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꽃

나는 말꽃이다 99 마음으로



  제가 열다섯 살이던 해에 〈사랑으로〉란 노래가 나왔습니다. 그무렵 배움터에서 노래부르기나 피리불기를 해야 할 적에 배움책(교과서)에 없는 노래를 골라도 된다고 하면 동무들이 거의 이 〈사랑으로〉를 부르거나 불었습니다. 길에서도 어디에서도 이 노래를 흔히 들었는데 어쩐지 질리지 않더군요. 노랫말에 군더더기가 없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란 그저 ‘사랑으로’이기에 노래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낱말책도 ‘사랑으로’ 쓰고 엮습니다. 낱말을 ‘미움으로’나 ‘어느 켠에 치우쳐’ 고를 수 없어요. 덧붙인다면 “온사랑을 바치는 마음으로” 낱말을 살피고 가다듬고 추스르며 풀이를 하기에 말빛을 살리는 징검다리로 흐르는 낱말책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삶자리에서 글을 쓸 적에도 “온사랑을 기울이는 마음으로”라면 넉넉할 테지요. 파란하늘을 담은 숨을 쉬듯, 숲을 누빈 물을 마시듯, 푸른별을 고루 쓰다듬는 햇볕을 쬐듯, 마음을 오롯이 사랑으로 북돋운다면 싱그러이 빛나는 글이 새록새록 태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누가 읽을까?”가 아닌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는 사랑이란 마음으로” 씁니다. 여느 글도, 낱말풀이도, 보기글도, 언제나 ‘사랑으로·마음으로·노래로·빛살로’ 천천히 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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