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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오줌 영차



  이제부터 네 살 작은아이 밤오줌을 꼬박꼬박 누이기로 한다. 큰아이한테 했듯이 작은아이한테도 똑같이 하자고 생각한다. 큰아이가 밤오줌을 스스로 가릴 수 있을 때까지 밤마다 한 차례씩 큰아이를 안고 밤오줌을 누였다. 자다 보면, 아이들이 갑자기 길게 하품을 하면서 돌아누울 때가 있는데, 바로 이때에 넌지시 묻는다.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근소근 속삭인다. “쉬 할래?” 참으로 나즈막한 목소리로 살짝 묻지만, 아이들은 바로 알아듣는다. 그러고는 “응.” 하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어린 아이인 터라 스스로 일어나지는 못하니, 이때에 아이를 살며시 안아서 마당에 놓은 오줌그릇에 오줌을 누인다.


  날마다 이렇게 밤오줌을 누이는 일은 어려울까, 쉬울까?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다만, 나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밤마다 오줌기저귀 갈며 여러 해를 지냈으니, 밤에 오줌 한 차례 누이는 일은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다. 참말 꼭 한 번만 오줌을 누여 주면 되니까 기저귀 갈던 일과 대면 얼마나 손쉬운지 모른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느낀달까. 큰아이가 밤오줌을 스스로 가릴 때까지 이렇게 했기에, 큰아이는 다섯 살 끝자락부터 혼자 씩씩하게 일어나서 쉬를 한 뒤 잠자리에 누울 수 있다. 작은아이도 한 해 즈음, 이르면 반 해 즈음, 밤마다 살포시 안아서 밤오줌을 누이면 머잖아 스스로 가릴 수 있겠지. 뭐, 사내라서 늦다면 이태 즈음 밤마다 안아서 오줌을 누여도 된다. 그래 보았자 이태뿐 아닌가.


  작은아이 밤오줌을 누이고 나서 이불깃을 새로 여민다. 이제 작은아이도 아침까지 깊이 잠들 수 있겠지. 오줌그릇을 비우고 뒤꼍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별을 보면서 노래를 부른다. 노래 한 가락 부르고 나서 집으로 들어온다. 4347.11.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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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와 여러 아이



  아이 하나를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이 아이가 언제나 어버이 꽁무니에 찰싹 달라붙으며 지내느라 다른 일을 보기 어려웠다. 아이 둘을 돌보며 입히고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할 적에는 두 아이가 서로 달라붙어서 신나게 놀면서 지내니 틈틈이 다른 일을 볼 만하다. 아이가 여럿이라면, 이 여러 아이들은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그야말로 재미나게 소꿉놀이로 하루를 보내리라. 다만, 여러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하자면, 여러 아이들을 먹이자면, 여러 아이들을 한꺼번에 재우자면, 여러 아이들한테 찬찬히 말을 하자면, 꽤나 힘이 들리라.


  아침부터 오줌이불을 빨고 나서,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새로 입히고 하니 훌쩍 낮이 된다. 아이가 서넛이라면, 또는 너덧이라면, 또는 대여섯이라면, …… 가만히 헤아린다. 예전에는 어버이가 이 아이들을 홀로 돌보며 참 고단했겠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큰아이가 동생을 돌보며 여러모로 일손을 덜었을 테고, 큰아이는 동생을 돌보면서 삶이나 사랑을 새로 돌아보았을 테지.


  햇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니 고맙다. 이불도 옷가지도 잘 마르겠다.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서 허리를 펴야겠네. 4347.11.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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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누워서 자기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에는 이리로 몸을 돌리지도 못하고 저리로 몸을 돌리지도 못한다. 이리로 몸을 돌리면 이쪽 아이는 반가워 하지만 저쪽 아이는 서운해 한다. 저리로 몸을 돌리면 저쪽 아이는 달가워 하지만 이쪽 아이는 섭섭해 한다. 나는 꼼짝없이 아주 반듯하게 누워서 하늘만 쳐다보며 자야 한다.


  어느 날 허리가 결려 모로 누웠더니 한쪽 아이가 운다. 반듯이 눕기 힘들어 다른 쪽을 보며 누우니 다른 아이가 운다. 왜 우니. 같이 한 자리에 누워서 자잖니. 그렇지만 아이들 마음은 다르다. 등을 보이면 싫단다. 5분만 등을 보이면서 허리를 펴면 안 될까. 안 된단다. 그러면 아버지가 한쪽 끝에서 자고 너희가 아버지를 바라보도록 모로 누우면 되지. 그러나 그렇게 하기는 싫다. 서로 한쪽 손을 잡거나 한쪽에서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단다.


  아이들은 곯아떨어지고 나서 이리저리 뒹군다. 그야말로 마음껏 구른다. 그렇지만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자다가 수없이 깨어 아이들을 제자리로 눕히고 이불을 여민다. 훌렁 걷어올린 옷을 내려서 배를 덮는다. 이마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비로소 숨을 돌리며 눈을 감을라 치면 이쪽에서, 또 저쪽에서 이불을 뻥뻥 걷어차는 소리를 듣는다. 자다가도 아이들이 걷어차는 발에 하루에 몇 차례씩 허리를 맞으며 잠을 깬다. 다시 몸을 일으켜 이불깃을 여미지만, 이러느라 저러느라 날마다 여러 시간 가볍게 흐른다. 너희들 언제쯤이면 얌전하게 잠들 수 있을까.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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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깥밥 먹은 날



  오랜만에 바깥밥을 먹는다. 〈해피투데이〉라는 잡지에서 우리 도서관을 취재한 뒤 ‘시식권’이라는 종이를 석 장 보내 주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해피투데이〉라는 잡지는 ‘네네치킨’이라는 데에서 펴낸다. 그러니까, 이 잡지에 글을 쓰거나 취재를 받은 이한테 선물로 주는 시식권이지 싶다. 인터넷으로 살피니 전남 고흥에도 지점이 있네. 언제 한 번 가야지 하고 생각한 끝에 한 달 만에 시식권을 쓰기로 하고, 네 식구가 꽤 오랜만에 읍내에서 바깥밥을 먹는다.


  집에서 먹기 어려운 튀김닭을 먹는다. 아직 조그마한 ‘아기 이’이지만 어금니가 야무진 아이들은 신나게 우걱우걱 씹어서 먹는다. 배부르게 먹은 아이들은 폭신한 걸상에서 뒹굴면서 논다. 시골에서 튀김닭을 먹으려면 온 집안에 기름내음이 번지도록 하면서 튀기거나 이렇게 읍내에 나와야 한다.


  모처럼 저녁밥을 내 손으로 안 차리니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이보다는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즐겁다. 집으로 돌아와서 감 한 알 썰어서 준다. 그렇게 먹고도 더 들어갈 배가 있나 보다. 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입힌 뒤 자리에 누인다. 도란도란 자장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가 먼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하지만, 아버지도 이내 곯아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큰아이도 스스로 곯아떨어졌겠지. 큰아이는 곯아떨어지기 앞서, 함께 나란히 누워서 자니 좋다고 속삭인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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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사진은 '바깥밥' 사진이 아닙니다 ^^;; 바깥밥은 사진으로 안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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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릇 꽃접시



  아이들과 지내면서 아이한테 맞추는 접시를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하면서 꽃무늬가 들어간 접시를 네 벌씩 골랐다. 왜 꽃무늬일까?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꽃과 같이 새롭게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나무와 같이 다시 태어나는구나 하고 느낀다. 구름을 보면 구름과 같이, 해를 보면 해와 같이, 별을 보면 별과 같이 우리 마음이 새로운 숨결을 타지 싶다.


  꽃무늬 접시는 꽃집시가 된다. 꽃무늬 그릇은 꽃그릇이 된다. 꽃그릇을 밥그릇으로 삼는다. 꽃접시를 밥접시로 삼는다. 밥을 얹고 반찬을 함께 올린다. 일곱 살 아이도 네 살 아이도 꽃접시를 고이 여긴다. 아이들도 접시가 예쁜 줄 알고 보드라이 다룬다. 아이들이 어떤 옷을 입고 노느냐에 따라 마음도 생각도 넋도 한결 새로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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