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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11월의 구름 ㅣ 힘찬문고 22
힐러리 루벤 지음, 남진희 옮김 / 우리교육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9.17.
푸른책시렁 175
《내 친구 11월의 구름》
힐러리 루벤
남진희 옮김
우리교육
2000.11.30.
머리카락을 스치고 나비가 날아가는 줄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눈앞에 잠자리가 날아도 못 느끼는 사람이 숱합니다. 철마다 바뀌는 바람결을 안 느끼는 사람이 넘칩니다. 아침저녁으로 해가 다르게 흐르는 줄 모르는 사람이 가득합니다.
나비를 알고 싶다면서 ‘나비도감’을 외우는 이는 “죽을 때까지 나비를 모르”게 마련입니다. 왜 그럴까요? 나비는 ‘책에 갇힌 생물학 정보’가 아니거든요. 나비는 알에서 깨어나서 애벌레로 한참 갈며 잎을 갉다가 바로 ‘스스로 갉은 잎’을 낸 푸나무가 꽃을 피우기 앞서 고치에 깃들고서 어느새 날개돋이를 한 뒤에, 꽃가루받이를 하는 놀라운 숨결이거든요.
푸른글 《내 친구 11월의 구름》은 여러 삶길을 들려줍니다. 소몰이를 하면서 철빛과 삶빛과 사람빛을 헤아리는 아이가 있다면, 소몰이를 하되 철빛도 삶빛도 사람빛도 등지는 아이가 있어요.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익힐 적에 스스로 어진 사람으로 거듭날는지 살피는 어른이 있다면,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아예 모르거나 손놓거나 등돌린 꼰대가 있어요.
나비가 없는 곳에서 열매를 맺을까요? 나비로 거듭나기 앞서 애벌레일 적에 잎을 너무 갉나요? 그러나 모든 푸나무는 잎을 한 벌만 내지 않아요. 사람들이 상추잎이나 깻잎을 자꾸자꾸 훑어도 자꾸자꾸 새잎이 돋듯, 모든 푸나무는 꾸준하게 오래오래 자꾸자꾸 새잎을 냅니다. 애벌레를 일부러 키우고 북돋아서 나비로 이끄는 푸나무입니다.
나비도감을 읽거나 외우는 사람은 무엇을 알까요? 아니, 하나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애벌레와 알과 풀과 나무가 맺는 사이를 바라보지 않으면서 나비도감만 들여다본들 무엇을 알까요? 다 자란 어미새만 바라보는 ‘새바라기’로 무엇을 알까요? 나무가 없는 데에서는 새가 못 삽니다. 나무가 없는 메마른 곳에서 살아남는 새는 새다운 빛이 사라집니다. 나무를 안 들여다보면서 새만 들여다보면 뭘 알까요?
집이란, 배움터이자 마을이자 숲일 노릇입니다. 숲은 집이자 배움터에 마을일 노릇입니다. 숲을 되찾으면서 서울(도시)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맨발걷기를 하는 사람은 늘어난다지만, 막상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숲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겉모습으로는 겉몸짓만 되풀이하게 마련이요, 속빛을 가꿀 적에 비로소 속살림을 가꿉니다. 소를 몰면서 참하고 착하며 차분하게 살아갈 앞길을 그리는 아이는 가장 더디 돌아가는 길일 수 있어도, 차근차근 더디 배우고 익히면서 먼길을 나아가려고 합니다. 빠른길이란 늘 죽음길이요, 느린길이란 늘 살림길입니다.
ㅅㄴㄹ
“조바심이 일었지만, 코끼리들이 물을 다 마실 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코끼리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코니예크는 소들을 데리고 웅덩이 쪽으로 다가갔다. (38쪽)
“무적의 방패, 올 포루오의 손자야. 너는 상처를 입었고 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야. 내가 너의 생명을 구해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해. 네 마음이 나를 기쁘게 해주었으니까.” (81쪽)
코끼리들은 한 발짝쯤 떨어진 곳에서 코니에크와 송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코끼리들이 발로 건드리기만 해도 죽고 말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코니예크는 절대로 코끼리들이 그런 엉뚱한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113쪽)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를 피해 따뜻하게 잘 수 있는 움막이 있었고, 마실 양젖이 있었으며 사랑하는 동물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124쪽)
마사이족은 이렇게 믿었다. 위대한 영웅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보통 사람의 영혼은 뱀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고. 코니에크는 뱀이 먹을 수 있도록 땅바닥에 양젖을 조금 짜 주고는 길을 재촉했다. (147쪽)
#TheCalfofthenovember (1997년)
#HilaryRub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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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11월의 구름》(힐러리 루벤/남진희 옮김, 우리교육, 2000)
마사이족 소년이 보여준 동물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 마사이 겨레 아이가 짐승을 알뜰히 사랑하는 마음을 다룹니다
→ 마사이 겨레 아이가 짐승을 몹시 사랑하는 마음을 다룹니다
4쪽
희뿌연 별들이 반짝일 때였다
→ 별이 희뿌옇게 반작인다
9쪽
11월의 구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 11달 구름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 11달 구름이라는 이름을 받는다
11쪽
푸릇푸릇한 새 옷으로 갈아입은 초원은 코니예크의 마음을 자꾸만 부풀게 했다
→ 푸릇푸릇 새옷으로 갈아입는 들판에서 코니예크는 마음이 자꾸만 부푼다
→ 들판은 푸릇푸릇 새옷으로 갈아입고 코니예크는 마음이 자꾸만 부푼다
12쪽
파르메트의 불만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투덜거린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끓어오른다
→ 파르메트는 갈수록 부아가 난다
14쪽
세상이 만들어지던 때의 마사이족의 시조 이야기
→ 온누리가 태어날 즈음 마사이겨레 옛어른 이야기
→ 이 땅이 생겨날 즈음 마사이겨레 옛사람 이야기
17쪽
외롭게 살고 있던 한 여인이 있었단다
→ 외롭게 살던 아주머니가 있단다
→ 어느 아주머니가 외롭게 살았단다
19쪽
짚으로 만든 모자처럼 생긴 원추형 언덕이 눈에 들어왔지
→ 짚으로 쌓은 갓처럼 생긴 둥근뿔꼴 언덕이 보였지
→ 짚가리처럼 생긴 둥글뿔꼴 언덕이 보였지
20쪽
둥근 달이 중천에 떠 있는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
→ 둥근달이 높이 뜬 늦은 때에 닿았지
→ 둥근달이 밝게 뜬 늦은 때에 닿았지
22쪽
그런 다음 여인은 초막에 들어가 잠을 청했지
→ 그런 다음 아줌마는 짚막에 들어가 잤지
→ 그런 다음 아주머니는 풀막에 들어가 잤지
23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요
→ 처음부터 다시 하면 안 될까요
25쪽
소가죽 위에 아이들은 큰 대자로 누워 있었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벌러덩 누웠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벌렁 누웠다
→ 아이들은 소가죽에 드러누웠다
26쪽
선창을 하자 다른 사람들은
→ 먼저 부르자 다른 사람들은
→ 메기자 다른 사람들은
31쪽
파르메트의 비겁함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고얀 파르메트를 놓고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 더러운 파르메트를 놓고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40쪽
사람들에게 기습당한 일을 알렸다
→ 덜컥 맞았다고 사람들한테 알렸다
→ 벼락을 맞았다고 알렸다
→ 느닷없이 맞았다고 알렸다
52쪽
해열제 역할을 하는
→ 몸을 식히는
→ 몸을 가라앉히는
58쪽
잡념은 끊임없이 솟아나
→ 보풀은 끊임없이 솟아나
→ 눈꼽은 끊임없이 솟아나
66쪽
코끼리들이 부는 트럼펫 소리가 아스라이
→ 코끼리떼가 부는 나팔소리가 아스라이
→ 코끼리떼가 나팔부는 소리가 아스라이
66쪽
코니예크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가슴이 답답해졌다
→ 코니예크가 생각난 탓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78쪽
많은 아이를 낳은 여인은 다시
→ 아이를 많이 낳은 분은 다시
95쪽
새끼 하마는 어미 곁을 한가로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새끼 물뚱이는 어미 곁을 느긋이 돌아다닌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