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심은 콩에

맨 처음엔

아무 일 없었어요


며칠이 지나도

그냥 맨흙이었어요


이러다가

이레가 지나며 조그마니

싹이 텄고

떡잎이 벌어지고

줄기가 굵어지더니

눈부시도록 하얀 꽃이

얌전히 피었지요


꽃이 지면서

어찌 된 줄 아셔요?


올망졸망 푸른 것이

살짝 나타나더니

어느새 굵어지고 커져서

꼬투리가 맺혔어요


이제

콩씨가 콩알로 바뀌어

즐겁게 거둘 때가

되었답니다


석 달 만이에요



2016.6.29.물.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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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36] 걸음마다



  이 걸음마다 숲노래를

  저 걸음마다 웃음꽃을

  그 걸음마다 살림꿈을



  우리가 걷는 걸음마다 이야기를 싣습니다. 스스로 나아가려는 이야기를 싣고, 스스로 짓고 싶은 이야기를 싣습니다. 더 좋거나 나쁜 이야기란 따로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겪으면서 마음에 담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걸음에 짜증을 실을 수 있고, 저 걸음에 미움을 실을 수 있어요. 이 걸음에 사랑을 실을 수 있고, 저 걸음에 어깨동무를 실을 수 있어요. 2016.8.2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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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151. 나뭇잎배



  겨울이 막 끝난 새봄에 골짜기에서 어떤 놀이를 할 만할까요? 이즈음 골짝물은 매우 차갑기에 몸을 담그면서 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겨우내 잔뜩 떨어져서 쌓인 가랑잎이 수북합니다. 골짜기 가랑잎은 겨우내 얼마나 잘 마르고 멋지게 쌓였는지 모릅니다. 놀이순이는 가랑잎을 엮은 나뭇잎배(가랑잎배)를 골짝물에 띄웁니다. 바윗돌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면서 나아가는 모습을 기쁘게 지켜봅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즐거운 놀이를 가슴에 담습니다. 놀 수 있으니 즐겁고, 놀도록 할 수 있으니 반갑습니다. 놀이하는 하루가 신나게, 놀이하도록 짓는 살림이 아름답습니다. 2016.8.2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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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나는

곳이 됩니다.


이곳저곳 골골샅샅

그곳에도 골고루


곱게 꿈꾸는

곳이 되어요.


곧게 서고

고이 웃고

고슬고슬 고소한

고마운 살림꽃씨를

곳곳에 심지요.



2016.6.17.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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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335] 진달래빛



  봄이 찾아오며 진달래빛

  여름이 찾아오며 찔레빛

  가을이 찾아오며 나락빛



  꼭 그달에만 보고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지는 아름다운 꽃빛이 있습니다. 겨울에는 하늘에서 송이송이 베푸는 눈송이가 꽃송이처럼 흩낱리며 눈꽃이라면, 새봄에는 진달래를 비롯한 수많은 멧꽃하고 들꽃이 봄꽃이에요. 새하얀 찔레꽃이 여름을 부르고, 샛노랗게 익는 열매와 샛노랗게 시드는 잎사귀가 어우러지는 샛노란 물결을 이루는 들판은 가을노래를 불러요. 참말로 그 철에만 마주할 수 있는 고운 빛깔입니다. 2016.8.1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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