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24.

오늘말. 곧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곧게 금을 이으면 어느 곳이든 닿습니다. 하늘끝이건 바다끝이건 모두 만나요. 푸른별은 둥그렇게 나란한 삶인 터라, 가장자리나 가운데가 따로 없이 맞닿습니다. 곧은금이나 바른금이 아니더라도 구름을 올려다보고 냇물을 지켜보면 알 만하지요. 모든 구름은 모든 곳에 알맞게 비를 뿌리고, 모든 빗물은 어디에나 고루 북돋우니, 손잡고 나아가는 한뜰이요, 어깨동무로 일구는 한마루입니다. 누구나 다 다른 밥을 지어서 먹되, 파란별에서 돋는 숨결을 받아들입니다. 알고 보면 한솥밥입니다. 곰곰이 보면 한지붕이에요. 너랑 나랑 맞아떨어지기도 할 테고, 어쩐지 서로이웃이 아닌 서로남남처럼 안 맞출 수 있습니다만, 함께 안 가는 듯싶어도 언젠가 새롭게 맞물리게 마련입니다. 날숨이란 들숨이고, 들숨이란 새삼스레 날숨이니, 이 별에서 나란길을 걷는 나란빛이면서, 이 터전에서 나란풀이요 나란꽃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등돌리는 팔짱이 아닌, 마주보면서 오붓이 거니는 팔짱을 해요. 늘 한마음이나 한넋이기는 어려울는지 모르나, 사랑이라는 한길을 가꾸는 한꽃뜰을 나눌 수 있어요. 푸른별살이란 한집살이입니다.


ㅍㄹㄴ


나란긋기·나란하다·나란길·나란빛·나란북·나란꽃·나란풀·나란살이·나란살림·나란삶·나란금·나란줄·나란누리·나란마을·-도·동·-랑·-과·-와·-하고·같다·같이가다·똑같다·똑바로·함께·함께가다·고루·고루두루·골고루·고르다·고루눈·고루눈길·고루길·고루빛·고루보다·고른길·고른넋·고른얼·고른빛·곧다·곧바르다·곧은금·곧은줄·꽃대·꽃줄기·꽃어른·참어른·끝금·끝줄·물금·물끝·물매·바다금·바다끝·하늘금·하늘끝·도란도란·도란살림·두런두런·두런살림·오붓하다·걸맞다·보기좋다·입바르다·만나다·맞다·맞닿다·맞물다·맞아떨어지다·맞잡다·마주잡다·맞추다·반반하다·바르다·바른금·바른줄·반듯금·반듯줄·반듯하다·판판하다·서로이웃·서로하나·하나되다·한몸마음·한마음몸·손잡다·어깨동무·팔짱·팔짱꽃·한결같다·한뜻·한마음·한넋·한얼·한마당·한마루·한꽃뜰·한뜰·한몸·한바탕·한솥밥·한집·한지붕·한꽃집·한집살이 ← 수평(水平), 수평적, 수평선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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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6. 흰나물



  열여덟 살을 살아가는 큰아이하고 논두렁을 걷는 어느 늦봄날, 찔레꽃을 한 송이씩 훑으며 먹다가, 마삭줄꽃은 두 송이씩 훑으며 먹습니다. 큰아이가 ‘마삭줄’이라는 이름이 안 떠오르는 듯 “어, 무슨 꽃이었더라?” 하기에 “꽃을 보면 뭐가 떠오르지 않니?” 하고 묻고는 “네가 어릴적에는 바람개비를 닮았다고 여기면서 ‘바람개비꽃’이라고 했어. 다른 사람들도 꽤 ‘바람개비꽃’이라고 말을 해.” 하고 덧붙입니다. 우리는 고작 쉰 해쯤 앞서 1975년 언저리까지만 해도 으레 들숲메에서 풀꽃과 나무꽃을 따서 나물로 삼았습니다. 다들 긴긴 겨울이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들숲메를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나물을 캐고 꽃을 먹고 장작을 날랐습니다. 요사이는 “꽃을 그냥 먹어도 되나요?” 하고 묻는 분이 너무 많습니다. 괭이밥꽃이나 씀바귀꽃이나 잣나물꽃이나 꽃마리꽃이 모두 나물인 줄 모르기 일쑤입니다. 꽃이 핀 돌나물꽃도 즐겁게 누릴 만하지만, 쑥갓꽃도 고스란히 나물인데, 어쩐지 들살림과 숲살림과 멧살림을 몽땅 잊다가 잃는구나 싶습니다. 서울에서 일하며 살다가 합천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즐겁고 야무지게 살아가는 이웃님을 만나러 가는 시외버스에서 문득 ‘흰나물’이라는 이름이 떠오릅니다. 적잖은 나물꽃이 ‘흰빛’이더군요. 한겨울 흰눈은 나물은 아니되, 눈내리는 겨울이면 입을 크게 벌리고서 그대로 눈송이를 받아먹으며 놀았습니다. 우리는 네철 내내 다 다른 흰빛을 밥으로 나물로 꽃으로 빛으로 숨결로 넉넉히 누리면서 어른으로 자랐구나 싶어요.



흰나물


둘쨋달에 매나무꽃 먹고

이윽고 흰민들레 먹는데

냉이꽃 피기 앞서 캐고

새봄에 잣나물꽃 누려


넷쨋달에 딸기꽃 가득해

어느새 앵두꽃 소복하고

닷쨋달에 찔레꽃 훑다가

마삭줄꽃 달콤히 딴다


엿쨋달에 감쫓 주울까

봄끝에 이팝꽃 넘실댔고

한여름에 파꽃 동그랗고

슬금슬금 부추꽃 오른다


고추꽃은 고추 못잖게 매워

나락꽃은 밥알 닮은 냄새야

흰눈은 겨울에 덮는 꽃송이

하얗게 별이 돋으며 잠든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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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5. 비



  밤에 드러누워서 꿈을 맞이해도 갖은 그림이 떠오릅니다. 고흥에서 순천을 거쳐 수원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 살짝 눈을 감아 보는데 새록새록 온갖 그림이 떠올라요. 지난날 제가 ‘종(노예)’으로 살며 어느 공주님 눈썹을 그려 주는 일을 하는 그림, 고기잡이가 되어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를 낚아 맨손으로 척척 손질해서 날로 먹는 그림, 아주 능구렁이 훔침질을 하는 거짓말쟁이로 살다가 붙들려 오른팔이 뎅겅 잘렸는데 이렇게 오른팔이 잘리고 왼팔마저 뎅겅 잘려도 훔침질을 더 신나게 하면서 노닥거리는 그림, 이밖에 여태 살아온 갖가지 옛모습이 뭉게뭉게 나타납니다. 아주 짧게 눈을 감았다가 떴어요. 때바늘이 10눈금이나 5눈금 흐를 만큼밖에 안 됩니다. 그러나 이동안 본 옛삶을 말로 옮기자니 몇 날로도 모자랄 뿐 아니라, 몇 해로도 모자라겠더군요. 아주 긴 나날을 한때에 불쑥 보았어요. 이러고서 하루가 지난 오늘, 서울 광화문 앞길을 걷다가 갑자기 자리에 앉고프다는 생각이 들어 두리번두리번하는데 국립극장이 보여 안으로 성큼 들어서서 이곳 지킴이한테 “살짝 앉았다 가도 될까요?” 하고 여쭙니다. 이동안 노래꽃 한 자락이 술술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꽃 ‘비’는 제가 예전 어느 때에 빗방울로 살면서 스스로 겪은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오롯이 나였으나 이제는 오롯이 사람이라는 옷을 입은 내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어떻게 맞이하면 즐거운가 하는 이야기를, 바로 ‘나였으나 내가 아닌 내’가 ‘나이면서 내가 아닌 나’한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아직 궁금하지 않아서

조용히 나무 품에

잎사귀 품에 꽃송이 품에

줄기 품에 뿌리 품에


문득 이 바깥이 궁금해

햇볕을 타고서 조용조용

아지랑이 되어 나오더니

바람 타고 하늘로 올라


나처럼 궁금쟁이인 동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어

참 많구나 가득하구나

우리는 궁금덩이 구름 되네


이윽고 뭉실뭉실 춤추다가

저마다 수수께끼 풀려고

여기로 저기로 새록새록

날아가며 마실하는 빗방울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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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시를 씁니다 ― 44. 이슬



  알지 못하니까 알지 못할 테고, 알 테니까 압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말 그대로인 줄 느끼기는 해도 ‘이렇게 느낀 내 마음대로 알아도 되나?’ 하고 망설였어요. 어릴적부터 둘레 어른이나 또래는 하나같이 ‘네가 느낀 대로 받아들이면 안 돼!’라든지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친 것이 아니면 다 틀려!’ 같은 말을 했을 뿐 아니라, 좀 배웠다는 이들은 ‘교과서는 거짓말투성이야, 이 책을 봐, 이 책에 내온 줄거리가 맞아!’ 같은 말을 보탰어요. 그러나 저는 학교뿐 아니라 이름높다는 분들이 쓴 책조차 교과서처럼 거짓말투성이, 아니 ‘그들한테는 참으로 보일는지 모르나, 나로서는 하나도 안 맞구나 싶은 이야기’로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릴적부터 맨눈으로 바람결과 깨비(귀신)을 볼 수 있었고, 맨귀로 풀이나 이슬이나 빗물이 들려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적은 교과서도 인문책도, 게다가 종교책조차 못 만났습니다. 이러다가 드문드문 멋진 길잡이를 만났지요. 저는 바람결을 맨눈으로 보지만, 어느 길잡이는 제가 미처 못 본 ‘물결’을 맨눈으로 보시고, ‘헤엄이가 바다에서 헤엄치는 결’도 마음이나 살갗으로 느끼셔요. 이때에 온몸이 찌릿찌릿하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내 눈은 미치지 않았구나’ 하고 깨닫고, ‘나는 내 눈을 사랑할 노릇이로구나’ 하고 여기기로 합니다. 저는 이슬방울 겉모습을 노래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분은 그런 겉모습을 노래하겠지요. 저는 이슬하고 나눈 말, 이슬이 들려준 노래를 노래하려 합니다.



이슬


해가 기울면 어느새

바람 한 줄기가 죽

돌고 감돌고 맴돌며

이슬을 뿌려


해가 뜰 즈음

풀밭이며 숲은 온통

새벽이슬로 반짝이는

그림판이 돼


풀도 꽃도 나무도

개미도 사마귀도 벌도

아침이슬 마시면서

새기운 내네


맨발로 풀이슬 느끼며

우리 밭에 선다

맨손으로 꽃이슬 맡으며

오늘을 연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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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5
미즈나기 토리 지음, 심이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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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23.

한달벌이란?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

 미즈나기 토리

 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3.30.



  고흥 보금숲에서 밤에 잠들면, 첫여름을 앞둔 늦봄에 구성지게 노래하는 뭇밤새와 뭇개구리가 맑밝게 소리를 베풉니다. 밤소리를 듣노라면, 그저 ‘소리’일 수 없다고, 새와 개구리와 바람이 들려주는 마음이 묻어난다고, 오롯이 ‘노래’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제 밤이 저물고 얼추 03시 30분부터 동이 희뿌윰히 트는데, 이즈음에는 뭇개구리 소리는 잦아들고 온갖 낮새가 하나둘 깨어나서 아침까지 신나게 소리를 베풉니다. 새벽소리와 아침소리를 듣노라면, ‘지저귄다’고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가 운다’고도 말하기 어렵고, 언제나 ‘새노래’에 ‘새벽노래’로구나 싶습니다.


  어느 분이 “자연에 나쁜 디자인이 없다”고 말씀하는데, 이 말을 들으면서 아예 말이 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나쁜 디자인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다 다른 숨결이 다 다른 몸을 입고서 다 다르게 살기 때문입니다. 더 낫거나 좋은 모습(디자인)이기 때문에 살아남는 결이 아니라, 그저 다른 숨빛으로 살기에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숲에는 ‘숲’이 있을 뿐, ‘디자인’이 없습니다. 숲에는 ‘숲’이 있게 마련이라, ‘좋거나 나쁜 디자인’은 처음부터 있지도 않습니다.


  숲을 제대로 본다면, 나무 한 그루에 달린 잎이 모두 다르게 생겼고, 강아지풀조차 잎이 모두 다르고, 토끼풀도 다 다른 크기와 모습인 줄 알 테지요. 다 다르기에 어울리며 살아가는 숲(자연)일 뿐, 나쁘거나 좋은 모습(디자인)이란 처음부터 있을 까닭마저 없습니다. 이러한 결을 읽고서 마음에 새길 적에 비로소 사람 사이에서도 누구나 다르게 마련인 줄 받아들입니다.


  사람들이 잘못 여기는 대목 가운데 하나로, ‘흰사람(백인)’이기에 살갗이 희지는 않은데, 너무 모릅니다. 흰사람도 들숲에서 일하며 뛰놀 적에는 아이어른 모두 ‘구릿빛’이게 마련입니다. 흙사람도 들숲을 잊으면 허여멀건 살빛으로 바뀌고, 흙사람도 들숲메바다를 품으면서 뛰놀면 차츰 ‘까무잡잡’하게 바뀝니다.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읽었습니다. 우리집 두 아이랑 함께 읽는 그림꽃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음을 기울이는 길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스스로 짓는 하루는 어떻게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마주하는 여러 사람이 저마다 어떻게 든든히 다리로 서서 즐겁게 손으로 빚고 엮고 가꾸고 짓는지 밝히는 알맹이입니다.


  ‘한달벌이’란 뭘까요? ‘한해벌이’란 무엇이지요?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돈을 벌거나 ‘돈벌자리’를 찾아야 하는가요? 이 나라는 총칼(전쟁무기·군수산업·자주국방)에 돈을 얼마나 쏟아붓는지요? 이 나라는 갖은 나루터(공항·항구·터미널)에 돈을 얼마나 들이붓는가요?


  오늘날 시골은 서울을 흉내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울이 하는 대로’ 따라가고, ‘서울에 있는 대로’ 흉내를 내요. 그런데 처음 몇 가지만 따라가거나 흉내를 낼 뿐, 서울에서 바꾸거나 고치거나 가꾸는 길은 좀처럼 안 따라가고 안 배우더군요. 이를테면, 이제 서울 곳곳에서는 ‘빛먼지(빛공해)’라 여겨서 밤에 길불을 줄이는데, 오히려 시골에서는 길불을 늘립니다. 서울에서는 아이들이 먹는 모둠밥(급식)을 ‘농약 없는 낟알과 푸성귀’로 바꾸어 가는데, 정작 시골에서는 ‘드론으로 농약 듬뿍 뿌리기’에 나랏돈을 어마어마하게 퍼붓습니다.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는 닷걸음을 지나서 엿걸음 이야기를 앞둡니다. 유난히 몸이 여리고 쉽게 앓는 아가씨가 맞닥뜨릴 고단한 삶길이지만, 고삭부리 아가씨를 둘러싼 마을사람과 일터사람이 한마음으로 조금씩 짐을 나눕니다. 저마다 짊을 수 있을 만큼 기쁘게 나눠받아요. 그리고 고삭부리 아가씨가 몸소 하려는 일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우리 터전은 무엇을 바라보는지 짚을 노릇입니다. 돈(경제성장)을 바라볼 적에는 고삭부리 아가씨나 ‘고삭부리 아가씨 둘레에서 일손을 거드는 사람’은 이바지를 못 하겠지요. 이와 달리, 돈이 아닌 ‘살림’을 헤아릴 적에는 나란히 서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모든 하루를 즐거운 어울림마당으로 누리고 나눌 만합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 6월에 나라지기를 새로 뽑습니다만, 이날은 잔칫날이 아닌 싸움날 같습니다. 누가 나라지기로 뽑히든 반기고 기뻐하고 손뼉을 치면서 ‘높낮이 없는’ 틀을 세우도록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뽑히거나 안 뽑히면 ‘일거리가 사라지거나 늘어난다’고 여기면서, 꼭 누가 뽑혀야 한다고 여기거나 누가 뽑히면 안 된다고 몰아세우면, 누구를 나라지기로 뽑더라도 끝없이 싸움판에 미움판에 불바다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누구를 세우느냐’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무엇을 하느냐’여야지 싶습니다. 먼저 어린이를 앞자리에 세울 일입니다. 이다음으로 푸름이를 곁에 세울 일입니다. 이러고서 스무살과 서른살은 조금 뒷자리에 서고, 마흔살과 쉰살은 더 뒷자리에 서고, 예순살과 일흔살은 더더 뒷자리에 서면서, 온나라가 새길을 여는 슬기로운 숨빛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펴면서 어울려야 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보금자리를 보셔요. 엄마 뜻대로만 이끌든 아빠 뜻대로만 이끌든, 어느 한 사람 목소리대로 이끌면 다 괴롭습니다. 엄마아빠가 한마음을 이루도록 끝없이 얘기할 노릇이고, 아이어른이 한몸으로 움직이도록 끝없이 얘기해야지요. 이제는 ‘멋대로(승자독식)’를 걷어치우고서, “내가 나라지기로 뽑히더라도, 벼슬자리(장관·기관장)는 서로 고르게 나누어서 일을 잘할 만한 사람으로 함께 뽑겠습니다” 하고 밝힐 뿐 아니라 지킬 수 있는 틀로 갈 일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드디어 손에 넣은 24시간을 날 위해 쓸 수 있는 기쁨.’ (27쪽)


“뭐, 처음엔 다들 가볍게 여겨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똑같이 그런 말을 해도 앞으로 계속 만나고 싶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난 지금 인간관계를 정비하는 시기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44쪽)


“저는 애들을 위해 일하고, 조만간 부모님 간병도 해야 할 텐데, 평생 일만 하면 내 인생은 언제 살지? 그런 생각이 들지 뭐예요.” (72쪽)


“게다가! 돈을 위해 무리하게 일했다가 몸이 망가져서 치료비에 돈을 쓰는 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요!” (73쪽)


“우리 집은 지금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많은 재료가 모여 완성된 우리 집만의 수제비 같잖아.” (114쪽)


“이렇게 타인의 컨디션을 배려하면서 요리하는 거 좋네요. 저는 이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건 상상조차 안 돼서, 금방 몸에 탈이 나니까, 맨날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거든요.” (141쪽)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일 거예요.” (144쪽)


#しあわせは食べて?て待て

#水?トリ


+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5》(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잘 어울리네. 맛있어

→ 어울리네. 맛있어

→ 잘 했네. 맛있어

106쪽


지병을 앓으면서 혼자 사는 여직원이 있는데

→ 오래앓이로 혼자 사는 일순이가 있는데

110쪽


맛있게 잘 만들었네―

→ 맛있게 잘 했네!

124쪽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 깊이 걱정해 주신다고 느꼈어요

→ 무척 걱정해 주신다고 느꼈어요

137쪽


금방 몸에 탈이 나니까, 맨날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거든요

→ 곧 몸이 말썽이니까, 맨날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틈이 없거든요

→ 이내 몸이 아프니까, 맨날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할 틈이 없거든요

141쪽


아마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건, 평소에 먹는 평범한 음식일 거예요

→ 아마 가장 맛있다면, 늘 먹는 수수한 밥이에요

→ 아마 늘 먹는 수수한 밥이 가장 맛있어요

1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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