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숟가락 13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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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4



마음을 읽은 다음에는

― 은빛 숟가락 13

 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7.12.29.



“괜찮아. 엄마한테는 내가 있잖아.” “맞아. 엄마한테는 루카가 있어.” (6쪽)


“아빠 없는 애라도 좋아?”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미 여기에 있는걸. 그만큼 몇 배 더 열심히 키울 생각이야.” (15쪽)


‘다른 집이랑 다르다는 건 한참 전에 알아챘다. 아빠는 없고 형은 다른 집 아이고 돈도 없다. 아빠가 되어 준다고 했던 텟짱도 이젠 없다. 그런데 엄마는 웃는다. 난 텟짱이 정말 좋았는데 엄마는 내 핸드폰에서 텟짱의 번호를 멋대로 지워버렸다. 그 일로 난 화내고 있는데, 엄마는 잊으라고 한다.’ (152쪽)



  살면서 힘든 일이라면 무엇일까요. 마음을 못 읽어서 힘들지 않을까요? 때로는 돈이 모자라거나 없어서 힘들기도 하다지만, 돈이 있으나 웃음이 없으면 외려 삶이 힘들다고 느끼기 마련입니다. 돈은 넘쳐서 펑펑 쓰기는 하되 삶을 노래하는 하루가 없으면 어쩐지 삶이 쓸쓸하면서 힘들다고 느끼기 마련이에요.


  콩 한 알을 나누어 먹는 삶이란, 함께 먹기에 즐거우며, 같이 먹으니 기쁜 하루일 테지요. 나누는 마음이 더없이 크기에 몸이 고프더라도 마음이 넉넉해서 새롭게 기운을 내곤 해요.


  《은빛 숟가락 13》(오자와 마리/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2017)에서는 엇갈리는 여러 마음이 드러납니다. 어머니하고 아이가 서로 쓸쓸한 마음을 달랩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로서는 아이가 달래 줄 수 없는 마음자리가 있어요. 아이로서도 어머니가 달래 주지 못하는 마음자리가 있습니다.


  이 마음자리가 엇갈리면서 두 사람을 둘러싼 이웃사람도 마음이 하나둘 엇갈립니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바로 이 대수롭지 않은 일 때문에 그만 모든 끈이 끊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대수롭지 않은 일을 대수로이 여기 찬찬히 짚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결 너르게 보듬으려고 한다면, 아슬아슬하던 끈이 비로소 단단하게 거듭날 테고요.


  잘못이란 없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될 뿐입니다. 잘못을 했더라도 이 잘못을 언제까지나 짊어져야 하지 않습니다. 둘레에서 가볍게 털어내 주고, 스스로도 가만히 털어내어, 앞으로 새롭게 한 걸음을 디뎌야 서로 즐거워요. 한집을 이루는 사이라면, 마음을 나누는 벗이나 이웃이라면, 앙금을 풀고 미움이나 시샘을 녹여내야지 싶습니다. 2018.5.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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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5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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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2



어딜 같이 가니

― 명탐정 코난 5

 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4.5.



‘란을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나, 범인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겠다.’ (71쪽)


“저 세상에서 아쯔꼬와 함께 살겠어. 아쯔꼬의 원수를 갚은 정의의 사도가 되어.” “정신 좀 차리시지! 죽고 싶다고 자기 목숨을 함부로 버리려고 하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어! 당신이 정말 아쯔꼬를 위해서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몰라도, 그 후에 란을 해치려고 한 걸 보면 아쯔꼬를 위해서 한 일도 어떤 명분을 위해서 한 일도 아니야.” (86∼87쪽)



  《명탐정 코난 5》(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을 읽습니다. 코난이 일을 풀어내는 뜻을 잘 헤아릴 만합니다. 첫째, 란을 지키고 싶습니다. 둘째, 잘못을 한 번 저지른 사람이 자꾸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잘못을 한 번 저지른 사람은 이와 다릅니다. 제 잘못을 떳떳이 드러내지 못하면서 지내니 자꾸 다른 잘못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다른 잘못으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핑계를 붙입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코난하고 다르게 ‘지키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여겨서 아무렇게나 굴는지 몰라요. ‘지키고 싶은 사람’이란 누구보다 나요, 내가 나부터 튼튼히 지킬 줄 알아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따사로이 돌보는 몸짓이 되는 얼거리도 모른다고 할 만하고요.


  코난은 뛰어난 탐정이라 할 수 있는데, 뛰어난 탐정이란 수수께끼를 잘 푸는 사람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마음을 읽고, 마음을 건사할 줄 알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기에 비로소 뛰어난 탐정이 됩니다. 2018.5.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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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4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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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1



마냥 걷기만 한다면

― 불멸의 그대에게 4

 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1.31.



“거절하겠어. 분명 형한테 버림받은 건 불행한 일이었어. 하지만 그걸 뛰어넘고 손에 넣은 건, 내게는 기적에 가까워! … 다들 내 소중한 보물이야. 나한테서 두 번 다시 빼앗아갈 생각 마!” (26∼27쪽)


“난 왜 노인네일까 싶어서 말이야. 무슨 수를 써도 구구보다 내가 먼저 죽는다는 것이 한스럽지 뭔가. 녀석이 독립해 어른이 되어서 자기 좋아하는 길을 걷고, 자기 되고 싶은 게 되는, 그런 당연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거든. 내 그걸 전부 지켜본 다음에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42쪽)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거야.” “왜?” “분명 그게, 그게 룰이기 때문일 거야.” “누가 정한 건데.” “……” “자기 삶의 방식은 자기 스스로 쟁취하는 거야! 구구!” (55쪽)


“그렇게 안 돼. 나, 강해질 거야. 결심한 이상 생각을 해야 해. 그 검은 놈의 뜻대로 되는 거라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마냥 걷기만 하는 건 내가 바라는 게 아냐.” (164쪽)



  아프면서 큰다고도 말합니다. 아픈 일을 겪어서 딛고 일어서면 한결 튼튼할 테니, 틀림없이 큽니다. 이와 맞물려 기쁘면서 크기도 해요. 기쁘게 뛰놀면서 크고, 기쁘게 노래하면서 큽니다. 그리고 기쁘게 배우면서 커요.


  때로는 배움길이 슬프거나 아플 수 있어요. 그러니 슬프거나 아프게 배우면서 크기도 하는데, 여러모로 살피면 우리는 언제나 배웁니다. 어느 때에는 아프게 배우면서 크고, 어느 때에는 환하게 웃고 노래하고 배우면서 큽니다.


  만화책 《불멸의 그대에게 4》(오이마 요시토키/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은 차츰 크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죽음이 없이 늘 되살아나는 아이뿐 아니라, 이 아이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저마다 조금씩 자라면서 삶을 새롭게 보는 이야기를 다루어요.


  그런데 누구는 선뜻 크고 싶지 않습니다. 나이도 많고 돈이나 이름값이 높아요. 누구는 나이도 돈도 이름값도 적으나 굳이 클 마음이 없어요. 있으면 있는 대로 새로운 자리를 바라보지 않기에 크지 못합니다. 몸은 커져도 마음이 크지 못하지요. 이와 달리 있거나 없거나 가리지 않고서 새길을 바라는 사람은 언제나 즐겁게 큽니다.


  크고 싶은 사람은 마냥 걷기만 하지 않아요. 걸음마다 꿈을 되뇝니다. 열 걸음을 떼면 열 걸음마다 꿈을 읊고, 천 걸음이나 만 걸음을 디디면 바로 천 걸음이나 만 걸음만큼 꿈을 노래해요.


  누가 꿈을 이루면서 새롭게 즐거울까요? 누가 꿈을 못 이루면서 늘 쳇바퀴나 제자리걸음일까요?  ‘불사’라는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더 커야, 마음에 흐르는 목소리를 새롭게 읽으면서 스스로 꿋꿋하게 일어서며 삶에 맞설 수 있을까요? 2018.4.2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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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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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0



네 앞길은 네가 트면 돼

―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

 네무 요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5.15.



‘자, 그럼. 내일부터 난 뭘 한다?’ (71∼72쪽)


“내 세계는 이미 한 발 먼저 멸망해버렸거든.” (83쪽)


‘그래, 난 내 세상을 되돌리는 거야. 지구의 운명보다 훨씬 더 소중한 내 세상을.’ (93쪽)


“카나는 아직 우물 안 세상밖에 몰라. 지금 여기서 나랑 사귀면 작은 우물 안에서 네 세상은 닫히고 말아.” “그래도 좋아!” “안 돼.” “괜찮다니까!” “어른이 된 네가 더 큰 세상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쌓고도 여전히 나에 대한 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난 안 변해!” “그래?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찾아와.” (160∼161쪽)


‘아직은 늦지 않았겠지? 지구란, 지구란, 소중한 사람의 미래야!’ (167쪽)



  지구라는 별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지구라는 별은 덧없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랑스러울 수 있고, 지겹거나 물릴 수 있습니다. 즐거울 수 있지만 싫거나 미울 수 있어요.


  곰곰이 따지면 온갖 생각이 갈마드는 지구입니다. 어느 한 가지 느낌만 있지 않은 지구예요. 우리는 지구에서 ‘산다’고 말하는데, 지구에 ‘갇혔다’고도 말할 만합니다. 지구 바깥에서 누리는 삶은 생각하지 못하거든요. 지구 바깥으로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지구 바깥에서 굳이 살아야 하는가 여기기도 합니다.


  지구가 아름답다면 지구라는 별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사람을 비롯해서 풀이며 나무이며 바다이며 하늘이며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를 품은 온누리가 모두 아름답지요. 지구가 안 아름답다면 지구라는 별뿐 아니라 나랑 너랑 우리 모두 안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온누리도 안 아름답겠지요.


  만화책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네무 요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은 차츰 자라는 푸름이 이야기를 두 가지 틀에 담아서 보여줍니다. 첫째, 덧없어 보이고 재미없는 하루를 어영부영 맞이하는 틀로 보여줍니다. 둘째, 늘 똑같아 보이며 뜻없어 보이는 하루라지만, 이 지구라는 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늘에서 똑 떨어진 하느님’한테서 들을 뿐 아니라, 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틀로 보여주어요.


  아직 지구를 모르는 아이들은 지구뿐 아니라 저 스스로를 모릅니다. 마을도 나라도 모르고, 숲도 하늘도 몰라요. 꽃도 나무도 모르고, 풀벌레하고 새도 모릅니다. 이러다 보니 앞길을 그리지 못해요. 아니, 앞길을 안 그리지요. 앞길을 그릴 마음이 없이 지치거나 풀이 죽은 하루를 보내던 아이들은 시나브로 눈을 뜹니다. 누가 틔워 줘서 여는 앞길이 아닌, 스스로 걸어가야 스스로 트면서 지을 수 있는 앞길이라는 대목을 깨닫습니다. 2018.4.2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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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샤 16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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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9



살아가는 기쁨이란

― 이누야샤 16

 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6.25.



‘거울에서 혼이 넘치려 한다. 다 빨아들이지 못했나. 그 정도로 카고메의 혼이 크단 말인가?’ (51쪽)


“그래도 활을 쏘겠느냐? 이누야샤 같은 것을 지키기 위해.” “당연하지! 내 화살은! 나쁜 놈한테만 맞는다구!”(57∼58쪽)


“이누야샤, 너는 반요지? 반은 요괴의 피가 흐르는 놈이, 사람을 잡아먹는 즐거움은 모르나.” “닥쳐!” (123쪽)


‘아니, 얼굴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 아냐. 왠지, 이누야샤의 마음이 어딘지 멀리 가버릴 것만 같아서.’ (183쪽)



  사는 보람을 묻는 분이 있으면 ‘나한테 기쁨이 되는 살림길’을 가만히 그립니다. 오래 헤아리지 않아도 보람쯤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만, 참말로 오늘 하루도 보람이 맞는가를 살피고, 아침에 일어나서 이 보람으로 기쁘게 걸었는가를 되새깁니다. 이러고 나서 씩씩하게 말해요. “배우고 나누고 사랑할 수 있어 기쁜 살림길이에요.” 하고요.


  《이누야샤 16》(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은 이누야샤가 요괴로 바뀐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한 카고메 마음을 보여줍니다. 오직 요괴인 모습으로 바뀐 이누야샤 스스로도 그때에 어떤 마음이었는가를 비추어 줍니다. 만화이기 때문에 두 사람(또는 한 사람하고, 사람이 되고픈 반요괴 하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카고메는 오직 요괴인 모습인 이누야샤를 처음 보았을 적에 무섭다거나 두렵다고 느끼기보다 “이누야샤 마음이 어디로 떠날 듯하다”고 여겼다고 해요. 이누야샤는 무시무시한 다른 요괴를 물리치려면 그렇게 몸을 바꾸어 더욱 힘센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다가 흠칫해요. 카고메가 들려준 한 마디 ‘마음’이란 말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기쁨은 늘 곁에 있다고 느껴요. 사랑하고픈 이한테서 배우고, 사랑하려는 이하고 나눕니다. 그리고 사랑을 늘 우리 마음에서 길어올립니다. 배우기에 나눌 수 있고, 나누기에 스스로 꾸준히 자아낼 만합니다. 2018.4.2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만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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