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2022.10.24.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4 표절



  저는 베낌질(표절)이나 훔침질(도용)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분 글을 베끼거나 훔칠 만큼 널널하지 않을 뿐더러, 제가 살아왔고 살아가는 나날을 글로 담아도 넉넉하거든요. 글멋을 부리려는 이웃님한테 “부디 멋질에 품을 쓰지 마시고, 이웃님 하루를 수수하게 옮기셔요. 띄어쓰기·맞춤길이 틀려도 됩니다. 다른 사람이 잘 봐주기를 바라지 마셔요. 마음빛 하나만 바라보고서 쓰셔요. 베끼거나 훔친 글은 다 티가 나요. 삶을 사랑하며 숲빛으로 여미면서 살림한 나날을 옮긴 글은 바로 이웃님 스스로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온넋을 적시는 빛줄기가 된답니다.” 하고 여쭙니다. 그런데 이 나라를 보면 ‘베낌글꾼·훔침글꾼(표절작가·도용작가)’이 몇 해쯤 얌전히 숨은 듯 지내다가 슬금슬금 나와서 책장사를 합니다. 주먹질(학교폭력)을 일삼은 배구선수도 슬쩍슬쩍 다시 돈벌이를 하려고 나섭니다. 문득 묻고 싶습니다. 베낌글꾼이 쓴 책이 아니면 그렇게 읽을 책이 없나요? 훔침글꾼이 낸 책이 아니면 우리 마음을 적실 길동무로 못 삼나요? 아무 책이나 곁책(반려책)으로 못 삼습니다. 아이들한테 아무 책이나 쥐어 주어도 될까요? 들꽃을 짓밟은 사납짓으로 붓을 쥔 이들은 우리가 쫓아내야지요. 그들 손에는 호미를 쥐어 줍시다.


ㅅㄴㄹ


베낌글꾼 신경숙을 못 쫓아낼 뿐 아니라

오나오냐 감싸니까

설민석이 또 슬금슬금 기어나온다.

예전에 배구선수였던 학폭범 쌍둥이 자매도

다시 돈벌이를 하려고 기어나온다.


그들은 ‘반성도 자숙도 없이’

돈만 바라보는 양아치이다.


왜 양아치를 우러를까?

양아치를 글판에서도 운동판에서도

내쫓지 못 한다면

아이들한테 어떻게 고개를 들까?


창피하다.


그들이 감옥에 안 들어갔으니

잘못이 없다고 여겨도 되는가?


그들이 시골에서 호미를 쥐고서

텃밭짓기 서른 해쯤을 하며

조용히 뉘우쳤다면

그들이 다시 글을 쓰건 배구선수를 하고 싶건

그때에는 조금은 봐줄 수 있겠지만,

그저 이 나라 글판이 부끄럽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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