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825 : 세상 관계의 시작


세상을 만나는 관계의 시작이 손이다

→ 우리는 손으로 처음 만난다

→ 우리는 서로 손부터 만난다

《나는 고딩 아빠다》(정덕재, 창비교육, 2018) 10쪽


내가 너를 만나는 곳이 ‘누리’이고, 나하고 네가 이루는 너른 곳이 ‘온누리’입니다. 우리는 온누리를 이루면서 서로 만나는데, 눈으로 보고 손으로 뻗고 다리로 다니거나 오가면서 마주합니다. 나를 비롯한 뭇숨결을 아우르기에 ‘우리’요, ‘나’ 너머라는 자리에 있는 ‘너’를 느끼면서 하늘빛으로 어우르기에 ‘우리’예요. 나를 알고 너를 보며 우리를 품을 줄 아는 사이에서 첫길을 엽니다. ㅍㄹㄴ


세상(世上) : 1.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세속 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또는 그 기간의 삶 3.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나 공간 4. 절, 수도원, 감옥 따위에서 바깥 사회를 이르는 말 5. = 세상인심 6. ‘지상’을 천상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7. ‘비할 바 없이’, ‘아주’의 뜻을 나타내는 말 8. ‘도무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관계(關係) : 1.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2. 어떤 방면이나 영역에 관련을 맺고 있음 3. 남녀 간에 성교(性交)를 맺음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4. 어떤 일에 참견을 하거나 주의를 기울임 5. (‘관계로’ 꼴로 쓰여) ‘까닭’, ‘때문’의 뜻을 나타낸다

시작(始作) :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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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열세 살까지 1.5 + 1.5인 눈인데

열네 살에 1.5 + 0.1로 확 가고

이대로 스무 살과 서른 살을

살아왔다


대학입시라는 이름으로

05:30∼23:30 동안에

시멘트교실에서 지내고서

형광등 불빛에

오른눈이 닳았더라


스무 살에 강원 양구로

서른세 살에 전남 고흥으로

멧숲바다 곁으로 가면서

눈을 살살 틔우며 산다


2025.4.19.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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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고 싶어



어릴적에 늘 앓고

또 아프고 자꾸 드러눕느라

이제 그만 앓고서

얼른 죽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 그러면 죽어 볼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길에서

목소리를 들었고 섬찟했다


“아냐, 난 나를 돌보고 싶어.”

죽음길로 보내주겠다는 목소리는

그날부터 사라졌다


나는 나를 돌보는 길을 몰랐지만

돌아보고 바라보면 되는 줄

천천히 느끼며 살아간다


2025.4.20.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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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 어느 청년 활동가의 귀농 분투기
이꽃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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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5.11.

인문책시렁 427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삶창

 2022.8.23.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사는지 가만히 짚어 봅니다. 첫째, 떠날 길이 없는 할매할배가 늘그막까지 흙살림을 붙들며 살아갑니다. 둘째, 떠날 까닭이 없이 시골지기(군수·군의원·국회의원)하고 손잡고서 이바지돈(지원금)을 두둑히 챙길 수 있는 사람이 큰집과 까만쇠(대형자가용)를 거느리며 살아갑니다. 셋째, 서울을 떠나서 들숲메바다를 푸르게 품고 싶은 작은이가 조용히 살아갑니다. 넷째, 시골에 넘치는 벼슬자리(공무원)를 얻거나 물려받은 사람이 그럭저럭 심심하게 살아갑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는 ‘보는눈’이 많기에 고을돈(지자체 예산)을 그나마 제대로 쓰려고 한다면, 시골에는 ‘보는눈’이 없을 뿐 아니라 ‘짚는글’도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고을돈에 이바지돈을 펑펑 씁니다. 돈에 눈밝은 사람은 일찌감치 시골돈이 서울돈보다 뭉치로 큰 줄 알고서 거머쥡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를 곰곰이 읽고 되읽어 봅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살이를 하는 나날을 그리면서, 여태 드문 ‘짚는글’을 조금 엿볼 만합니다만, ‘조금 짚기’에서 멈춘 대목이 아쉽습니다. 시골을 제대로 알려면 쇠(자가용)를 안 몰아야 합니다. 종이(운전면허증)를 찢고서(반납) 두다리와 두바퀴(자전거)로 다녀야 합니다. 두다리와 두바퀴만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보내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많을 텐데, 이미 시골에서는 모든 어린이와 푸름이를 ‘나라돈’으로 집과 배움터 사이를 실어나릅니다. 또한 웬만한 어린이는 여덟 살부터 혼자 시골버스를 타고서 잘 다닙니다.


  시골 민낯을 알려면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이면서, 시골을 갈아엎어서 아름마을로 바꾸는 길을 찾으려면 이때에도 걷거나 두바퀴를 달릴 노릇입니다. 모든 죽음더미(비닐·농약·화학비료)를 손사래치면서, 호미와 낫과 삽과 쟁기와 숫돌만으로 흙을 돌보고서 나무를 품으면 되어요.


  다리로 거닐어야 땅과 들과 숲과 하늘과 마을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짚고 쓰다듬어야 온빛과 숨빛과 새빛을 느끼는 눈빛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살겠노라 할 적에는 ‘손발’로 배우고 ‘마음’으로 익혀서 ‘넋’을 깨우는 ‘눈’을 틔우겠다는 뜻일 테니까요.


ㅍㄹㄴ


스스로 가난을 선택한다는 것은 경쟁과 욕망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를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5쪽)


내 땅만 마당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다 유하네 마당입니다. (23쪽)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에 더 지을 곳이 없으니 서울 인근 지역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마구잡이 개발이 이어집니다. (26쪽)


“신문지 같은 종이를 넣으면 너무 빨리 타고 재가 많이 날리는데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50쪽)


오늘도 유하네는 원칙을 지키며 살기 위해 호미를 들고 밭으로 나섭니다. (64쪽)


땅도 팔리지 않고 농사를 못 지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정부가 지원금을 줘가며 태양광 시설을 지으라고 하니, ‘친환경’이라는 멋진 이름도 붙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산은 민둥산이 되고 우후죽순 태양광 시설이 들어섰습니다. (122쪽)


대부분의 채소들이 비닐하우스 안에서 탄소를 팍팍 배출하며 자란 것이라는 얘기는 없습니다. 사계절 내내 신선한 채소를 키워내기 위해 탄소 덩어리 비닐을 수없이 써야 하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는 것,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뿌리를 화학비료 푼 물에 담가 키운다는 것, 공장식 축산 못지않게 채소도 공장식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144쪽)


+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이꽃맘, 삶창, 2022)


아직 서리가 성성하지만

→ 아직 서리가 하얗지만

→ 아직 서리가 희지만

4쪽


그 속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 그곳에 유하네가 있습니다

4쪽


장난스러운 농담이 현실이 된 지 햇수로 10년, 만으로는 8년이 꽉 찼습니다

→ 장난스러운 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 장난말이 삶이 된 지 열 해, 여덟 해를 꽉 채웠습니다

4쪽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갔습니다

→ 서울살이를 씻고서 시골로 갑니다

→ 서울살이를 털고서 시골로 갑니다

5쪽


다시 이 질문을 던져 봅니다

→ 다시 이렇게 묻습니다

→ 다시 이 말을 해봅니다

14쪽


유하네 집은 별천지 신나는 놀이터

→ 유하네는 새롭고 신나는 놀이터

→ 유하집은 꽃누리 신나는 놀이터

17쪽


수차례 조류독감(AI)을 겪고 지쳐

→ 거푸 새앓이를 겪고 지쳐

→ 내도록 새몸살을 겪고 지쳐

18쪽


유하 파파는 비닐하우스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빠는 씌움집이라도 짓고 살면

→ 유하 아버지는 포근집이라도 짓고 살면

22쪽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 작은골로, 시골로 가면

→ 작은터로, 시골로 가면

24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난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 작은 땅에 집을 많이 지으려니 네모낳고 똑같은 잿집은 더 높아가고

26


마늘 순은 요즘 유하 엄마의 최애 작물입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즐깁니다

→ 요즘 유하 엄마는 마늘싹을 사랑합니다

36


고라니가 미워집니다

→ 고라니가 밉습니다

37


초보 운전 엄마에겐 두려웠던 등하원 길 이야기입니다

→ 첫길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 이야기입니다

→ 풋내기인 엄마한텐 두렵던 아침저녁길 이야기입니다

39


석축을 쌓고 농막이 들어섭니다

→ 돌담을 쌓고

→ 돌무지를 쌓고

48


겨울이 시작되면

→ 겨울이면

→ 겨울이 오면

49


우윳곽은 화력도 좋고 금방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최고인 거 같아

→ 젖고리는 불도 세고 이내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으뜸 같아

→ 젖구럭은 불결도 세고 곧 타지도 않고 불붙이는 데는 훌륭해

50

우유갑(牛乳匣/우윳곽)


한국식 패스트푸드라니까

→ 우리 빠른밥이라니까

52


동풍이 불고

→ 샛바람 불고

54


좋은 농부가 되길 바랄게

→ 알찬 흙님이 되길 바랄게

→ 흙지기로 일하길 바랄게

62


노는 게 일이고 일하는 게 노는 것

→ 놀이가 일이고, 일이 놀이

→ 놀며 일하고, 일하며 노는

68


협업농장 시작을 알리는 행사 날

→ 두레밭을 알리는 첫날

→ 두레논밭을 알리는 첫날

70


마을 성당을 방문한 누군가가 농부는 매일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 마을 넋집을 찾아온 누가 흙지기는 날마다 놀랍게 나눔밥을 짓는다고 말합니다

→ 마을 믿음집을 찾은 누가 흙님은 늘 놀랍게 작은빛을 짓는다고 얘기합니다

83쪽


이렇게 이쁜 잎을 가지고 있구나

→ 이렇게 잎이 이쁘구나

→ 이렇게 이쁜 잎이구나

89


집을 빌려주고 연세로 받기로 한 약간의 돈으로

→ 집을 빌려주고서 받기로 한 해삯으로

93


여름의 정중앙을 통과합니다

→ 여름 한복판을 지납니다

→ 여름 복판입니다

→ 한여름입니다

→ 한여름이 지납니다

104


커다란 꿈을 이루기 위한 유하네의 매일을 넣습니다

→ 꿈을 크게 이루려고 유하네 하루를 넣습니다

107


요즘 누가 김치를 만들어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담가 먹어

→ 요즘 누가 김치를 해서 먹어

15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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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5.11. 노 지지 (안 뽑는 자유권리)



  아이곁에서는 가없이 너그럽게 살림하려는 마음이지만, 아이빛과 어른빛을 잊거나 잃은 누구한테나 그지없이 까칠하게 마주하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 2025년 6월을 앞두고서 “파란놀 씨는 누구를 지지하나요? ‘투표할 사람 없음’을 투표용지에 쓰러 가시나요?” 하고 묻는 분이 제법 많다.


  ‘바른길(정의당)’이란 이름을 버리고서 ‘참일길(민주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선 곳에서 나온다는 권영국 씨가 어제까지 들려준 거의 모든 말을 하나하나 짚어 보는데, 바야흐로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를 해야겠다고 여긴다. 난 이쪽이거나 저쪽이지 않고, 그쪽도 아니다. 난 언제나 ‘아이곁’에 서려는 사람이고, ‘어른으로서’ 일하려는 사람이며, 아이랑 어른이 ‘어깨동무하는’ 터전을 일구려는 사람이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셋이라 할 만핟. 첫째는 아이요, 둘째는 어른이요, 셋째는 어깨동무이다. 굳이 넷째를 꼽으라면 들숲메바다이고, 따로 다섯째까지 뽑으라면 해바람비흙을 이야기한다.


  오늘날 ‘작은이(소수자)’는 ‘성소수자’만 있지 않다. 정작 “가장 작은이”는 ‘어린이’하고 ‘푸름이(청소년)’이다. 그런데 어느 ‘우두머리 들러리(후보)’도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리는 길(정책)은 한마디조차 내뱉지 않는구나. 어깨동무하는 길을 밝히는 들러리도 없고, 들과 숲과 메와 바다를 푸르게 돌보는 길을 말하는 들러리도 없고, 해바람비흙을 아이들한테 아름답게 물려줄 길을 헤아리는 들러리도 없다.


  이 나라를 사랑하면서 살릴 들러리라면, 가덕도 삽질을 얼른 멈추고, 전북 올림픽 뻘짓을 바로 멈추고, 전남 바닷가에서 서울로 잇는 ‘해저특고압송전선’ 삽질도 이제 멈추고, ‘아파트 때려짓는 재개발’을 아예 끝장낼 줄 아는, 군대와 전쟁무기를 차츰 줄여서 아예 없애는 새길을 외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달삯을 밑일삯(최저임금)으로 맞추는 길을 세우고, 국회의원과 대통령과 고위공무원과 여러 기관장 평생연금도 몽땅 없앨 뿐 아니라, 여태 베푼 평생연금과 복지를 돌려받는 길을 세울 노릇이라고 본다. 또한 ‘무안공항 대참사 진상조사’를 벌여서, 모든 썩은 벼슬아치한테 차꼬를 채우면서 나라틀을 바로잡는 길을 이끌겠다고 밝혀야 비로소 들러리라고 본다.


  나는 “노 지지(안 뽑는 자유권리)”이다.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싶다면, 그동안 일삼거나 저지른 잘못과 말썽과 사달을 놓고서, 먼저 사슬살이(감옥생활)를 톡톡히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우두머리 노릇을 하려면 먼저 모든 돈(재산·부동산)을 시골숲에 맡기고서, 맨몸으로 가난하게 땀흘려 일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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