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8 자전거



  어릴 적부터 늘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단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넘어지면 아픈데, 넘어지면서 배우라구?” 하고 물으면 빙그레 웃기만 해요. 이러다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어느새 더는 안 넘어지고서 달릴 텐데, 그때가 되면 안단다.” 하고 덧붙여요. 어느 날 드디어 더는 안 넘어지되 흔들흔들 앞으로 나아가다가 바람이 머리카락을 훅 날리고 눈앞이 환하게 트이면 “아!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모든 아기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혔습니다. 아기처럼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야” 비로소 삶을 배워요. 쓴맛(실패)을 보면서 어떻게 가다듬거나 고쳐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 배우는 얼개입니다. 남이 이끌어 주면 얼핏 쉬워 보이나, 스스로 배울 일이 없어요. 밑바닥부터 뒹군 사람은 쓴맛에 가시맛에 매운맛을 잔뜩 보는 동안 다릿심이 붙고 팔심이 늡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처음에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 품에서 받아먹기만 했어요. 새도 둥지를 떠나는 첫 날갯짓이 아주 엉성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부릉이를 자주 몰수록 책읽기라는 맛하고 글쓰기라는 맛하고는 자꾸 멀 수밖에 없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책맛이며 글맛이 맑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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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숲노래 책읽기 2022.11.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7 에밀 파게



  오늘날은 마을책집(동네책방)이 책길을 새로 열도록 서로 북돋우는 길잡이·쉼터·수다터 구실이라면, 지난날에는 헌책집이 이 몫을 했습니다. 지난날에는 책숲(도서관)뿐 아니라 새책집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했고, 글쓴이·그린이를 불러 책수다를 함께하는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에서는 글쓴이·그린이를 어렵잖이 만날 뿐 아니라,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들을 수 있었어요. 책동무나 책어른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즐거운 놀이터요 우물가였고요. 어느 날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 이 책 아나? 책 좋아하는 양반이라면 진작 알려나?” 하면서 1972년판 《讀書術》을 건네고, “요새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속에는 한자가 하나도 없어도 책이름을 한자로 적은 예전 책은 거들떠도 안 봐.” 하고 덧붙입니다. 에밀 파게(1847∼1916) 님을 처음 만난 날입니다. 그 뒤 1959년 양문사 옮김판을 만났고, “L'Art de Lire”를 옮긴 영어 “The Art of Reading”를 1959년하고 1972년에 한자말로는 ‘독서술’로 풀었다면 2000년 눈길로는 ‘읽는길·읽음길’이나 ‘읽는눈·읽음눈’으로 새로 여미어야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문 글바치한테 ‘art’는 ‘術(기술)’일 테지만, 우리말로는 ‘길’이나 ‘눈’이거든요.


ㅅㄴㄹ

#LArtdeLire #TheArtofReading #EmileFague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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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6 시늉



  모두 받아들여서 나아가는 길이 가장 느린 듯하지만 가장 빠릅니다. 그런데 모두 똑같이 맞추라고 억누른다면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가장 어리석은 길입니다.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으나 더 많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길로 나아가려 할 적에는 다툼질이 잇따르고 오락가락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길(다수결)’로 틀을 잡을 적에는 언제나 ‘기꺼이 받아들이기(승복)’를 바탕으로 깝니다. 기꺼이 받아들일 줄 모른다면, 우리가 졌을 때뿐 아니라 우리가 이겼을 때에 저쪽에서 딴죽을 걸어도 된다는 뜻이에요. 오늘날 우리나라는 겉으로 ‘민주주의’란 이름이지만, 속으로는 ‘끝없는 쌈박질·딴죽질’입니다. 딱 하나만 옳은길로 삼으려 하되 모두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찬찬히 기다리지 않아요. 딱 하나 옳은길을 서둘러 따르라고 억누르는 얼개입니다. 누가 나라지기로 뽑히더라도 함께 아름다이 어우러지며 어깨동무로 노래하고 사랑할 길을 이야기할 노릇입니다. ‘꼭 내가 거머쥐어야 한다’거나 ‘넌 거머쥐어서는 안 돼’ 하고 가른다면, ‘시늉만 민주주의인 독재·독선’입니다. 틀이나 이름이나 우두머리는 대수롭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슬기로우면서 착하고 아름답고 사랑스레 이 삶을 저마다 다른 숨결로 가꿀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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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숲노래 책빛 2022.10.25.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5 안 읽는다면



  해마다 나오는 어림셈(통계) 가운데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얼마나 안 읽느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책을 참 안 읽는다’고 밝히는 어림셈이 안 옳다고 느껴요. ‘종이꾸러미’만 책일 수 없거든요. 바람하고 해하고 흙하고 풀꽃나무도 책입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어버이 눈망울도 책이요, 어버이가 마주하는 아이 눈빛도 책입니다. 왜 ‘종이꾸러미를 몇 자락 훑었느냐’ 하나만 ‘책읽기’로 따져야 할까요? “요즈음 사람들이 책을 참 안 읽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고 묻는 분한테 “읽는 사람일 뿐 아니라 쓰는 사람으로서, 먼저 잘못했다고 빌고 싶습니다. 저 스스로 이웃님이 기쁘면서 새롭게 읽을 만한 책을 제대로 못 써낸 탓일 테니까요.” 하고 대꾸합니다. 이러고서 “요즈음 이웃님이 ‘즐겁게 삶을 두루 바라보고 누리도록 북돋우는 여러(다양한) 책’을 아직 모르기 때문일 수 있어서, 날개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작고 수수한 책을,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알차며 아름다운 책을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서 이웃님한테 이야기하고 알려주어야겠구나 하고도 생각해요.” 하고 보태지요. 몇 가지 책이 날개책이 되기보다는, 즈믄(1000) 사람이 즈믄 가지 책을 읽으며 다 다르며 새롭게 마음빛을 가꾸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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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 2022.10.24.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4 표절



  저는 베낌질(표절)이나 훔침질(도용)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분 글을 베끼거나 훔칠 만큼 널널하지 않을 뿐더러, 제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나날을 글로 담아도 넉넉하거든요. 글멋을 부리려는 이웃님한테 “부디 멋질에 품을 쓰지 마시고, 이웃님 하루를 수수하게 옮기셔요. 띄어쓰기·맞춤길이 틀려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 잘 봐주기를 바라지 마셔요. 마음빛 하나만 바라보고서 쓰셔요. 베끼거나 훔친 글은 다 티가 나요. 삶을 사랑하며 숲빛으로 여미면서 살림한 나날을 옮긴 글은 바로 이웃님 스스로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온넋을 적시는 빛줄기가 된답니다.” 하고 여쭙니다. 그런데 이 나라를 보면 ‘베낌글꾼·훔침글꾼(표절작가·도용작가)’이 몇 해쯤 얌전히 숨은 듯 지내다가 슬금슬금 나와서 책장사를 합니다. 주먹질(학교폭력)을 일삼은 배구선수도 슬쩍슬쩍 다시 돈벌이를 하려고 나섭니다. 문득 묻고 싶습니다. 베낌글꾼이 쓴 책이 아니면 그렇게 읽을 책이 없나요? 훔침글꾼이 낸 책이 아니면 우리 마음을 적실 길동무로 못 삼나요? 아무 책이나 곁책(반려책)으로 못 삼습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책이나 쥐어 주어도 될까요? 들꽃을 짓밟은 사납짓으로 붓을 쥔 이들은 우리가 쫓아내야지요. 그들 손에는 호미를 쥐어 줍시다.


ㅅㄴㄹ


베낌글꾼 신경숙을 못 쫓아낼 뿐 아니라

오나오냐 감싸니까

설민석이 또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예전에 배구선수였던 학폭범 쌍둥이 자매도

다시 돈벌이를 하려고 기어나온다.


그들은 ‘반성도 자숙도 없이’

돈만 바라보는 양아치이다.


왜 양아치를 우러를까?

양아치를 글판에서도 운동판에서도

내쫓지 못 한다면

아이들한테 어떻게 고개를 들까?


창피하다.


그들이 감옥에 안 들어갔으니

잘못이 없다고 여겨도 되는가?


그들이 시골에서 호미를 쥐고서

텃밭짓기 서른 해쯤을 하며

조용히 뉘우쳤다면

그들이 다시 글을 쓰건 배구선수를 하고 싶건

그때에는 조금은 봐줄 수 있겠지만,

그저 이 나라 글판이 부끄럽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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