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치아 齒牙


 치아가 가지런하다 → 이가 가지런하다

 치아 관리의 첫걸음 → 이를 돌보는 첫걸음

 치아를 뽑다 → 이를 뽑다

 유아 치아 → 어린이 이


  ‘치아(齒牙)’는 “‘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만, 이 같은 말풀이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치아’는 ‘이’를 가리키는 한자말일 뿐입니다. 한국말은 ‘이’하고 ‘이빨’입니다. 여느 자리에서는 ‘이’를 쓰고, 힘주어 말한다거나 짐승을 말할 적에는 ‘이빨’을 써요. 그리고 ‘치약·칫솔’처럼 ‘齒’라는 한자를 붙이기만 하는데, ‘이약·잇솔’처럼 새롭게 쓸 수 있어요.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치아(稚兒)’라는 한자말도 나오고, “= 치자(稚子)”로 풀이합니다. ‘치자’는 “1. 열 살 전후의 어린아이 2. 나이 어린 아들”을 가리킨다는군요. 그러나 ‘稚兒’나 ‘稚子’ 같은 한자말을 쓸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2016.9.8.나무.ㅅㄴㄹ



진 속 인물이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을 필요는 없다

→ 사진에 나오는 사람이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어야 하지는 않다

→ 사진에 찍힌 사람이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을 까닭은 없다

《조세현-조세현의 얼굴》(앨리스,2009) 75쪽


검은 치아 흰 치아를 차례로 올려놓는다

→ 검은 이 흰 이를 차례로 올려놓는다

→ 검은 이빨 흰 이빨을 차례로 올려놓는다

《황학주-사랑할 때와 죽을 때》(창비,2014) 94쪽


멋진 치아로 변한다

→ 멋진 이로 바뀐다

→ 멋진 이빨로 바뀐다

《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모두의 노래》(문학과지성사,2016) 3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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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추수 秋收


 추수가 한창인 논 → 벼베기가 한창인 논

 추수를 끝낸 훤한 논밭 → 가을걷이를 끝낸 훤한 논밭

 벼를 추수하다 → 벼를 거두다 / 벼를 베다

 그해 가을에 추수한 햅쌀 → 그해 가을에 거두어들인 햅쌀

 쌀 삼천 석은 너끈히 추수할 → 쌀 삼천 석은 너끈히 거둘

 추수하는 즉시로 → 거두어들이는 대로 / 거두는 대로 곧


  ‘추수(秋收)’는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가을걷이·추가(秋稼)”처럼 비슷한말을 싣는데, ‘가을걷이’는 “= 추수(秋收)”로 풀이하고 ‘추가’도 “= 추수(秋收)”로 풀이해요. ‘추가’라는 한자말은 이 같은 말풀이를 할밖에 없을 터이나 ‘추가’ 같은 한자말은 쓸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그나저나 ‘추수 → 가을걷이’로 말풀이를 붙이고, ‘가을걷이 = 가을에 익은 곡식을 걷는 일’처럼 말풀이를 고쳐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추수’는 ‘가을걷이’나 ‘벼베기’로 손질하면 되는데, 벼가 아닌 곡식을 벤다면 ‘밀베기·콩베기·보리베기’처럼 ‘-베기’를 뒷가지로 삼아서 새 낱말을 넉넉히 지어서 쓸 수 있어요. 2016.9.8.나무.ㅅㄴㄹ



빛을 추수하는 일꾼들이 그 돌을 캐다가

→ 빛을 거두어들이는 일꾼들이 그 돌을 캐다가

→ 빛을 거두는 일꾼들이 그 돌을 캐다가

《노혜경-캣츠아이》(천년의시작,2005) 78쪽


나무꾼 님, 이제 추수를 시작해요

→ 나무꾼 님, 이제 가을걷이를 해요

→ 나무꾼 님, 이제 보리를 베요

→ 나무꾼 님, 이제 보리베기를 해요

《우치다 리사코/고향옥 옮김-빵을 훔친 꼬마 악마》(비룡소,2014) 18쪽


추수가 끝난 마른 논바닥

→ 가을걷이가 끝난

→ 벼베기가 끝난

《고형렬-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2016) 228쪽


요즘은 농사를 기계로 지어서 추수(가을에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도 쉬워졌지만

→ 요즘은 농사를 기계로 지어서 가을걷이도 쉬워졌지만

→ 요즘은 농사를 기계로 지어서 벼베기도 쉬워졌지만

《정인수-짚신 신고 도롱이 입고 동네 한 바퀴!》(분홍고래,2016) 9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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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매일/매일매일 每日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매일 밤잠을 설쳤다 → 그는 늘 밤잠을 설쳤다

 매일 아침에 → 날마다 아침에 / 아침마다

 매일 목표 → 하루 목표

 매일 시달리다 → 날마다 시달리다 / 늘 시달리다


  ‘매일(每日)’은 “1. 각각의 개별적인 나날 2. 하루하루마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 일일(日日)·과일(課日)·식일(式日)”처럼 비슷한말을 싣는데 ‘일일’이나 ‘과일’이나 ‘식일’은 모두 “= 매일”로 풀이해요. 그러나 이 같은 한자말은 모두 털어내어도 될 만하다고 느낍니다. ‘날마다’나 ‘나날이’를 쓰면 되고, ‘하루하루’나 ‘늘’이나 ‘언제나’로 손질하면 돼요. 2016.9.7.물.ㅅㄴㄹ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 다음에

→ 날마다 아침 달리기를 한 다음에

→ 늘 아침 달리기를 한 다음에

→ 아침마다 달리기를 한 다음에

→ 아침이면 달리기를 한 다음에

《에릭 바튀/이주희 옮김-다 먹어 버릴 테다!》(담푸스,2013) 31쪽


매일같이 부하들을 초대해

→ 날마다 부하들을 불러서

→ 나날이 부하들을 불러서

→ 늘 부하들을 불러서

《아라이 마키/사과나무 옮김-해바라기》(크레용하우스 펴냄,2015) 29쪽


두 소년은 매일매일 꼭 붙어 지냈죠

→ 두 소년은 늘 꼭 붙어 지냈죠

→ 두 아이는 언제나 꼭 붙어 지냈죠

→ 두 아이는 날마다 꼭 붙어 지냈죠

《나탈리 민/바람숲아이 옮김-숲을 사랑한 소년》(한울림어린이,2015) 13쪽


엄마들은 매일매일 더 많이 배워요

→ 엄마들은 하루하루 더 많이 배워요

→ 엄마들은 날마다 더 많이 배워요

→ 엄마들은 늘 더 많이 배워요

《줄리안 무어·메일로 소/박철화 옮김-우리 엄마는 외국인》(봄볕,2016) 25쪽


매일 미친듯이 만화만 그렸습니다

→ 날마다 미친듯이 만화만 그렸습니다

→ 언제나 미친듯이 만화만 그렸습니다

《히가시무라 아키코/정은서 옮김-그리고, 또 그리고 5》(애니북스,2016) 46쪽


매일매일 대기가 들이켜는 무엇을

→ 날마다 하늘이 들이켜는 무엇을

→ 날이면 날마다 바람이 들이켜는 무엇을

《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모두의 노래》(문학과지성사,2016) 1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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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그대의


 그대의 향기 → 그대 향기 / 그대 냄새

 그대의 눈동자 → 그대 눈동자

 그대의 노래 → 그대 노래 / 그대가 부르는 노래

 그대의 곁에 있다 → 그대 곁에 있다

 그대의 예쁜 얼굴 → 그대 예쁜 얼굴


  ‘그대’라는 낱말에는 ‘-의’를 붙이지 않습니다. ‘그대’는 이 낱말 그대로 “그대 아버지”나 “그대 책”이나 “그대 이야기”처럼 쓸 뿐입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니 “그대의 뜻이 어떠하오” 같은 보기글을 실어요. 한국말사전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국말사전 보기글은 “그대 뜻이 어떠하오”로 바로잡아 줍니다. 2016.9.7.물.ㅅㄴㄹ



그대의 위대한 인물들을 귀하고도 귀하게 여기세요. 오직 그 인물들을 통해서만 미래가 그대의 나라를 기억할 테니까요

→ 그대 나라 훌륭한 사람들을 알뜰하고도 살뜰히 여기세요. 오직 그 사람들을 비추어서만 앞날에 그대 나라를 떠올릴 테니까요

《위다/노은정 옮김-플랜더스의 개》(비룡소,2004) 34쪽


그대의 말도 맞지만

→ 그대 말도 맞지만

→ 그대가 하는 말도 맞지만

《타나카 요시키·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아르슬란 전기 5》(학산문화사,2016) 50쪽


그들은 그대의 미소를 닫을 수 없었다

→ 그들은 그대 웃음을 닫을 수 없었다

→ 그들은 그대가 짓는 웃음을 닫을 수 없었다

《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모두의 노래》(문학과지성사,2016) 9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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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부패 腐敗


 부패가 심하다 → 매우 썩었다 / 무척 더럽다

 부패를 척결하다 → 썩은 짓을 없애다 / 더러운 짓을 쓸어내다

 부패된 사회 → 썩은 사회 / 지저분한 사회

 부패된 정신 → 썩은 마음 / 지저분한 마음

 부정은 틀림없이 부패를 초래하고

 음식물의 부패 → 음식물이 썩음

 부패가 시작되다 → 썩는다

 부패가 빠르다 → 빨리 썩는다

 부패하는 동물에서 나는 악취 → 썩은 짐승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부패(腐敗)’는 “1. 정치, 사상, 의식 따위가 타락함 2. [화학] 단백질이나 지방 따위의 유기물이 미생물의 작용에 의하여 분해되는 과정”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타락(墮落)’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일”이라 하지요. 그러니 ‘부패’는 ‘잘못되다’하고 ‘썩다’를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한국말 ‘썩다’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이 가운데 “1. 유기물이 부패 세균에 의하여 분해됨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다 5. 사회의 조직이나 기관, 또는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생각 따위가 건전하지 못하고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는 상태가 되다” 같은 뜻이 있어요. 밥이나 떡을 오래 두어 그만 ‘썩을’ 수 있고, 사회나 정치도 잘못된 길로 가는 바람에 ‘썩을’ 수 있는데, 사회나 정치 모습을 나타낼 적에는 ‘더럽다’나 ‘지저분하다’ 같은 낱말을 써 볼 만합니다. 2016.9.7.물.ㅅㄴㄹ



일부 고급관료층처럼 그렇게 우심한 부정과 부패

→ 몇몇 고급관료층처럼 그렇게 끔찍한 잘못과 썩은 짓

→ 몇몇 고급관료층처럼 그렇게 끔찍히 지저분하고 썩은 짓

《박두진-그래도 해는 뜬다》(어문각,1986) 46쪽


냉장고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음식들은 부패할 것이다

→ 냉장고도 쓸 수 없어 음식들은 썩을 것이다

→ 냉장고도 쓸 수 없고 말아 먹을것들은 썩는다

《웬델 베리/정승진 옮김-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양문,2002) 64쪽


부패하기 시작한 스승의 육체가 담긴 관

→ 썩으려 하는 스승 몸뚱이가 담긴 관

→ 찬찬히 썩는 스승 주검이 담긴 관

《류대영-파이어스톤 도서관에서 길을 잃다》(생각비행,2016) 62쪽


식물의 부패를 돕는 벌레나 쥐며느리

→ 식물이 썩도록 돕는 벌레나 쥐며느리

→ 식물이 썩게끔 돕는 벌레나 쥐며느리

《데이브 굴슨/이준균 옮김-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 31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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