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물 이야기 1
배성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4.9.17.

맑은책시렁 323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

 배성호

 철수와영희

 2024.5.5.



  우리말 ‘어른’은 ‘얼찬이’를 가리킵니다. 얼이 찬 사람이요, 얼이 참하거나 참다운 사람일 적에 ‘얼찬이·어른’입니다. ‘어린이’는 얼이 익어가는 길에 서는 사람입니다. 새로 태어나서 몸을 입은 어린이는 어른 곁에서 사랑받으면서 하루하루 삶을 지켜보고 품고 돌아봅니다. 이동안 찬찬히 살림길을 배우니, 이른바 소꿉놀이가 일로 거듭나는 얼거리입니다.


  요사이는 ‘어린이’라는 이름을 흔히 쓰되, 예전에는 ‘아이·어른’으로 갈랐습니다. 예전에는 나이를 가를 적에 ‘어린이·젊은이·늙은이’로 바라보았어요. 철이 들면서 빛나는 얼은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나, 사람을 철과 얼이 아닌 ‘나이’로만 보려고 하면 “덜 든 철(어린이)·다리를 저는 철(젊은이)·낡아가는 철(늙은이)”로 가른 셈입니다.


  덜 든 철이기에 이모저모 지켜보고 놀면서 배워요. 다리를 저는 철이기에 이모저모 부딪히면서 몸으로 익혀요. 낡아가는 철이기에 잔소리가 많아 꼰대스러워요.


  이와 달리 ‘아이·어른’은 둘 사이에 오직 사랑을 놓으면서 철이 무르익는 결을 그립니다. 아이는 어른 곁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철이 들어요. 어른은 아이 곁에서 사랑을 하면서 철이 들지요.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배성호, 철수와영희, 2024)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넉 달 즈음 자리맡에 책을 놓으면서 곱씹습니다. 우리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삼습니다. 그런데 ‘나이로 긋는 이름’인 ‘어린이’가 아닌 ‘아이날’로 삼는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느껴요. 5월 8일도 ‘아이를 낳은 어른’인 ‘어버이’만 살피기보다는 두루 품는 ‘어른날’로 삼는다면 참으로 다르리라 봅니다.


  철을 익혀가는 아이로 보고, 철을 익힌 어른으로 볼 적에, 아이하고 어른은 늘 사랑으로 만나게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잊다가 잃는 길이 바로 사랑이요 철이요 빛이며 꿈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1922년 5월 1일은 ‘천도교 소년회 창립일’이고, 방정환 님은 일본으로 건너가서 1923년 3월 16일에 도쿄에서 ‘색동회’를 꾸리면서 《어린이》를 펴냈으며, 이해부터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삼아서 천도교당에서 크게 알립니다. 몇 해 지나 1928년부터 5월 5일로 바꿉니다. 1939년부터 끊기다가 1946년에 되살아납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되살리고 색동회에서 앞장선 ‘어린이날 행사’는 ‘어린이를 꼭둑각시처럼 노리개로 앞세워서 어른들 앞에서 매스게임 보여주기’라는 얼거리로 오래도록 폈어요. 이런 얼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지나서까지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숱한 어린이는 어린이날에 못 쉬고 못 놀 뿐 아니라, 어린이날을 앞두기까지도 헤매고 지치면서 ‘매스게임 준비’에 시달렸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3월 3일을 ‘어린순이날(히나마쓰리ひなまつり)’로, 5월 5일을 ‘어린돌이날(코이노보리こいのぼり)’로 삼습니다. 히나마쓰리에는 ‘히나 인형’을, 코이노보리에는 ‘잉어 깃발’을 드날리지요. 곰곰이 보면 ‘こどもの日’를 고스란히 옮긴 말씨인 ‘어린이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방정환 님이 여민 《어린이》라는 책에 실린 숱한 이야기와 글과 놀이는 ‘일본 어린이잡지’에 먼저 실렸거든요. 방정환 님은 ‘일본을 거친 번안동화’를 우리나라에 잔뜩 들였습니다.


  《선생님, 방정환이 누구예요?》를 펴면, 65쪽에 ‘소년○○일보’가 ‘어린이○○’로 바뀌었다고 짚는데, ‘소년○○일보’가 이름을 바꾸기 앞서 전남 광주에서 ‘어린이신문 굴렁쇠’가 태어나서 꽤 오래 나왔습니다. 글님이 미처 몰랐을 수 있습니다만, 《굴렁쇠》라는 어린이신문이 진작 나와서 ‘소년○○일보’가 왜 어떻게 얄궂은가를 나무라면서 새길을 연 대목을 짚을 수 있어야 어울릴 텐데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방정환 님 《어린이》가 미처 짚지 못 한 대목도 돌아볼 만했을 테고요.


  또한 방정환 님은 다른 때도 아닌 ‘일제강점기’에 ‘얼음(かき氷·빙수)’을 그토록 즐겼습니다. 피죽도 먹기 힘들어 고단하고 가난하던 사람들이 수두룩하던 때에 방정환 님은 ‘가난한 어린이’는 도무지 못 헤아렸을까요?


ㅅㄴㄹ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어린이’라는 말은 방정환 덕분에 널리 쓰이게 되었어요. (37쪽)


이밖에도 동요 〈퐁당퐁당〉, 〈옹달샘〉,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 윤석중의 노래도 《어린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43쪽)


어린이가 일하는 노동자들 못지않게 천대받고 무시받았던 상황을 고려해서 어린이날을 정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56쪽)


화폐 속에 어린이들을 넣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94쪽)


하지만 방정환은 여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작가인 김명순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잡지에 잘못된 내용으로 나쁘게 썼습니다. 김명순 작가는 이를 바로 고치라면서 사과를 요구했지만, 방정환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02쪽)


+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힘든 생활을 했지만

→ 집안이 어려우면서 힘들게 살지만

4쪽


어린이날을 만들면서 새로운 희망을 열어 간 방정환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여행을 출발해 볼까요

→ 어린이날을 선보이면서 새길을 열어 간 방정환 님과 함께 길을 떠나 볼까요

→ 어린이날을 외치면서 새빛을 열어 간 방정환 어른과 함께 길을 나서 볼까요

5쪽


힘든 상황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며 지냈어요

→ 힘들지만 꺾이지 않고 힘껏 배우며 지냈어요

→ 힘들어도 풀죽지 않고 애써 배우며 지냈어요

15쪽


모임을 만들었어요

→ 모임을 열었어요

→ 모였어요

17쪽


신분 차별을 받던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입니다

→ 굴레에 갇힌 사람들이 크게 반겼습니다

→ 낮잡히던 사람들이 몹시 기뻐했습니다

21쪽


한시도 쉬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어린이들과 만났습니다

→ 한때도 쉬지 않고 온나라 어린이와 만납니다

→ 조금도 쉬지 않고 골골샅샅 어린이와 만납니다

26쪽


그의 헌신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이끌었어요

→ 이분은 우리나라가 홀로서도록 몸바쳤어요

→ 이분은 우리가 홀로서도록 온땀을 바쳤어요

31쪽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린이를 위한 잡지를 공들여 만들었답니다

→ 삶을 마치는 때까지 어린이 달책을 땀쏟아 엮었답니다

40쪽


부록으로 보드게임을 제공하고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열었습니다

→ 곁딸려 말놀이를 나눠주고 여러 볼거리를 열었습니다

→ 덧으로 판놀이를 내놓고 갖가지 잔치를 열었습니다

→ 덤으로 한판놀이를 주고 가지가지 놀이판을 열었습니다

41쪽


〈기찻길 옆 오막살이〉 등 윤석중의 노래도 《어린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어요

→ 〈기찻길 옆 오막살이〉 같은 윤석중 노래도 《어린이》에 실어 널리 알려집니다

43쪽


노동자의 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습니다

→ 일꽃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잡습니다

→ 일꾼날인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삼습니다

56쪽


어린이날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 어린이날 발자취를 다시 생각해 보기를 빕니다

→ 어린이날 발걸음을 다시 돌아기를 바랍니다

61쪽


화폐 속에 어린이들을 넣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와 희망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 어린이를 그려 넣은 돈으로 그 나라 앞날과 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94쪽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고객들을 배려하고 편의를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 어린담을 세운 사람은 다른 손님을 헤아리고 맞추려는 뜻이라고 합니다

→ 어린이담을 높인 사람은 다른 손님을 살피고 보아주려고 한답니다

98쪽


하지만 방정환은 여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방정환은 순이를 잘못 바라보았습니다

→ 그러나 방정환은 순이를 깔봤습니다

→ 그러나 방정환은 순이를 얕봤습니다

102쪽


잘못된 내용으로 나쁘게 썼습니다

→ 틀린 줄거리로 나쁘게 썼습니다

10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