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04 : 지금 계속 만들어져가고 있다


지금도 무언가로 계속 만들어져가고 있다

→ 오늘도 꾸준히 거듭난다

→ 늘 새롭게 태어난다

→ 언제나 조금씩 거듭난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신지은, 마음산책, 2022) 7쪽


한자말 ‘지금’이나 ‘계속’을 쓴다고 해서 틀리지 않습니다만, 익숙하다고 여기는 한자말을 그냥그냥 쓰는 버릇을 그대로 두면, 어느새 얄궂거나 어긋난 말씨도 그냥그냥 쓰기 일쑤입니다. 작은 씨앗 한 톨이 커다란 숲으로 우거지듯, 낱말 하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모든 글결이 확 바뀝니다. 한자말 ‘계속’하고 “-져가고 있다”는 뜻과 결이 겹겹으로 맞물립니다. 또한 ‘지금’하고 ‘계속’도 자칫 뜻과 결이 맞물릴 수 있습니다. 새롭게 짓거나 태어난다고 할 적에 ‘-져가고’처럼 ‘-지다’를 붙이면 옮김말씨요, “-고 있다”도 옮김말씨입니다. 오늘도 꾸준히 거듭난다면, 늘 새롭게 태어난다면, 언제나 조금씩 바꾸어 간다면, 이러한 결을 꾸밈없이 드러낼 노릇입니다. 꾸밈없이 쓸 줄 아는 사람은 꿈길을 알아차리면서 하루를 가꾸고 살림을 일굴 수 있습니다. ㅅㄴㄹ


지금(只今) : 말하는 바로 이때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05 : 계속 것 -들 덕분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너그러운 눈으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 너그러이 읽어 주시는 분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

→ 너그러이 보아주시는 분이 있기에 늘 글을 쓸 수 있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신지은, 마음산책, 2022) 8쪽


이 보기글은 ‘(무엇) -ㄹ 수 있는 것’을 임자말로 놓고서 ‘(무엇) -는 분들 덕분이다’로 맺습니다. 옮김말씨입니다. 임자말은 ‘글을 쓰는 나’로 잡아야 합니다. 다만, ‘나는’은 임자말이되 덜 수 있어요. 워낙 “나는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가 밑바탕이고, ‘나는’을 덜고서 “너그러이 읽어 주시는 분이 있어서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다”처럼 적으면 됩니다. 말짜임을 차분히 챙기면서 ‘말을 하는 나’를 임자말로 제대로 놓아야 우리말답습니다. ㅅㄴㄹ


계속(繼續)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덕분(德分) :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 ≒ 덕(德)·덕윤·덕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207 : 시절 지녔던 ㄴ 것 같았


젊은 시절에 지녔던 맑은 눈을 뜨는 것만 같았어요

→ 젊은날처럼 맑게 눈을 뜨는 듯해요

→ 젊을 때처럼 맑게 보는 듯해요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미하엘 엔데·프리드리히 헤헬만/문성원 옮김, 베틀북, 2001) 21쪽


“젊은 시절에 지녔던 맑은 눈”은 옮김말씨입니다. 눈은 ‘지니’지 않습니다. “맑은 눈을 지니다”는 말이 안 되어요. “눈이 맑다”라고 해야 알맞습니다. 젊은날처럼 맑게 눈을 뜨는 듯합니다. 젊을 때처럼 맑게 보는구나 하고 느껴요. ㅅㄴㄹ


시절(時節) : 1. 일정한 시기나 때 2. = 계절(季節) 3. 철에 따르는 날씨 4. 세상의 형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베틀북 그림책 13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미하엘 엔데 글, 문성원 옮김 / 베틀북 / 200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5.14.

그림책시렁 1417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미하엘 엔데 글

 프리드리히 헤헬만 그림

 문성원 옮김

 베틀북

 2001.7.1.



  무엇이 ‘좋’을까 하고 찾다 보면, 스스로 ‘좁’은 길로 접어듭니다. ‘좋다 = 좁다’입니다. 왜냐하면 ‘좋다 = 마음에 들다’요,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길을 내치거나 등지는 몸짓이거든요. 마음에 드는 어느 쪽만 바라보느라, 마음에 안 들면 그곳이 아름답거나 사랑이거나 참빛이거나 살림짓기이거나 들숲바다여도 내치게 마련입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몫에 품습니다. 얼핏 보면 할머니가 새길을 찾아서 떠나는 얼거리인데, 곰곰이 보면 ‘어느 한 사람이 할머니 나이에 이르도록 서울(도시)이란 굴레에 스스로 갇혔으면서 갇힌 줄 모르는 채 쳇바퀴로 구른 나날’을 스스로 어떻게 알아보고서 풀어냈는가 하는 줄거리입니다. 그러니까 할머니 한 분은 ‘할머니 나이에 이르도록 그냥그냥 좋아하는 일’대로만 살았어요. 그리고 ‘할머니 나이에 이르고 일자리를 잃고 보’니, 이제는 더 ‘좋은 대로만 못 사는’ 줄 받아들이기로 했고, ‘좋은 대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찾아야겠다고 배우기로 합니다. 새롭게 배우려 하면서 쳇바퀴인 서울을 떠나서 들숲으로 나아가요. 들숲에서 할머니는 빛나는 아름님으로 거듭났고, 바야흐로 활짝 웃고 노래할 수 있습니다.


#OpheliasSchattentheater #MichaelEnde #FriedrichHechelmann


ㅅㄴㄹ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미하엘 엔데·프리드리히 헤헬만/문성원 옮김, 베틀북, 2001)


이제 그림자들은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어요

→ 이제 그림자는 예전과는 다르게 살아요

7쪽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의논하기 시작했어요

→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해요

15쪽


정말 기특한 생각을 다 했구나

→ 참 갸륵하게 생각했구나

→ 참 대견하구나

15쪽


젊은 시절에 지녔던 맑은 눈을 뜨는 것만 같았어요

→ 젊은날처럼 맑게 눈을 뜨는 듯해요

→ 젊을 때처럼 맑게 보는 듯해요

21쪽


바로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었던 거예요

→ 바로 하늘로 들어가는 곳 앞이에요

→ 바로 하늘나라 어귀예요

21쪽


화려한 빛깔의 옷을 입고 둘러서서

→ 눈부신 빛깔인 옷을 입고 둘러서서

→ 눈부신 옷을 입고 둘러서서

2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매뉴얼
예신형 지음 / 부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4.

까칠읽기 5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

 예신형

 부키

 2019.4.22.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아빠를 위한 메뉴얼》(예신형, 부키, 2019)이라는 책은 이름부터 눈을 끈다. 덥석 집어서 읽는다. 그런데 첫 대목부터 쓸쓸하다. 글쓴이는 “아빠가 자전거를 찾아올” 테니 “딸은 그저 타려고 하면 된다”고 말한다. 첫머리부터 잘못 꿰는구나. 자전거는 아빠(남성) 혼자 찾아올 살림이 아니다. 저잣마실을 갈 적에 엄마(여성)처럼 꼼꼼하게 이모저모 살피고 따지고 견주면서 헤아려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덥석 살 자전거가 아니다. 몇 날 며칠뿐 아니라, 달포나 한두 해에 걸쳐서 “어떤 자전거를 살까?” 하고 함께 알아볼 노릇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전거를 빌려서 타기”부터 할 일이고, 빌려서 타 보는 동안에 “아이 몸과 마음에 맞는 자전거를 바로 아이부터 스스로 알아야 하고, 곁에서 어버이도 나란히 알아차려야 한”다. 또한 이 책은 ‘사서 쓰기(소비)’에서 그쳤다. 아무래도 글쓴이와 딸아이와 곁님은 ‘서울(도시)’에서만 살아갈 듯하니, ‘착하고 슬기로운 도시 소비자’라는 길을 살피는구나 싶은데, ‘도시 소비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눈으로 볼 노릇이라고 느낀다. 이 책에 한 줄로조차 안 나오지만, 자동차를 장만하려면 ‘자동차 기본정비’도 익힐 노릇이다. 옷을 장만하려면 ‘옷 빨래와 손질’도 익혀야 하지 않나? 빨래틀(세탁기)을 장만해 놓고서 ‘빨래틀 돌리기’뿐 아니라, ‘세탁기 기본정비·청소’를 안 익힌다면 어찌 되겠는가? ‘배롱빛 바지’를 사서 입다가 찢어지면 버리나? 바느질을 익혀서 찢긴 데를 기워야 하겠지? 그러니까, “자전거 타기”에 반드시 뒤따를 여럿 가운데 하나로 “자전거 손질(정비)과 닦기(청소)”가 있는데, 이 책에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전거 손질과 닦기”는 아예 못 쳐다본다. 글쓴이는 자전거를 새로 샀는지 궁금한데, 모든 새 자전거에는 “자전거 길잡이책”이 딸려 나온다. 5만 원짜리이든 100만 원이나 1000만 원짜리이든 “자전거 회사에서 짜맞추어 파는 모든 자전거”에는 “자전거 길잡이책”이 붙어서 나오고, 이 길잡이책을 읽으면 누구나 집에서 가볍게 손질하는 길을 비롯해서, 안장과 손잡이 높이 맞추기라든지, 기본 교통 법규·지식과 안전장구 이야기도 꽤 꼼꼼하게 나온다. 이밖에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이 철철 넘치지만, 더 말하지는 않기로 한다. 부디 글쓴이가 스스로 깨닫기를 빈다. 자전거는 딸아이뿐 아니라 이웃 아들아이한테도 어떻게 타야 ‘사람다운지’ 짚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페달을 마구 밟아” 주면 된다고 9쪽에 적는데, 발판을 마구 밟으면 자전거는 비틀거리다가 콱 넘어지거나 자빠지거나 다른 자전거를 처박고 만다. 자전거를 제대로 타려면, 발판을 부드럽고 가볍게 밀고 당겨야 한다. 삿대를 젓듯 천천히 바람을 타면서 슬슬 밟기에 자전거가 바람을 부드러이 가르면서 알맞고 아름답게 나아간다.


ㅅㄴㄹ


아빠가 자전거를 구해 올게. 너는 ‘자전거 타기’만 시작하면 돼

→ 아빠가 두바퀴를 찾아올게. 너는 ‘두바퀴 타기’만 하면 돼

→ 아빠가 두바퀴를 사올게. 너는 ‘두바퀴 타기’만 해보면 돼

8


출발시킨 뒤에, 다른 발을 맞은편 페달에 얹고 마구 밟아 주면 돼

→ 굴린 뒤에, 다른 발을 맞은쪽 발판에 얹고 부드럽게 밟으면 돼

9


그건 확실히 정상이 아니지

→ 참말로 엉터리이지

→ 아주 얄궂지

→ 몹시 어긋났지

11


배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딱 붙는 핑크색 바지라니

→ 배 나온 아저씨가 딱 붙는 배롱빛 바지라니

19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여자다움이라는 허상을 좇아

→ 막상 있지도 않는 순이다움이라는 허깨비를 좇아

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