뜻이고, 입으로는 안 쓰는 낱말이란 우리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글말’은 한문을 빌어서 쓰던 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고로’는 “고로 존재한다” 같은 꼴로 자꾸 쓰입니다. 우리말로 ‘그러므로·그래서·그러니’나 ‘곧·따라서·뭐’로 고쳐씁니다. ‘말하자면·다시 말해·어디’나 ‘음·이래서·이리하여’로 고쳐쓰고요. ‘자·짧게 말해·한마디·한마디로’나 ‘만큼·터·까닭’으로 고쳐써도 되어요. ‘알다시피·무릇·모름지기’나 ‘이른바·이를테면’으로 고쳐써도 어울려요. ㅍㄹㄴ
그런 고로 어려운 작가들에게서 이빨을 다져야만 한다
→ 그런 터라 어려운 글쓴이한테서 이빨을 다져야만 한다
→ 그러하니 어려운 글쓴이한테서 이빨을 다져야만 한다
→ 그러니까 어려운 글쓴이한테서 이빨을 다져야만 한다
《독서술》(에밀 파게/이휘영 옮김, 양문사, 1959) 75쪽
고로, 우리는 어떠한 인간이라도 무시하거나 천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
→ 그러니까,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러므로,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래서, 우리는 누구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이리하여, 우리는 누구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채규철, 한터, 1990) 88쪽
그런 고로
→ 그러니
→ 그래서
→ 그리하여
→ 그러니까
→ 그 때문에
《고유명사들의 공동체》(김정환, 삼인, 2004) 181쪽
황남빵 매장은 경주 한 곳밖에 없답니다. 고로, 먹어야겠당
→ 황남빵집은 경주 한 곳밖에 없답니다. 그래서, 먹어야겠당
→ 황남빵집은 경주 한 곳밖에 없답니다. 그러니, 먹어야겠당
→ 황남빵 가게는 경주 한 곳밖에 없답니다. 곧, 먹어야겠당
《키친 4》(조주희, 마녀의책장, 2010) 22쪽
나는 여자인고로
→ 나는 순이라서
→ 나는 가시내니
→ 나는 순이인 만큼
→ 나는 순이인 터라
《내가 사랑한 여자》(공선옥·김미월, 유유, 2012) 4쪽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산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인간과 말》(막스 피카르트/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2013) 34쪽
고로 쓰는 것 자체가 즐겁다
→ 그러니 쓰면 즐겁다
→ 그래서 글쓰기가 즐겁다
→ 이리하여 글쓰기가 즐겁다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이정하, 스토리닷, 2016) 53쪽
그런 고로 드세요
→ 그러니까 드세요
→ 그러니 드세요
《금의 나라 물의 나라》(이와모토 나오/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7) 79쪽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나의 존재를 의심한다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못 믿는다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나를 안 믿는다
《숲은 생각한다》(에두아르도 콘/차은정 옮김, 사월의책, 2018) 92쪽
고로, 큐코 너는 이 메뉴를 소화해 줘야겠다
→ 곧, 큐코 너는 이 차림대로 해내야겠다
→ 그래서, 큐코 너는 이대로 해야겠다
《살랑살랑 Q 3》(아마가쿠레 기도/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 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