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퇴직 2025.7.8.불.



그만두거나 끝내는 일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네가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이란 그만두거나 끝낼 수 있지 않아. 네가 ‘굴레’를 쓰거나 ‘틀’에 갇힌 채 헤맨다면, 굴레나 틀을 끝낼 수 있어. ‘일’이란 몸을 입고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일으키는 길이란다. ‘일’을 그만두거나 끝내려 한다면, 이제 몸을 내려놓고서 죽으려 한다는 뜻이고, 더 배우지 않아. 그러나 사람들은 ‘퇴직·은퇴·정년’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끝·마감’이라고 여기는구나. 이제 그만 산다는 뜻이니? 이제 안 배운다는 마음이니? 여태까지 일구고 이룬 열매를 둘레에 나누려는 뜻을 버리고서, 씨앗을 그만 심는다는 마음이니? 굴레살이라면 얼른 끝내기를 바라. 틀에 박힌 나날이라면 이제 그만두기를 바라. 모든 사람은 일을 하기에 스스로 빛나지. 스스로 빛나기에 이 하루를 사랑하면서 살림을 지어. 이 하루를 사랑하니 노래가 저절로 흘러. 살림을 지으니 한결같이 노을빛으로 춤을 춘단다. 굴레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면 노래하고 춤추겠지? 틀을 깨거나 벗을 적에도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겠지? 일하는 사람은 바다처럼 노래춤을 펴게 마련이야. 살림하는 사람은 바람처럼 노래춤을 펼친단다. 자, 네가 무엇을 해야 할는지 알아보기를 바라. 넌 너를 여태 스스로 가둔 굴레와 틀을 떨치고서, 네가 너를 살리는 일을 찾을 노릇이야. 일을 안 하고서 굴레를 썼기에 괴롭고 힘들단다. 일과 동떨어진 채 틀에 박혀서 말글을 쏟느라 지치고 어려워. 일하는 사람은 사근사근 이야기를 해. 살림하는 사람은 사랑으로 반짝이는 눈망울로 온누리를 돌아보는구나. 네가 일할 곳은 네 보금자리이고, 네가 살림할 데는 너희 집이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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