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02 날개랑 사슬



  어린이는 높낮이를 안 가립니다. 누구한테나 말을 놓습니다. “말을 놓는다”고 했는데, “마음을 놓고서 생각을 놓으려고 다가서고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길들인 뒤부터 나이가 많거나 몸집이 큰 이들 앞에서 ‘높임말’을 쓰도록 짓눌리지요. 어린이가 오직 기쁨과 보람과 사랑으로 자라난다면 겉모습(나이·힘·돈/지위·권력·재산)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말을 놓아 생각을 잇는 길”에 서서 놀려고 합니다. 어린이 살림길은 늘 놀이하는 노래가 바탕입니다. 이 숨결을 고이 이어 어른이 될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놀이하는 노래가 없으면 사랑이 아니에요. 살을 부비거나 섞는 일은 사랑이 아닙니다. 살부빔과 살섞기일 뿐이지요. ‘아이말’은 “품위 없애는 말 = 굴레·사슬·높낮이가 없이 어깨동무하면서 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기쁘며 보람차고 사랑스러운 말”입니다. ‘아이말 = 날개말’이에요. ‘어른말 = 사랑말’이지만, ‘늙은말(권력 언어) = 사슬말, 스스로 굴레에 갇히며 이웃을 사슬에 가두는 말”입니다. 우리 어른은 아이들이 배울 만하고 물려받을 만한 말을 쓸 노릇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참어른답게 사랑이 빛나는 말을 배우면서 물려받을 노릇이에요. 주고받을 말이란 ‘날개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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