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와 숲의 신 5
쿠레이시 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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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7.

사람한테 돌아가는 몫


《소말리와 숲의 신 5》

 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10.31.



  나라살림이 마른다고들 하지만, 나라일을 맡은 이들은 스스로 일삯을 줄이지 않습니다. 일삯뿐 아니라 일터를 줄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하면서 들숲을 지키거나 늘릴 생각이란 없이, 오히려 들숲을 깎고 밀어서 부릉부릉 매캐하게 내달리는 까만길로 바꾸기 일쑤입니다. 깨끗한 바다에 햇볕판·바람개비를 때려박는 데에 목돈을 쏟아붓기도 하는데, 나라에서 벌인 적잖은 일거리를 보면 뒷돈이 너무 춤춥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살림이 마르거나 모자란 적은 없다고 느낍니다. 나라일꾼을 비롯해서 우두머리·벼슬아치·글바치·돈바치가 나란히 뒷돈을 나눠먹거나 빼돌릴 뿐입니다. 살림을 말 그대로 “살리는 일과 자리와 터”에 쓴다면 누구나 즐거우면서 푸르게 살아갈 수 있어요.


  《소말리와 숲의 신 5》(구레이시 야코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돌아봅니다. 그림꽃님은 이 그림꽃을 더 그리지 못 합니다. 아마 몸져누워서 더 못 그리는구나 싶은데, 소말리는 “드물게 살아남은 사람아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은 ‘이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고서 괴롭히고 마구 죽이다가 그만 사람나라 스스로 망가지고 무너졌다지요. 이러면서 ‘이웃’은 사람을 더는 꼴보기싫을 뿐 아니라, 어딘가 숨거나 남은 사람이 있으면 닥치는 대로 갈기갈기 찢어서 잡아먹기를 바란다지요.


  예나 이제나 어느 곳에서나 매한가지인데, 썩은 나라일꾼이 흘러넘치지만, 착한 나라일꾼이 드문드문 있습니다. 벼슬아치나 글바치가 썩어문드러져도 벼슬이며 글하고 동떨어진 곳에서 참하게 살림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이 별이 아직 멀쩡하거나 굴러간다면, 안 썩었을 뿐 아니라 착하고 참한 사람이 제법 많기 때문이지 싶어요.


  그러니까 ‘이웃’이 모두 사람을 미워하거나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착하고 참한 사람을 겪은 적이 있는 이웃은 사람을 따사로이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없이 모든 ‘숨결’을 숨결 그대로 마주하는 이웃도 사람아이를 나쁘거나 좋게 바라보지 않아요. 그저 ‘사람도 이웃도 나란한 숨결’이라는 마음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습니다. 이웃도 이웃이 한 일 그대로 돌려받아요. 풀꽃나무도 매한가지입니다. 착하게 살아가고 참하게 살림하고 차분하게 사랑하는 숨결은 언제나 착하고 참하면서 차분한 앞길을 그리고 폅니다.


  오늘 우리가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는지 되새겨야지 싶습니다. 넉넉한 살림살이를 어디에 어떻게 다루거나 쓰거나 펴는지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터전을 물려받아서 새어른으로 즐겁게 서서 새아이를 기쁘게 낳을 사랑터로 가꿀는지 생각할 때라야 비로소 사람이자 숨결이며 이웃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어릴 적의 소말리는 어떤 느낌이었어?” “지금도 손이 많이 가지만, 옛날엔 더 대단했다.” (29쪽)


“예뻐.” “나로선, 그걸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 “단어의 의미는 이해한다. 허나, 공감하진 못한다.” (43쪽)


“어젯밤부터 고민했다. 너에게 전할 말이 있다. 거기 있는 짐승의 이름은 코미도리 소말리. 처음 널 발견한 자다. 그 이름을 따서, 널 ‘소말리’라고 부르겠다.” (56∼57쪽)


“전에 내가 만든 과자를 맛있다고 말했지?” “응.” “또 먹고 싶어?” “다같이 먹고 싶어.” (99쪽)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바꿀 만큼, 인간은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과거의 업보 때문에 현재도 인간을 용서할 수 없다는 거야? 그건 엉뚱한 화풀이야.” … “아니, 틀려. 모두 그 덕분에 배웠거든. 양립할 수 없는 종족도 있다는걸. 인간을 박해하고 있는 편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136쪽)


#ソマリと森の神様 

#暮石ヤコ


노예상의 짐마차인가

→ 놉장사 짐수레인가

→ 종장사 달구지인가

18쪽


나는 아이와 두 번째 해후를 했다

→ 나는 아이와 다시 만났다

→ 나는 아이와 또 마주했다

1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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