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물 이야기 1
배성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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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9.17.

맑은책시렁 323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배성호

 철수와영희

 2024.5.5.



  우리말 ‘어른’은 ‘얼찬이’를 가리킵니다. 얼이 찬 사람이요, 얼이 참하거나 참다운 사람일 적에 ‘얼찬이·어른’입니다. ‘어린이’는 얼이 익어가는 길에 서는 사람입니다. 새로 태어나서 몸을 입은 어린이는 어른 곁에서 사랑받으면서 하루하루 삶을 지켜보고 품고 돌아봅니다. 이동안 찬찬히 살림길을 배우니, 이른바 소꿉놀이가 일로 거듭나는 얼거리입니다.


  요사이는 ‘어린이’라는 이름을 흔히 쓰되, 예전에는 ‘아이·어른’으로 갈랐습니다. 예전에는 나이를 가를 적에 ‘어린이·젊은이·늙은이’로 바라보았어요. 철이 들면서 빛나는 얼은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나, 사람을 철과 얼이 아닌 ‘나이’로만 보려고 하면 “덜 든 철(어린이)·다리를 저는 철(젊은이)·낡아가는 철(늙은이)”로 가른 셈입니다.


  덜 든 철이기에 이모저모 지켜보고 놀면서 배워요. 다리를 저는 철이기에 이모저모 부딪히면서 몸으로 익혀요. 낡아가는 철이기에 잔소리가 많아 꼰대스러워요.


  이와 달리 ‘아이·어른’은 둘 사이에 오직 사랑을 놓으면서 철이 무르익는 결을 그립니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철이 들어요. 어른은 아이 곁에서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지요.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4)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넉 달 즈음 자리맡에 책을 놓으면서 곱씹습니다. 우리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삼습니다. 그런데 ‘나이로 긋는 이름’인 ‘어린이’가 아닌 ‘아이날’로 삼는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느껴요. 5월 8일도 ‘아이를 낳은 어른’인 ‘어버이’만 살피기보다는 두루 품는 ‘어른날’로 삼는다면 참으로 다르리라 봅니다.


  철을 익혀가는 아이로 보고, 철을 익힌 어른으로 볼 적에, 아이하고 어른은 늘 사랑으로 만나게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잊다가 잃는 길이 바로 사랑이요 철이요 빛이며 꿈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1922년 5월 1일은 ‘천도교 소년회 창립일’이고, 방정환 님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1923년 3월 16일에 도쿄에서 ‘색동회’를 꾸리면서 《어린이》를 펴냈으며, 이해부터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삼아서 천도교당에서 크게 알립니다. 몇 해 지나 1928년부터 5월 5일로 바꿉니다. 1939년부터 끊기다가 1946년에 되살아납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되살리고 색동회에서 앞장선 ‘어린이날 행사’는 ‘어린이를 꼭둑각시처럼 노리개로 앞세워서 어른들 앞에서 매스게임 보여주기’라는 얼거리로 오래도록 폈어요. 이런 얼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지나서까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숱한 어린이는 어린이날에 못 쉬고 못 놀 뿐 아니라, 어린이날을 앞두기까지도 헤매고 지치면서 ‘매스게임 준비’에 시달렸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3월 3일을 ‘어린순이날(히나마쓰리ひなまつり)’로, 5월 5일을 ‘어린돌이날(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로 삼습니다. 히나마쓰리에는 ‘히나 인형’을, 코이노보리에는 ‘잉어 깃발’을 드날리지요. 곰곰이 보면 ‘こどもの日’를 고스란히 옮긴 말씨인 ‘어린이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방정환 님이 여민 《어린이》라는 책에 실린 숱한 이야기와 글과 놀이는 ‘일본 어린이잡지’에 먼저 실렸거든요. 방정환 님은 ‘일본을 거친 번안동화’를 우리나라에 잔뜩 들였습니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를 펴면, 65쪽에 ‘소년○○일보’가 ‘어린이○○’로 바뀌었다고 짚는데, ‘소년○○일보’가 이름을 바꾸기 앞서 전남 광주에서 ‘어린이신문 굴렁쇠’가 태어나서 꽤 오래 나왔습니다. 글님이 미처 몰랐을 수 있습니다만, 《굴렁쇠》라는 어린이신문이 진작 나와서 ‘소년○○일보’가 왜 어떻게 얄궂은가를 나무라면서 새길을 연 대목을 짚을 수 있어야 어울릴 텐데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방정환 님 《어린이》가 미처 짚지 못 한 대목도 돌아볼 만했을 테고요.


  또한 방정환 님은 다른 때도 아닌 ‘일제강점기’에 ‘얼음(かき氷·빙수)’을 그토록 즐겼습니다. 피죽도 먹기 힘들어 고단하고 가난하던 사람들이 수두룩하던 때에 방정환 님은 ‘가난한 어린이’는 도무지 못 헤아렸을까요?


ㅅㄴㄹ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어린이’라는 말은 방정환 덕분에 널리 쓰이게 되었어요. (37쪽)


이밖에도 동요 〈퐁당퐁당〉, 〈옹달샘〉,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 윤석중의 노래도 《어린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43쪽)


어린이가 일하는 노동자들 못지않게 천대받고 무시받았던 상황을 고려해서 어린이날을 정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56쪽)


화폐 속에 어린이들을 넣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94쪽)


하지만 방정환은 여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작가인 김명순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잡지에 잘못된 내용으로 나쁘게 썼습니다. 김명순 작가는 이를 바로 고치라면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방정환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02쪽)


+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힘든 생활을 했지만

→ 집안이 어려우면서 힘들게 살지만

4쪽


어린이날을 만들면서 새로운 희망을 열어 간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출발해 볼까요

→ 어린이날을 선보이면서 새길을 열어 간 방정환 님과 함께 길을 떠나 볼까요

→ 어린이날을 외치면서 새빛을 열어 간 방정환 어른과 함께 길을 나서 볼까요

5쪽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지냈어요

→ 힘들지만 꺾이지 않고 힘껏 배우며 지냈어요

→ 힘들어도 풀죽지 않고 애써 배우며 지냈어요

15쪽


모임을 만들었어요

→ 모임을 열었어요

→ 모였어요

17쪽


신분 차별을 받던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 굴레에 갇힌 사람들이 크게 반겼습니다

→ 낮잡히던 사람들이 몹시 기뻐했습니다

21쪽


한시도 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어린이들과 만났습니다

→ 한때도 쉬지 않고 온나라 어린이와 만납니다

→ 조금도 쉬지 않고 골골샅샅 어린이와 만납니다

26쪽


그의 헌신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이끌었어요

→ 이분은 우리나라가 홀로서도록 몸바쳤어요

→ 이분은 우리가 홀로서도록 온땀을 바쳤어요

31쪽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이를 위한 잡지를 공들여 만들었답니다

→ 삶을 마치는 때까지 어린이 달책을 땀쏟아 엮었답니다

40쪽


부록으로 보드게임을 제공하고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열었습니다

→ 곁딸려 말놀이를 나눠주고 여러 볼거리를 열었습니다

→ 덧으로 판놀이를 내놓고 갖가지 잔치를 열었습니다

→ 덤으로 한판놀이를 주고 가지가지 놀이판을 열었습니다

41쪽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 윤석중의 노래도 《어린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 〈기찻길 옆 오막살이〉 같은 윤석중 노래도 《어린이》에 실어 널리 알려집니다

43쪽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 일꽃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잡습니다

→ 일꾼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삼습니다

56쪽


어린이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어린이날 발자취를 다시 생각해 보기를 빕니다

→ 어린이날 발걸음을 다시 돌아기를 바랍니다

61쪽


화폐 속에 어린이들을 넣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 어린이를 그려 넣은 돈으로 그 나라 앞날과 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94쪽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고객들을 배려하고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 어린담을 세운 사람은 다른 손님을 헤아리고 맞추려는 뜻이라고 합니다

→ 어린이담을 높인 사람은 다른 손님을 살피고 보아주려고 한답니다

98쪽


하지만 방정환은 여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방정환은 순이를 잘못 바라보았습니다

→ 그러나 방정환은 순이를 깔봤습니다

→ 그러나 방정환은 순이를 얕봤습니다

102쪽


잘못된 내용으로 나쁘게 썼습니다

→ 틀린 줄거리로 나쁘게 썼습니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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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허하다 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입국을 허하다 → 이웃일꾼이 들어오라고 하다

 마음을 허한 뒤에 → 마음을 연 뒤에

 순이는 마음을 허하자면 → 순이는 마음을 받자면


  ‘허하다(許-)’는 “다른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들어주다·들이다’나 ‘받다·받아들이다·듣다’로 손봅니다. ‘되다·하다·좋다’로 손볼 만하고, ‘말·말씀·말하다’나 ‘가두지 않다·빗장열기·묶지 않다·껴안다’로 손봅니다. ‘끄덕이다·가만가만·가만히·너그럽다’로 손볼 수 있고, ‘무르다·말랑하다·부드럽다’나 ‘보아주다·봐주다·묻다·사뢰다·여쭈다’나 ‘열다·오냐·있다·풀다’로 손보아도 어울려요. ㅅㄴㄹ



서재에 술과 텔레비전을 허하라

→ 책칸에 술과 텔레비전을

→ 책칸에 술과 텔레비전을 들이라

→ 책칸에 술과 텔레비전을 받으라

《아무튼, 서재》(김윤관, 제철소, 2017) 15쪽


시간이 허한다면

→ 짬이 된다면

→ 틈이 있다면

《엄마, 내향인, 프리랜서》(김민채, 취미는독서, 2023)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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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조국해방



 조국해방에 투신한 분이다 → 홀로서기에 몸바친 분이다

 조국해방의 염원을 이룬 후에 → 날개펼 꿈을 이룬 뒤에

 속박되고 구속된 조국이 해방되도록 → 갇히고 닫힌 나라가 풀리도록


조국해방 : x

조국(祖國) : 1.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 부모국·부모지방 2.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3. 민족이나 국토의 일부가 떨어져서 다른 나라에 합쳐졌을 때에 그 본디의 나라

해방(解放) : 1. 구속이나 억압, 부담 따위에서 벗어나게 함 2. [역사]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강점에서 벗어난 일



  따로 낱말책에 없는 ‘조국해방’입니다. 한자말 ‘해방’ 한 마디로 넉넉하기도 하고, 우리말로는 ‘풀리다·풀려나다’나 ‘홀로서기·벗다·벗어나다’나 ‘날개펴다·일어서다·빗장열기’로 옮길 만합니다. ㅅㄴㄹ



해방된 조국은 막바로 민족 단일국가를 이루지 못하였고

→ 풀려난 나라는 막바로 한겨레 한나라를 이루지 못하였고

→ 홀로선 나라는 막바로 큰한나라를 이루지 못하였고

《역사의 그늘, 문학의 길》(김윤식·임헌영·김종회, 한길사, 2008) 371쪽


조국이 해방되었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렸지만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려났어도 꼭 기쁜 일만은 아니었어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박선미, 보리, 2016)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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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와 숲의 신 5
쿠레이시 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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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7.

사람한테 돌아가는 몫


《소말리와 숲의 신 5》

 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10.31.



  나라살림이 마른다고들 하지만, 나라일을 맡은 이들은 스스로 일삯을 줄이지 않습니다. 일삯뿐 아니라 일터를 줄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하면서 들숲을 지키거나 늘릴 생각이란 없이, 오히려 들숲을 깎고 밀어서 부릉부릉 매캐하게 내달리는 까만길로 바꾸기 일쑤입니다. 깨끗한 바다에 햇볕판·바람개비를 때려박는 데에 목돈을 쏟아붓기도 하는데, 나라에서 벌인 적잖은 일거리를 보면 뒷돈이 너무 춤춥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살림이 마르거나 모자란 적은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일꾼을 비롯해서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돈바치가 나란히 뒷돈을 나눠먹거나 빼돌릴 뿐입니다. 살림을 말 그대로 “살리는 일과 자리와 터”에 쓴다면 누구나 즐거우면서 푸르게 살아갈 수 있어요.


  《소말리와 숲의 신 5》(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돌아봅니다. 그림꽃님은 이 그림꽃을 더 그리지 못 합니다. 아마 몸져누워서 더 못 그리는구나 싶은데, 소말리는 “드물게 살아남은 사람아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고서 괴롭히고 마구 죽이다가 그만 사람나라 스스로 망가지고 무너졌다지요. 이러면서 ‘이웃’은 사람을 더는 꼴보기싫을 뿐 아니라, 어딘가 숨거나 남은 사람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서 잡아먹기를 바란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느 곳에서나 매한가지인데, 썩은 나라일꾼이 흘러넘치지만, 착한 나라일꾼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썩어문드러져도 벼슬이며 글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참하게 살림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 별이 아직 멀쩡하거나 굴러간다면, 안 썩었을 뿐 아니라 착하고 참한 사람이 제법 많기 때문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이웃’이 모두 사람을 미워하거나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착하고 참한 사람을 겪은 적이 있는 이웃은 사람을 따사로이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없이 모든 ‘숨결’을 숨결 그대로 마주하는 이웃도 사람아이를 나쁘거나 좋게 바라보지 않아요. 그저 ‘사람도 이웃도 나란한 숨결’이라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이웃도 이웃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아요.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입니다. 착하게 살아가고 참하게 살림하고 차분하게 사랑하는 숨결은 언제나 착하고 참하면서 차분한 앞길을 그리고 폅니다.


  오늘 우리가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넉넉한 살림살이를 어디에 어떻게 다루거나 쓰거나 펴는지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터전을 물려받아서 새어른으로 즐겁게 서서 새아이를 기쁘게 낳을 사랑터로 가꿀는지 생각할 때라야 비로소 사람이자 숨결이며 이웃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어릴 적의 소말리는 어떤 느낌이었어?” “지금도 손이 많이 가지만, 옛날엔 더 대단했다.” (29쪽)


“예뻐.” “나로선, 그걸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단어의 의미는 이해한다. 허나, 공감하진 못한다.” (43쪽)


“어젯밤부터 고민했다. 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거기 있는 짐승의 이름은 코미도리 소말리. 처음 널 발견한 자다. 그 이름을 따서, 널 ‘소말리’라고 부르겠다.” (56∼57쪽)


“전에 내가 만든 과자를 맛있다고 말했지?” “응.” “또 먹고 싶어?” “다같이 먹고 싶어.” (99쪽)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바꿀 만큼, 인간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과거의 업보 때문에 현재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거야? 그건 엉뚱한 화풀이야.” … “아니, 틀려. 모두 그 덕분에 배웠거든. 양립할 수 없는 종족도 있다는걸. 인간을 박해하고 있는 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136쪽)


#ソマリと森の神様 

#暮石ヤコ


노예상의 짐마차인가

→ 놉장사 짐수레인가

→ 종장사 달구지인가

18쪽


나는 아이와 두 번째 해후를 했다

→ 나는 아이와 다시 만났다

→ 나는 아이와 또 마주했다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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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11월의 구름 힘찬문고 22
힐러리 루벤 지음, 남진희 옮김 / 우리교육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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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9.17.

푸른책시렁 175


《내 친구 11월의 구름》

 힐러리 루벤

 남진희 옮김

 우리교육

 2000.11.30.



  머리카락을 스치고 나비가 날아가는 줄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눈앞에 잠자리가 날아도 못 느끼는 사람이 숱합니다. 철마다 바뀌는 바람결을 안 느끼는 사람이 넘칩니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다르게 흐르는 줄 모르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나비를 알고 싶다면서 ‘나비도감’을 외우는 이는 “죽을 때까지 나비를 모르”게 마련입니다. 왜 그럴까요? 나비는 ‘책에 갇힌 생물학 정보’가 아니거든요. 나비는 알에서 깨어나서 애벌레로 한참 갈며 잎을 갉다가 바로 ‘스스로 갉은 잎’을 낸 푸나무가 꽃을 피우기 앞서 고치에 깃들고서 어느새 날개돋이를 한 뒤에, 꽃가루받이를 하는 놀라운 숨결이거든요.


  푸른글 《내 친구 11월의 구름》은 여러 삶길을 들려줍니다. 소몰이를 하면서 철빛과 삶빛과 사람빛을 헤아리는 아이가 있다면, 소몰이를 하되 철빛도 삶빛도 사람빛도 등지는 아이가 있어요.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익힐 적에 스스로 어진 사람으로 거듭날는지 살피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아예 모르거나 손놓거나 등돌린 꼰대가 있어요.


  나비가 없는 곳에서 열매를 맺을까요? 나비로 거듭나기 앞서 애벌레일 적에 잎을 너무 갉나요? 그러나 모든 푸나무는 잎을 한 벌만 내지 않아요. 사람들이 상추잎이나 깻잎을 자꾸자꾸 훑어도 자꾸자꾸 새잎이 돋듯, 모든 푸나무는 꾸준하게 오래오래 자꾸자꾸 새잎을 냅니다. 애벌레를 일부러 키우고 북돋아서 나비로 이끄는 푸나무입니다.


  나비도감을 읽거나 외우는 사람은 무엇을 알까요? 아니, 하나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애벌레와 알과 풀과 나무가 맺는 사이를 바라보지 않으면서 나비도감만 들여다본들 무엇을 알까요? 다 자란 어미새만 바라보는 ‘새바라기’로 무엇을 알까요? 나무가 없는 데에서는 새가 못 삽니다. 나무가 없는 메마른 곳에서 살아남는 새는 새다운 빛이 사라집니다. 나무를 안 들여다보면서 새만 들여다보면 뭘 알까요?


  집이란, 배움터이자 마을이자 숲일 노릇입니다. 숲은 집이자 배움터에 마을일 노릇입니다. 숲을 되찾으면서 서울(도시)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은 늘어난다지만, 막상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숲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겉모습으로는 겉몸짓만 되풀이하게 마련이요, 속빛을 가꿀 적에 비로소 속살림을 가꿉니다. 소를 몰면서 참하고 착하며 차분하게 살아갈 앞길을 그리는 아이는 가장 더디 돌아가는 길일 수 있어도, 차근차근 더디 배우고 익히면서 먼길을 나아가려고 합니다. 빠른길이란 늘 죽음길이요, 느린길이란 늘 살림길입니다.


ㅅㄴㄹ


“조바심이 일었지만, 코끼리들이 물을 다 마실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코끼리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코니예크는 소들을 데리고 웅덩이 쪽으로 다가갔다. (38쪽)


“무적의 방패, 올 포루오의 손자야. 너는 상처를 입었고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 내가 너의 생명을 구해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네 마음이 나를 기쁘게 해주었으니까.” (81쪽)


코끼리들은 한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코니에크와 송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코끼리들이 발로 건드리기만 해도 죽고 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코니예크는 절대로 코끼리들이 그런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113쪽)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를 피해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움막이 있었고, 마실 양젖이 있었으며 사랑하는 동물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124쪽)


마사이족은 이렇게 믿었다. 위대한 영웅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보통 사람의 영혼은 뱀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고. 코니에크는 뱀이 먹을 수 있도록 땅바닥에 양젖을 조금 짜 주고는 길을 재촉했다. (147쪽)


#TheCalfofthenovember (1997년)

#HilaryRuben


+


《내 친구 11월의 구름》(힐러리 루벤/남진희 옮김, 우리교육, 2000)


마사이족 소년이 보여준 동물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 마사이 겨레 아이가 짐승을 알뜰히 사랑하는 마음을 다룹니다

→ 마사이 겨레 아이가 짐승을 몹시 사랑하는 마음을 다룹니다

4쪽


희뿌연 별들이 반짝일 때였다

→ 별이 희뿌옇게 반작인다

9쪽


11월의 구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 11달 구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 11달 구름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11쪽


푸릇푸릇한 새 옷으로 갈아입은 초원은 코니예크의 마음을 자꾸만 부풀게 했다

→ 푸릇푸릇 새옷으로 갈아입는 들판에서 코니예크는 마음이 자꾸만 부푼다

→ 들판은 푸릇푸릇 새옷으로 갈아입고 코니예크는 마음이 자꾸만 부푼다

12쪽


파르메트의 불만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투덜거린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끓어오른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부아가 난다

14쪽


세상이 만들어지던 때의 마사이족의 시조 이야기

→ 온누리가 태어날 즈음 마사이겨레 옛어른 이야기

→ 이 땅이 생겨날 즈음 마사이겨레 옛사람 이야기

17쪽


외롭게 살고 있던 한 여인이 있었단다

→ 외롭게 살던 아주머니가 있단다

→ 어느 아주머니가 외롭게 살았단다

19쪽


짚으로 만든 모자처럼 생긴 원추형 언덕이 눈에 들어왔지

→ 짚으로 쌓은 갓처럼 생긴 둥근뿔꼴 언덕이 보였지

→ 짚가리처럼 생긴 둥글뿔꼴 언덕이 보였지

20쪽


둥근 달이 중천에 떠 있는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

→ 둥근달이 높이 뜬 늦은 때에 닿았지

→ 둥근달이 밝게 뜬 늦은 때에 닿았지

22쪽


그런 다음 여인은 초막에 들어가 잠을 청했지

→ 그런 다음 아줌마는 짚막에 들어가 잤지

→ 그런 다음 아주머니는 풀막에 들어가 잤지

23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요

→ 처음부터 다시 하면 안 될까요

25쪽


소가죽 위에 아이들은 큰 대자로 누워 있었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벌러덩 누웠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벌렁 누웠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드러누웠다

26쪽


선창을 하자 다른 사람들은

→ 먼저 부르자 다른 사람들은

→ 메기자 다른 사람들은

31쪽


파르메트의 비겁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고얀 파르메트를 놓고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더러운 파르메트를 놓고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40쪽


사람들에게 기습당한 일을 알렸다

→ 덜컥 맞았다고 사람들한테 알렸다

→ 벼락을 맞았다고 알렸다

→ 느닷없이 맞았다고 알렸다

52쪽


해열제 역할을 하는

→ 몸을 식히는

→ 몸을 가라앉히는

58쪽


잡념은 끊임없이 솟아나

→ 보풀은 끊임없이 솟아나

→ 눈꼽은 끊임없이 솟아나

66쪽


코끼리들이 부는 트럼펫 소리가 아스라이

→ 코끼리떼가 부는 나팔소리가 아스라이

→ 코끼리떼가 나팔부는 소리가 아스라이

66쪽


코니예크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 코니예크가 생각난 탓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78쪽


많은 아이를 낳은 여인은 다시

→ 아이를 많이 낳은 분은 다시

95쪽


새끼 하마는 어미 곁을 한가로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새끼 물뚱이는 어미 곁을 느긋이 돌아다닌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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