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배움자리 19. 놀이터 나들이



  우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면소재지 학교에 간다. 우리는 놀이터를 찾아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 나들이를 간다. 여덟 살 사름벼리는 처음 초등학교에 갔던 날을 가끔 떠올린다. 아침에 일산 할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는데, 할머니한테 “벼리 학교에 한 번 가 봤는데, 답답했어.” 하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뛸 수 없고, 책상맡에 꼼짝없이 있어야 하는데다가, 조잘조잘 떠들어도 안 되고, 보고픈 책을 아무 때나 볼 수 없으며, 그리고픈 그림도 아무 때나 그릴 수 없고, 골마루나 운동장을 하루 내내 실컷 뛰거나 달리면서 놀 수 없으니, 우리 아이한테는 학교가 더없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가? 우리는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쳐야 하는가? 아이를 학교라고 하는 건물에 가두어 ‘놀이’를 모두 빼앗지 않는가? ‘중간놀이 시간’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아이들이 아주 괴로워서 죽으려고 하는 몸부림을 겨우 엿보고는 그나마 이렇게 숨통을 틔워 놓을 뿐 아닌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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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신 어머니 신


  아이들이 저마다 아버지 신과 어머니 신을 꿴다. 저희 신이 있으면서 굳이 아버지 신과 어머니 신을 발에 꿴다. 커다란 신을 발에 꿴 아이들은 질질 끌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큰 신을 꿰며 걸으니 재미있다. 아이들은 걸음걸음이 가벼운 날갯지이면서 놀이로 다시 태어난다. 4348.3.28.흙.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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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배움자리 18.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놀 때에 아름답다. 아이들은 공부할 때에 아름답지 않다. 다만, 아이들은 배울 때에도 아름답고, 가르칠 때에도 아름답다. 어른들은 생각을 똑바로 해야 하는데, 아이는 어른한테서 배우기만 하는 숨결이 아니다. 배우는 아이는 언제나 ‘배우면서 가르친’다. 이러한 얼거리를 슬기롭게 깨달아 학교를 세우는 어른이 드물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늘날 여느 제도권학교에 다니게 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 뜻있는 교사가 제법 있지만, 그저 공무원인 교사가 아주 많으며, 교과서를 그저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을 기울여서 아이한테 사랑과 꿈을 씨앗으로 심으려고 하는 교사는 얼마나 되는가. 이주와 지난주에 면소재지 초등학교에서 ‘경고장 등기우편’이 한 차례씩 온다. 으레 지나가겠거니 싶은 ‘학교 출석 경고장’인데, 이런 틀(형식)에 박힌 등기우편밖에 쓸 줄 모르는 제도권학교에 어떻게 아이를 보낼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아이를 생각하면서 사랑하려 하는 학교라 한다면,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학교에 행정서류가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학교에는 놀이터가 있어야 하고, 놀이마당과 놀이잔치와 놀이동무가 있으면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집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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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3-28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마음이 와닿아요. 학교에서 행정서류가 모두 사라져야 한다. 너무 마땅한 말인데 이런 날이 올 지...

숲노래 2015-03-28 07:16   좋아요 0 | URL
그런 날이 오도록 해야 한다고 느껴요 ^^
 

[아버지 그림놀이] 풀꽃님 피다 (2015.3.10.)



  이웃님한테 선물로 드리려고 그림을 그린다. 어떤 그림이 내 마음속에서 나올까? 곰곰이 생각을 기울이니, 세모꼴이 나온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하는 ‘숨쉬기’를 할 적에 나타나는 세모꼴이다. 나는 꼭 이 빛깔과 같은 세모꼴이 마음으로 떠올라서, 이 무늬를 그린다. 이 세모꼴에 풀꽃님이 피고, 오늘 이곳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흐른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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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있는


  두 아이가 함께 논다. 두 아이는 서로 아끼면서 논다. 다른 동무들이 있으면 다른 동무들하고 노는데, 아무리 다른 동무들하고 놀더라도 늘 함께 지내는 사이보다 가까울 수 없다. 아이들과 지내며 아이들한테 누가 곁에 있어야 하는가를 곰곰이 헤아린다. 사회에서는 으레 ‘또래’를 말하지만, 꼭 또래가 있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는다. 또래는 있으면 좋으나, 똑같은 틀에 맞추어 길들여지는 곳에 있는 또래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는 않다. 사랑을 나눌 수 있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무가 있으면 된다. 오늘날 학교를 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차림새에 말씨에 지식으로 나아가고 만다. 이러면서 하나같이 삶과 동떨어진다고 느낀다. 집이 배움터가 되고, 보금자리가 삶터가 되면서, 마을이 숲이 될 수 있는 길을 그린다. 너와 내가 가슴속에서 싱그럽게 피어나는 님이 되는 길을 그린다. 4348.3.25.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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