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03 굳이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흔히 묻는 말 가운데 하나는 ‘굳이’입니다. “굳이 그쪽을 골라야 해?”부터 “굳이 안 먹어야 해?”라든지 “굳이 그 길을 가야 해?”라든지 “굳이 그 책을 읽어야 해?”라든지 “굳이 그 말을 알거나 써야 해?”처럼 묻는 말이 끝없습니다. 짝을 맺을 적에는 “굳이 잔치(혼례식)를 안 해야 해?”처럼 묻고, 아이가 집에서 놀도록 품으면 “굳이 배움터(학교)를 안 보내야 해?”처럼 묻고, 쉰 살이 가깝도록 걸어다니니 “굳이 부릉이(자가용)를 안 몰아야 해?”처럼 묻고, 서울·큰고장을 떠나니 “굳이 시골로 가야 해?”처럼 묻고, 여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한다니 “굳이 네이버 찾아보기 아닌 종이꾸러미(종이사전)를 엮어야 해?”처럼 묻습니다. ‘굳이’를 앞세우는 모든 분한테 “저는 굳이 하지 않아요. 할 일이고 갈 길이니 즐거이 맞이합니다. 이웃이 짓는 살림을 안 바라보며 굳이 이렇게 따지면 즐겁나요?” 하고 되물어요. 남들이 보면 ‘굳이 뜻풀이를 새로 붙이’고 ‘굳이 말밑(어원)을 캐내려 용쓰’고 ‘굳이 새말을 지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려 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말꽃은 굳이 여미는 꾸러미일 수 없어요. 낱말 하나하고 얽힌 살림을 즐겁게 헤아려 사랑으로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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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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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02 날개랑 사슬



  어린이는 높낮이를 안 가립니다. 누구한테나 말을 놓습니다. “말을 놓는다”고 했는데, “마음을 놓고서 생각을 놓으려고 다가서고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길들인 뒤부터 나이가 많거나 몸집이 큰 이들 앞에서 ‘높임말’을 쓰도록 짓눌리지요. 어린이가 오직 기쁨과 보람과 사랑으로 자라난다면 겉모습(나이·힘·돈/지위·권력·재산)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말을 놓아 생각을 잇는 길”에 서서 놀려고 합니다. 어린이 살림길은 늘 놀이하는 노래가 바탕입니다. 이 숨결을 고이 이어 어른이 될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놀이하는 노래가 없으면 사랑이 아니에요. 살을 부비거나 섞는 일은 사랑이 아닙니다. 살부빔과 살섞기일 뿐이지요. ‘아이말’은 “품위 없애는 말 = 굴레·사슬·높낮이가 없이 어깨동무하면서 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기쁘며 보람차고 사랑스러운 말”입니다. ‘아이말 = 날개말’이에요. ‘어른말 = 사랑말’이지만, ‘늙은말(권력 언어) = 사슬말, 스스로 굴레에 갇히며 이웃을 사슬에 가두는 말”입니다. 우리 어른은 아이들이 배울 만하고 물려받을 만한 말을 쓸 노릇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참어른답게 사랑이 빛나는 말을 배우면서 물려받을 노릇이에요. 주고받을 말이란 ‘날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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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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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01 책집



  책을 다루는 곳을 놓고서, 지난날 한문을 쓰던 이들이 엮은 ‘서점·서림’이나 ‘글방·책방’이란 이름을 쓰는 분이 있으나, 수수하게 ‘책가게’나 ‘책집’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가게이거나 집이니까요.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글이라 하면 ‘한글이 아닌 한자’였기에 한자말 이름을 고스란히 쓰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글이라고 하면 ‘한자가 아닌 한글’입니다.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아직 많으나 ‘굳이 한자를 쓰는 사람’은 드물어요. 이제는 누구나 ‘즐겁게 한글로 글을 씁’니다. 이러한 삶결이라면 책을 다루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바로 ‘책가게’하고 ‘책집’입니다. 사고파는 살림을 두며 사람 사이를 잇는 곳이기에 ‘가게’이고, 사고파는 살림을 두면서 삶·살림을 스스로 짓는 길을 스스로 나누도록 포근히 이끌어 사람 사이를 잇는 곳이기에 ‘집’입니다. 낱말책은 “삶을 짓는 생각으로 가도록 낱말로 이끌고 이어 주는 징검다리”입니다. 새롭게 피어나는 살림에 맞게 낱말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삶터를 새롭게 가꾸어 가기를 바랍니다. 집살림도 책집살림도 즐겁게 돌보고, 낱말도 낱말책도 알뜰살뜰 여밉니다. 포근하게 두면서 서로 이어가는 자리가 바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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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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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00 숲



  우리를 둘러싼 숲을, 우리가 포근히 감싸는 마음이 될 적에 그림책도 글책도 그림꽃책(만화책)도 빛꽃책(사진책)도 태어나지 싶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린이랑 노는 하루를 ‘어린이라는 책’을 마음으로 읽는 눈빛”이지 싶고, 우리가 어린이라면 “어린이랑 어울리는 하루를 ‘어른이라는 거울’을 마음으로 헤아리는 눈망울”이지 싶습니다. 숲에 깃들면 무엇을 보나요? 숲을 이루는 풀꽃나무를 보는지요? 숲에서 노래하는 새를 느끼는지요? 숲에서 피어나는 푸른바람을 맞이하는지요? 숲은 사람한테 딱히 바라지 않으나 가만히 기다립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뜻으로 이 별에 찾아온 뜻이란 오롯이 사랑을 펴는 살림인 줄 스스로 느껴서 숲빛을 고이 품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구나 싶습니다. 모든 삶도 살림도 사랑도 숲에서 깨어나고 자라서 피어납니다. 사람이 쓰는 모든 말은 ‘삶·살림·사랑’을 고스란히 담으니, 어느 나라 말이건 바탕은 ‘숲말’입니다. 숲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퍼지는 말입니다. 숲을 곁에 두고 돌보기에 말빛을 북돋웁니다. 숲을 멀리하거나 꺼리기에 말빛이 흐립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막말이나 거친말이 불거져요. 숲을 품기에 꽃말에 푸른말이 싹터요. 수수하게 오늘을 보고 아끼는 마음이 숲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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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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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꽃

나는 말꽃이다 99 마음으로



  제가 열다섯 살이던 해에 〈사랑으로〉란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무렵 배움터에서 노래부르기나 피리불기를 해야 할 적에 배움책(교과서)에 없는 노래를 골라도 된다고 하면 동무들이 거의 이 〈사랑으로〉를 부르거나 불었습니다. 길에서도 어디에서도 이 노래를 흔히 들었는데 어쩐지 질리지 않더군요. 노랫말에 군더더기가 없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란 그저 ‘사랑으로’이기에 노래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낱말책도 ‘사랑으로’ 쓰고 엮습니다. 낱말을 ‘미움으로’나 ‘어느 켠에 치우쳐’ 고를 수 없어요. 덧붙인다면 “온사랑을 바치는 마음으로” 낱말을 살피고 가다듬고 추스르며 풀이를 하기에 말빛을 살리는 징검다리로 흐르는 낱말책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삶자리에서 글을 쓸 적에도 “온사랑을 기울이는 마음으로”라면 넉넉할 테지요. 파란하늘을 담은 숨을 쉬듯, 숲을 누빈 물을 마시듯, 푸른별을 고루 쓰다듬는 햇볕을 쬐듯, 마음을 오롯이 사랑으로 북돋운다면 싱그러이 빛나는 글이 새록새록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누가 읽을까?”가 아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사랑이란 마음으로” 씁니다. 여느 글도, 낱말풀이도, 보기글도, 언제나 ‘사랑으로·마음으로·노래로·빛살로’ 천천히 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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