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
콘노 아키라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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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13.

책으로 삶읽기 927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

 콘노 아키라

 이은주 옮김

 미우

 2024.4.30.



《쿠지마 노래하면 집이 파다닥 4》(콘노 아키라/이은주 옮김, 미우, 2024)을 보면, 바야흐로 쿠지마를 알아가는 사람이 늘어난다. 마음을 나누는 동무가 늘고, 마음으로 마주하는 이웃이 늘며, 마음 깊이 품으려는 살림길을 이루려고 한다. 처음에는 몇몇 사람만 쿠지마를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받아들였고, 거의 모두 쿠지마 겉모습에 소스라치거나 무서워하거나 꺼렸다. 우리한테 눈이 있으니 겉모습을 안 볼 수 없다고는 하되, 눈은 겉모습만 쳐다보는 곳에 안 쓰는 줄 잊은 셈이라고 할 만하다. 곰곰이 보면 ‘속눈’이나 ‘마음눈’처럼 따로 ‘속-’하고 ‘마음-’을 덧붙인다. 이렇게 덧붙여야 할 만큼, 우리 누구나 속빛을 잘 안 보려 하고, 마음으로 만나거나 품으려는 몸짓하고 멀다는 뜻이지 싶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본다” 같은 오랜 말씨도 곱씹을 일이다. 한 눈으로 보건 두 눈으로 보건 무엇이 대수롭겠는가. 그렇지만 “눈으로도 멀쩡히 못 알아본다”는 밑뜻이다. “눈을 크게 뜨고 보더라도 좀처럼 속빛을 못 느끼거나 겉모습에 휘둘린다”는 밑뜻이기도 하다. 낯이 설기에 꺼린다면 못 배운다. 낯이 선 마을이기에 더 천천히 더 느긋이 더 가만히 돌아보는 사이에 어느덧 스며들면서 마음으로 사귄다. 모든 길과 삶과 하루를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누구나 스스로 ‘참눈’을 뜨고서 ‘참살림’을 짓는 ‘참나’를 이룰 테지.


ㅅㄴㄹ


“아라타한테 완벽하게 맛있는 초콜릿을 대접하고 싶지 않아?” “끽소리도 안 나오네.” “왜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멋대로 구는 거지?” “윽!” (61쪽)


“혹시 직접 만든 거야?” “응. 오늘 둘이서 만들었어.” “그렇구나. 직접 만든 초콜릿을 받는 거 처음이야. 기대된다. 고마워, 마코토.” (64쪽)


“미안해. 그냥 뭔가 형은 괜찮을 거라고, 합격할 거라고 생각해서, 형 생각은 안 하고 늘 시끄럽게 떠들고, 나만 쿠지마랑 즐겁게 놀고, 내 생각밖에 안 했어.” (101쪽)


#クジマ歌えば家ほろろ #紺野アキラ

Akira Konno


+


좋은 아침! 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왔다가 갈게

→ 잘 잤어! 내가 끝나고 집에 와서 갈게

7쪽


그럼 5인분 좀 사다 줄래?

→ 그럼 닷몫 좀 사다 줄래?

→ 그럼 닷그릇 사다 줄래?

8쪽


쿠지마의 존재를 들켜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놀랐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떨떨했지만

→ 쿠지마를 들켜서 처음엔 허둥댔지만

35쪽


좋은 질문이야

→ 잘 물었어

→ 잘 말했어

50


중탕, 다 했습니다

→ 다 데웠습니다

→ 다 녹였습니다

59쪽


깜짝이야∼∼. 쿠지마를 생매장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산묻이한 줄 알았네

→ 깜짝이야! 쿠지마를 막묻이한 줄 알았네

84쪽


괜찮지 않은 것 같은데

→ 안 멀쩡해 보이는데

→ 안 나아 보이는데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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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선생님 5
코쥬코 모리모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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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10.

만화책시렁 648


《조폭 선생님 5》

 모리모토 코즈에코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03.9.15.



  싸움꾼은 싸울 뿐입니다.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노래꾼은 노래할 뿐입니다. 나쁘거나 좋지 않습니다. 잠보는 즐겁게 잘 뿐입니다. 좋거나 나쁘지 않아요. 느림보는 느리게 할 뿐입니다. 나쁠 일도 좋을 일도 없습니다. 키가 크거나 작든 모두 어버이입니다. 얼굴이 어떤 모습이건 모두 아이입니다. 목소리도 매무새도 다 다른 사람이요, 풀꽃에 나무에 짐승에 바람입니다. 《조폭 선생님》은 길잡이나 어른이나 아이 누구라도 그저 다 다르게 태어나서 살아가고 자라면서 만나고 헤어진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싸움무리(조직폭력배)를 이룬 집안에서 나고자란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스스로 주먹힘을 갈고닦았더라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나아가는 길일 뿐입니다. 차츰 이리저리 밀려나면서 사랑받지 못 했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싸움질을 일삼지만,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직 철이 안 든 아이들을 다독이고 달랠 노릇입니다. 철이 없으면 어른 아닌 철바보입니다. 철바보 아닌 ‘철보’로 서서 ‘철지기’로 피어나기에 ‘어른’입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면서 스스로 사랑씨앗을 품을 적에 아름다울는지 찾아나서기에 ‘길잡이’예요.


ㅅㄴㄹ


“네가 무슨 진짜 권투선수냐? 상대에 맞춰서 권투 같은 걸 하게.” “뭐? 뭔 소리야?” “우린 여기 스포츠를 하러 온 게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서 이기러 온 거라구.” (80쪽)


“어쨌든 좀 당황스럽군요. 난 지금까지 여자를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 “걱정 마시죠. 얻어맞을 생각은 없으니까요.” (94, 95쪽)


“잘 봐! 저건 살인자의 눈이라구!” “그런 이유로 무조건 몰아붙이는 건 말이 안 되잖아.” (123쪽)


“진정들 해. 경찰 나리들께 작은 빚을 만들어 준 것도, 그리 나쁘진 않으니까.” (128쪽)


#森本梢子 #ごくせん


《조폭 선생님 2》(모리모토 코즈에코/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03)


자기 배에 품은 부동명왕 말이야

→ 우리 배에 품은 가운임금 말이야

→ 배에 품은 가운님 말이야

→ 배에 품은 굳은님 말이야

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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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인 (일반판)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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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5.7.

만화책시렁 601


《몽인夢印》

 우라사와 나오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4.25.



  뽕나무 열매가 익으면 오디를 누리는 사람은 많은데, 푸릇하고 조그맣게 맺는 뽕꽃을 누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뽕꽃하고 어린 뽕잎은 나물로 알뜰합니다. 모든 나무꽃은 비바람에 으레 떨어지게 마련이라, 나물로 삼을 뽕꽃에 뽕잎을 한봄에 실컷 누릴 만합니다. 그런데 ‘뽕’이라는 말을 ‘마약·필로폰’을 가리키는 곳에 으레 쓰더군요. 왜 그러한가 살피니, 일본은 영어 ‘Philopon’을 ‘히로뽕(ヒロポン)’으로 소리내더군요. 이 소릿값에서 딴 ‘뽕’이에요. 《몽인夢印》은 ‘일뽕’에 사로잡힌 줄거리를 언제나처럼 들려줍니다. 그림님은 일뽕이 아니고는 도무지 붓을 못 쥐는구나 싶습니다. 뽕잎이라면 나쁘거나 사나울 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약·필로폰·히로뽕’에 맞은 듯한 일뽕이라면, 그만 스스로 종잡지 못 하는 채 헤매다가 “일본이 좋지!”로 맺습니다. 해롱해롱 비틀거리면서 얼뜬 붓끝이 나아가는 길은 어디일까요? 붓을 놀려서 이쁘거나 멋스러이 그리는 재주만 있을 적에는 얼마나 얼뜰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몽인夢印》이라고 느낍니다. 부디 숲으로 가서 나뭇잎을 만나고, 나무내음을 맡아 보기를 바라요. 부디 들에 가서 맨손으로 풀내음을 맡고, 맨발로 풀밭을 거닐어 보기를 바라요. 그래야 일뽕을 벗습니다.


ㅅㄴㄹ


“고생 많았구나.” “말리는 게 좋겠죠? 이대로 있으면 아빤 진짜 도둑이 돼버릴 거야.” (139쪽)


“점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심. 누드 비치에서 느긋하게 뒹굴 수만 있으면.” “저 까마귀는 왜 이름이 마리아지?” “까마귀니까 당연히 마리아심.” (160쪽)


+


《몽인夢印》(우라사와 나오키/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


말리는 게 좋겠죠?

→ 말려야겠죠?

139쪽


흥, 치사 빤스

→ 흥, 쪼잔해

→ 흥, 너무해

→ 흥, 찌질해

→ 흥, 얄미워

148쪽


이사가 잦은 놈은 조사하고 보라는 게 내 지론이거든

→ 자주 옮기는 놈은 알아보라고 말하거든

→ 뜨내기는 꼭 살펴보아야 하거든

15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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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의 골짜기 - 왕립대학 소란극
이리에 아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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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7.

만화책시렁 645


《메아리의 골짜기》

 이리에 아키

 박지선 옮김

 중앙북스

 2010.4.21.



  보이는 대로 따라갈 수 있고, 안 보이지만 따라갈 수 있습니다. 보이든 안 보이든 스스로 나아갈 길을 생각하면서 걸어갈 수 있어요. 어느 쪽이건 스스로 골라서 스스로 피어나려는 몸짓입니다. 낫거나 나쁜 길은 없어요.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는 나날이 아닌, 언제나 새롭게 배울 줄 아는 마음이게 꽃으로 피어서 활짝 웃습니다. 《메아리의 골짜기》를 읽고서 이내 덮었습니다. 처음 한글판이 나올 무렵에도 눈이 안 갔고, 새판이 나오고 나서도 손이 안 갔습니다. 그림님은 북새통 서울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부대끼는 나날을 좋아하는구나 싶더군요. 이와 달리, 저는 북새통 아닌 푸른숲을 그려서 마주하고 싶습니다. 서울살이란 눈으로 보자면 이 그림꽃은 이럭저럭 잘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이리 기웃 저리 기우뚱으로 맴도는 쳇바퀴가 아닌, 가만히 하루를 그려서 천천히 살림을 짓는 마음으로 나아가려는 분이라면, 북새통 서울이 얼마나 시끄러워서 숨통을 조이는지 환하게 읽어낼 테지요. 개미집이나 벌집은 그야말로 빽빽한 듯 보이지만, 개미하고 벌은 잘 때를 빼고는 다들 드넓은 들숲에서 하루를 짓습니다. 유난히 사람만 북새통에 스스로 갇혀서 스스로 부딪히다가 싸우면서 스스로 넘어집니다.


ㅅㄴㄹ


“그럼 돌아가. 지금 당장.” “돌아가라니.” “탈출구라면 마침 좋은 게 있는데.” “에?” (62쪽)


“그래, 걱정할 것 없겠다. 네 녀석도 이젠 혼자라도 그럭저럭 할 수 있을 거야.” (232쪽)


#いりえあき #入江 亜季 

#コダマの谷 #王立大学騒乱劇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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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전화
셰리 도밍고 지음, 추영롱 옮김 / 문화온도 씨도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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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5.7.

만화책시렁 646


《장거리전화》

 셰리 도밍고

 추영롱 옮김

 문화온도 씨도씨

 2023.11.22.



  늙고 아파서 걷지 못 하는 사람을 보살핌터에 보내면 더 안 늙거나 더 안 아프지 않습니다. 보살핌터에서 먹이고 입히고 재울 수 있을 터이나, 늙고 아픈 사람은 아무런 할 일이나 그릴 꿈이 없게 마련입니다. 주는 대로 고분고분 받아먹지 않는다면 둘레에서 힘들다고 여기겠지요. 시키는 대로 안 움직이면 보살핌터 일꾼은 그야말로 고단할 테고요. 《장거리전화》는 독일하고 필리핀 사이를 가만히 보여줍니다. 필리핀에서 나고자랐어도 필리핀에서 지내지 못 하는 어른을 보여주고, 엄마나라가 필리핀이지만 독일에서 독일살이를 하는 아이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늙은 엄마아빠를 보살핌터에 넣는 독일 젊은이는 하루가 즐겁거나 새롭거나 사랑으로 가득할는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누구나 이웃나라로 기꺼이 건너가서 일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바깥일에 바빠서 늙은 엄마아빠를 남한테 맡길 수 있습니다. 요사이는 아기도 아이도 어린이집이나 어린배움터에 맡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사람은 누구나 보금자리가 삶터요 돌봄터요 일터요 이야기터였어요. 옛날에는 ‘나이’가 ‘늙음’이 아닌 ‘슬기’였고, ‘고약내’가 아닌 ‘살림빛’이었습니다.


ㅅㄴㄹ


“너희 엄마는 방학 중에 휴가를 못 받아. 엄마랑 나는 할머니 병원비랑 약값 마련해야 하고. 상황이 좋지 않아. 이해할 수 있지? 그렇지? 곧 우리 다 같이 비행기 타고 필리핀 가자. 약속!” (47쪽)


“간호사? 나 오줌 눠야 해요. 화장실에 좀 데려다줄 수 있어요?” “여기 냄새나!!!” (49쪽)


“사실 나, 아이스크림 먹으면 안 되는데. 오늘은 예외다! 내 헤어스타일 아직 괜찮니?” “괜찮은 것 같아요.” (94쪽)


#Ferngesprach #ShereeDomingo


+


《장거리전화》(셰리 도밍고/추영롱 옮김, 문화온도 씨도씨, 2023)


그곳에서 그들은 이등 시민으로, 일부는 비인간적인 조건에서 대개는 돌봄 노동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 그곳에서 그들은 밑사람으로, 몇몇은 모진 곳에서 으레 돌봄일이나 심부름을 합니다

→ 그곳에서 그들은 뒷자락으로, 때로는 힘겹게 돌봄일이나 수발을 합니다

100쪽


이러한 상황은 필리핀의 일반 가정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 이러한 모습에 필리핀 여느집도 바꿉니다

→ 이 때문에 필리핀 살림집도 흔들립니다

101쪽


왜냐하면 많은 경우 가구당 최소한 한 명의 가족 구성원은 해외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 왜냐하면 으레 집마다 한 사람씩은 나라밖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 왜냐하면 거의 집ㅈ비마다 하나씩 먼나라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1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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