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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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70



네 앞길은 네가 트면 돼

―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

 네무 요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5.15.



‘자, 그럼. 내일부터 난 뭘 한다?’ (71∼72쪽)


“내 세계는 이미 한 발 먼저 멸망해버렸거든.” (83쪽)


‘그래, 난 내 세상을 되돌리는 거야. 지구의 운명보다 훨씬 더 소중한 내 세상을.’ (93쪽)


“카나는 아직 우물 안 세상밖에 몰라. 지금 여기서 나랑 사귀면 작은 우물 안에서 네 세상은 닫히고 말아.” “그래도 좋아!” “안 돼.” “괜찮다니까!” “어른이 된 네가 더 큰 세상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쌓고도 여전히 나에 대한 마음에 변함이 없다면…….” “난 안 변해!” “그래?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찾아와.” (160∼161쪽)


‘아직은 늦지 않았겠지? 지구란, 지구란, 소중한 사람의 미래야!’ (167쪽)



  지구라는 별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지구라는 별은 덧없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랑스러울 수 있고, 지겹거나 물릴 수 있습니다. 즐거울 수 있지만 싫거나 미울 수 있어요.


  곰곰이 따지면 온갖 생각이 갈마드는 지구입니다. 어느 한 가지 느낌만 있지 않은 지구예요. 우리는 지구에서 ‘산다’고 말하는데, 지구에 ‘갇혔다’고도 말할 만합니다. 지구 바깥에서 누리는 삶은 생각하지 못하거든요. 지구 바깥으로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모르기도 하고, 지구 바깥에서 굳이 살아야 하는가 여기기도 합니다.


  지구가 아름답다면 지구라는 별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사는 사람을 비롯해서 풀이며 나무이며 바다이며 하늘이며 모두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지구를 품은 온누리가 모두 아름답지요. 지구가 안 아름답다면 지구라는 별뿐 아니라 나랑 너랑 우리 모두 안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온누리도 안 아름답겠지요.


  만화책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3》(네무 요코/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은 차츰 자라는 푸름이 이야기를 두 가지 틀에 담아서 보여줍니다. 첫째, 덧없어 보이고 재미없는 하루를 어영부영 맞이하는 틀로 보여줍니다. 둘째, 늘 똑같아 보이며 뜻없어 보이는 하루라지만, 이 지구라는 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늘에서 똑 떨어진 하느님’한테서 들을 뿐 아니라, 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틀로 보여주어요.


  아직 지구를 모르는 아이들은 지구뿐 아니라 저 스스로를 모릅니다. 마을도 나라도 모르고, 숲도 하늘도 몰라요. 꽃도 나무도 모르고, 풀벌레하고 새도 모릅니다. 이러다 보니 앞길을 그리지 못해요. 아니, 앞길을 안 그리지요. 앞길을 그릴 마음이 없이 지치거나 풀이 죽은 하루를 보내던 아이들은 시나브로 눈을 뜹니다. 누가 틔워 줘서 여는 앞길이 아닌, 스스로 걸어가야 스스로 트면서 지을 수 있는 앞길이라는 대목을 깨닫습니다. 2018.4.2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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