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2] 꽃바라기



  시골에서 노는 아이들은 늘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바라봅니다. 차츰 찬바람으로 바뀌는 늦가을에도 풀이랑 꽃이랑 나무를 바라보기는 똑같지만, 이무렵에는 해가 잘 드는 곳을 찾아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겨울에도 해바라기를 하며 놀아요. 그러니까, 낮에는 ‘풀바라기·꽃바라기·나무바라기’를 하면서 놉니다. 밤에는 ‘별바라기·달바라기’를 하며 놀지요. 해나 별을 보려고 하늘로 고개를 돌려 눈길을 두기에 ‘하늘바라기’입니다. 자전거를 달려 바다로 나들이를 가면 ‘바다바라기’예요. 샛노란 가을들을 누리려고 논둑길을 거닐 적에는 ‘들바라기’입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사랑하기에 ‘숲바라기’가 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갖 놀이를 즐기니 ‘놀이바라기’가 되고요.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는 어버이를 사랑합니다. 서로 ‘사랑바라기’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가슴에 꿈을 품기에 ‘꿈바라기’입니다. 살림을 함께 짓는 곁님을 보살피면서 ‘님바라기’입니다. 책을 좋아하면 ‘책바라기’이고, 영화를 즐기면 ‘영화바라기’입니다. 돈이 좋으면 ‘돈바라기’일 테며, 노래가 좋으면 ‘노래바라기’예요. 비 내리는 소리와 냄새를 좋아해서 ‘비바라기’요, 눈 내리는 결이랑 빛을 좋아해서 ‘눈바라기’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바라기로 삶을 짓는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4348.10.1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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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1758) 대안적


 대안적 시각 → 다른 눈길 / 새로운 눈길

 대안적 삶 → 다른 삶 / 새로운 삶

 대안적 유아교육 → 다른 유아교육 / 새 육아교육

 대안적 공동체 → 다른 공동체 / 새로운 두레


  ‘대안적’은 한국말사전에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는 ‘대안(代案)’만 싣고, 이 한자말은 “어떤 안(案)을 대신하는 안”을 뜻합니다. ‘대신(代身)하다’는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다”를 뜻해요. 그러니, ‘대안’이란 “새로 맡는 안”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대안을 내놓다”는 “다른 생각을 내놓다”나 “새로운 생각을 내놓다”로 손볼 만하고, “대안을 제시하다”는 “다른 생각을 내놓다”나 “새로운 생각을 내놓다”로 손볼 만합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다”는 “현실에 맞는 다른 길을 찾다”나 “현실에 맞춰 새로운 길을 찾다”로 손볼 만하지요.


  요즈음은 “대안 교육”이나 “대안적 교육”을 흔히 이야기합니다. 교육을 놓고 ‘대안·대안적’을 따진다면 “새로운 교육”이나 “틀에 박히지 않는 교육”이나 “다른 교육”이나 “다른 삶을 나누는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4348.10.12.달.ㅅㄴㄹ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배움터

→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 교육을 펼치는 배움터

→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대안’ 교육을 나누는 배움터

→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다른’ 교육을 하는 배움터

→ 대안학교는 말 그대로 ‘새로운’ 길을 가르치고 배우는 터

《윤성근-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매진,2009) 78쪽


삶을 살아가는 기본적인 기술을 익혀야 대안적인 생각도 떠올릴 수 있다는

→ 살아가는 기본 기술을 익혀야 다른 생각도 떠올릴 수 있다는

→ 삶을 짓는 바탕이 될 솜씨를 익혀야 새로운 생각도 떠올릴 수 있다는

→ 살림을 짓는 밑솜씨를 익혀야 새 생각도 떠올릴 수 있다는

《김선영-가족의 시골》(마루비,2015) 14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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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11) 쇠하다衰


 근력이 쇠하다 → 힘이 빠지다 / 근육 힘이 줄다

 원기가 쇠하다 → 기운이 사그라들다 / 기운이 다하다

 기력이 쇠하다 → 힘이 빠지다 / 힘이 사라지다

 형세가 쇠하다 → 살림살이가 줄다 / 살림이 기울다


  ‘쇠(衰)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점점 줄어서 약해지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약(弱)하다’는 “힘의 정도가 작다”나 “견디어 내는 힘이 세지 못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쇠하다’는 “힘이나 세력이 차츰 줄어서 힘이 작거나 세지 못하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뜻풀이를 살핀다면 “힘이 줄어서 힘이 작거나 여리다”를 가리키는 ‘쇠하다’인 만큼, “기운이 쇠하다”라든지 “근력이 쇠하다”라든지 “원기가 쇠하다”라든지 “기력이 쇠하다”처럼 쓰는 글월은 모두 겹말이라 할 만합니다. 그냥 ‘쇠하다’만 써야 올바르다고 할 만해요. 더 헤아려 보면, 처음부터 “기운이 빠지다”나 “기운이 다하다”나 “힘이 줄다”나 “힘이 사라지다”처럼 쓰면 될 노릇입니다. 4348.10.12.달.ㅅㄴㄹ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쇠하여

→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빠져서

→ 생명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사라져서

→ 목숨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없어져서

→ 목숨을 실어 나르는 기운이 사그라들어

《지율-초록의 공명》(삼인,2005) 58쪽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쇠했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늙어 죽었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스러졌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무너졌는가?

→ 주나라를 다스렸던 주공이 다 됐는가?

《홍대용/이숙경,김영호 옮김-의산문답》(꿈이있는세상,2006) 22쪽


쇠해 가는 늘그막의 나이에

 저물어 가는 늘그막 나이에

→ 기운이 거의 다 빠진 늘그막에

 힘이 거의 없는 늘그막에

→ 이제 죽어 가는 늘그막에

→ 저물어 가는 늘그막에

→ 시들어 가는 늘그막에

→ 앙상해지는 늘그막에

→ 곧 죽을 늘그막 나이에

→ 죽음을 앞둔 늘그막 나이에

《강세황/박동욱·서신혜 옮김-표암 강세황 산문전집》(소명출판,2008) 17쪽


기력이 쇠해진 남편의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기운이 없는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힘이 빠진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 골골거리는 남편 목소리가 마음이 쓰여

《김선영-가족의 시골》(마루비,2015) 87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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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1) 자멸의


 스스로 자멸의 늪에 빠지다 → 스스로 죽는 늪에 빠지다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 →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걷는다

 자멸의 끝은 어디인가 → 스스로 망가지는 끝은 어디인가


  ‘자멸(自滅)’은 “스스로 자신을 망치거나 멸망”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망가지다”나 “스스로 죽다”나 “스스로 무너지다”라고 하면 돼요. 애써 ‘자멸 + 의’ 꼴로 써야 하지 않습니다. 4348.10.11.해.ㅅㄴㄹ



자멸의 길을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자멸하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스스로 죽는 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 죽음길을 쉼 없이 달립니다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149쪽


+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72) 정주의


 정주의 삶 → 뿌리내리는 삶 / 한곳살이

 정주의 결심 → 뿌리내릴 다짐 / 한곳에서 살 다짐


  ‘정주(停駐/停住)’라는 한자말은 “어떤 장소에 머무름”을 뜻한다고 합니다만, 이 한자말은 거의 안 쓴다고 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한국말 ‘머물다·머무르다’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뿌리내리다’나 ‘뿌리를 내리다’처럼 널리 씁니다. 한자말 ‘정주’에 ‘-의’를 붙이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4348.10.11.해.ㅅㄴㄹ



이제부터는 정주의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머무는 날을 보내자

→ 이제부터는 한곳에 머물며 살자

→ 이제부터는 한자리에서 살자

→ 이제부터는 뿌리내려서 살자

《쓰지 신이치·가와구치 요시카즈/임경택 옮김-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눌민,2015) 61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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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좀 생각합시다 10


 햇빛 햇살 햇볕


  해에서 흐르는 기운을 여러모로 가릅니다. ‘햇빛’이 있고, ‘햇살’이 있으며, ‘햇볕’이 있어요. 세 낱말은 쓰임새가 다르고 뜻이 달라요. 그러니, 이렇게 세 갈래로 꼴을 다르게 해서 쓰지요.


  햇빛은 말꼴대로 ‘빛’을 가리킵니다. 빛이란 무엇일까요? 빛깔이나 무늬를 알아보도록 하는 밝은 기운입니다. 햇살은 말꼴대로 ‘살’을 가리킵니다. 살이란 무엇일까요? 빛이 퍼지는 줄기를 살이라고 합니다. 햇볕은 말꼴대로 ‘볕’을 가리킵니다. 볕이란 무엇일까요?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모든 목숨이 따뜻하도록 하는 기운입니다.


  그러니, 햇볕을 놓고 ‘밝다’라든지 ‘눈부시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습니다. 햇살이나 햇빛을 놓고 ‘따뜻하다’라든지 ‘뜨겁다’라든지 ‘포근하다’라는 낱말로 나타낼 수 없어요.


  말을 쓸 적에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어느 말 한 마디가 어떻게 태어났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왜 이렇게 말을 가르거나 나누어서 먼먼 옛날부터 쓰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헤아려야 합니다.


  어느 때에 따갑거나 눈부시다고 느낄까요? 해가 곧게 내쏘는 기운을 느낄 적에 따갑거나 눈부시겠지요. 바로 햇살이 따갑거나 눈부십니다. 어느 때에 밝거나 맑거나 어둡거나 흐릴까요? 해가 비추는 빛에 따라서 밝기가 달라질 테지요. 어느 때에 따뜻하거나 춥거나 포근하거나 아늑하거나 서늘할까요? 햇볕이 어느 만큼 내리쬐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테지요.


  해바라기를 가만히 하면서 해하고 얽힌 낱말을 생각하면 됩니다. 해님을 가만히 마주하고, 해님을 기쁘게 사랑하며, 해님을 넉넉히 품에 안으려는 마음으로 ‘해맑’고 ‘하얀’ 말마디를 생각하면 됩니다. 4348.10.11.해.ㅅㄴㄹ



따스한 햇살 한 줌

→ 따스한 햇볕 한 줌

《이채훈-클래식 400년의 산책》(호미,2015) 154쪽


햇살이 뜨거운 초여름

→ 햇볕이 뜨거운 첫여름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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