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1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6


《이누야샤 18》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7.25.



  사람이라면 시샘을 해야 할까요? 어쩌면 사람이기 때문에 시샘을 할는지 모르나, 사람이라는 숨결을 더 깊이 헤아린다면 우리 사람한테는 아무런 시샘이 없었을 수 있어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푸나무하고 벌레하고 짐승한테도 시샘이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살고, 그저 살림하며, 그저 사랑하면서, 그저 사람으로 있었을는지 몰라요. 왜 그러한가 하면, ‘사람답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누구를 시샘하지 않아요. 오롯이 사랑하며 슬기로울 적에 비로소 사람답다고 해요. ‘사람답지 않다’고 할 적에는 바로 사랑이 없거나 슬기롭지 않은 모습이나 몸짓이지요. 《이누야샤》 열여덟 걸음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시샘이라는 마음을 깊이 짚습니다. 키쿄우하고 카고메 사이에 저마다 움트는 시샘을 그리는데, 키쿄우는 이를 슬기롭게 이기지 못합니다. 나라쿠는 가장 바보스럽지요. 이누야샤는 이리저리 오가지만, 어느새 이누야샤 나름대로 시샘이 아닌 오롯한 삶과 사랑으로 가는 길을 깨달으려 합니다. 그리고 카고메가 모든 넋을 품을 수 있을 만한 참답고 참한 사랑으로 나아가려고 시샘을 살며시 녹여냅니다. ㅅㄴㄹ



‘이누야샤와 키쿄우의 인연은 절대 끊을 수 없다. 그건 알아. 하지만 이누야샤. 나는 생각했어. 너와 내가 만난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나는 이누야샤가 살아 있으면 좋겠어. 즐거운 일이 있었으면 좋겠어. 많이 많이 웃으면 좋겠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 곁에 있을게.’ (150∼15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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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5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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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5


《토리빵 5》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1.6.30.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 초피나무에 앉습니다. 초피나무에는 범나비 애벌레가 초피잎하고 똑같은 빛깔로 꼬물꼬물 기면서 밥을 먹다가 움찔 놀랍니다. 범나비 애벌레는 새한테 살이 통통히 오른 먹잇감이 될 수 있고, 때로는 새한테서 살아남아 나비로 멋지게 깨어날 수 있습니다. 여름을 누리려고 찾아온 제비가 마당이며 하늘을 날렵하게 가르면서 춤추고 노래합니다. 할미새가 논두렁에 닿을 동 말 동 재미나게 날갯짓을 합니다. 만화책 《토리빵》을 읽기 앞서도 새를 읽었고,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도 새를 읽습니다. 다섯 걸음째에 이르는 《토리빵》을 즐기면서 이 만화책이 왜 이렇게 사랑받을 만한가를 새삼스레 느낍니다. 이 만화책은 새를 곁에 두고픈 따스한 마음결도 드러내지만, 삶을 마음껏 가꾸고픈 두 사람 살림살이가 재미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만화를 볼 이웃을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아요. 그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쁜 웃음이면서 재미난 노래입니다. 그리고 만화님 토리노 난코 님은 곧잘 시를 읊습니다. 새를 보다가, 하늘을 보다가, 바람을 마시다가, 가만히 잠들다가. ㅅㄴㄹ



‘바람 잔잔한 저녁 무렵에,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하얗고 하늘거리는 것이 떠다닌다. 버드나무과 식물의 열매에서 떨어져 나온 솜털인 것 같다. 부드럽고 공기보다도 가볍다. 떨어지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고 그저 희미한 어둠 속에 떠다니는 무수한 흰 점을 보고 있자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떠 있는 것은 내 몸인 듯한 기분이 든다. 땅거미 질 무렵의, 여름눈.’ (3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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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무 2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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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4


《비천무 2》

 김혜린

 대원문화출판사

 1997.1.15.



  시인은 어떻게 사랑을 하는가, 또는 사랑을 하던 시인은 어떻게 사람을 마구 죽이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가, 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던 사람은 어떻게 시인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비천무》는 두 걸음째에서 노래님(시인)하고 죽일놈(살인마)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를 그려냅니다. 때로는 하늘을 날며 춤추는 노래인데, 때로는 하늘을 날며 춤추는 칼입니다. 때로는 하늘을 함께 날며 기쁜 노래인데, 때로는 하늘에 홀로 펄럭이며 슬픈 칼부림입니다. 사내들은 왜 칼을 자꾸 손에 쥐고 싶을까요? 사내들은 사람을 베는 긴칼 말고 도마질을 하는 부엌칼을 손에 쥐면 안 될까요? 사람을 죽이는 칼질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칼질을 한다면, 그리고 호미하고 삽을 쥐어 땅을 일군다면, 이러면서 나무를 만져 뚝딱뚝딱 장난감이며 살림을 짓는 길을 간다면, 못 배우건 많이 배우건 누구나 노래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살리는 길을 가기에 노래님이요, 죽이는 길을 가기에 죽일놈입니다. 살림길에서 함께 노래합니다. 죽음길에서 홀로 눈물에 젖습니다. 사내들이여, 겉멋을 걷어치우고 사랑맛을 가꾸소서. ㅅㄴㄹ



“나처럼 못 배운 놈이 어떻게 시인이 돼?” “아냐! 시인이야.” ‘빗소리는 선율, 가늘게 떠는 풀잎은 하늘을 오르는 춤! 알 수 있겠니, 설리?’ (40쪽)


(숲노래/최종규 . 만화읽기/만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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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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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3


《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5.5.25.



  지키려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지킨다고 할 적에는 누가 누구를, 또는 누가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 보금자리를 지키나? 삶을 지키나? 사랑이나 사람을 지키나? 내가 나를 지킬 줄 안다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기리라 본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하면서 이웃을 지키는 일이란 없다고 느낀다. 《3월의 라이온》은 열 걸음째에 이르면서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가를 보여준다. 어릴 적에 ‘남집’에 살며 아뭇소리를 안 하고 숨으려고만 하던 아이는, 저를 살뜰히 지켜보면서 한지붕으로 이끄는 사람들한테서 받은 따스한 기운을 고스란히 키워서 ‘누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한껏 북돋운다. 제법 어른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고, 아직 어른은 아니되 어른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둘레에서 여러 어른, 아니 둘레에서 ‘나이 먹은 여러 사람’을 지켜보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야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한다고 할 만하다. 그래, 그렇지. 둘레에 아름다운 어른이 있어야만 아이가 아름답게 자라지 않는다. 둘레에 바보스러운 어른, 아니 나이 먹고 안 아름다운 이가 가득해도, 이들을 거울 삼아 아름답게 자랄 수 있다. ㅅㄴㄹ



“뭘 기준으로 ‘어른’이라고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정의로는 ‘스스로 자기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161쪽)


(숲노래/최종규 . 만화읽기/만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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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레오 2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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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2


《밀림의 왕자 레오 2》

 테츠카 오사무

 하주영 옮김

 학산문화사

 2001.8.25.



  어릴 적에 《밀림의 왕자 레오》를 보던 무렵부터 어른이 되어 이 만화책을 보는 날까지 ‘사람으로 태어난 몸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일삼는가?’ 하고 느낍니다. 그린이가 우리더러 이렇게 느끼라고 만화를 베풀었을는지 모르지만, 이 느낌에서 머물지는 않습니다. 늘 이 다음을 더 생각하자고 이끌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몸을 아름답게 다스려서 서로 이웃이며 동무가 되는 길을 찾자!’는 마음으로요. 사람이 입은 몸은 많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모자라고 모자라기 때문에 더욱 머리를 써서 슬기를 빛내려 해요. 때로는 슬기가 아닌 꿍꿍셈이나 속임짓으로 빠지는데요, 이때에도 둘레에서 꿍꿍셈이나 속임짓을 따스한 사랑으로 너르게 품어서 녹이려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만화가 그냥 만화일 수 없는 줄 만화로 일깨운 사람으로 테츠카 오사무를 손꼽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철학을, 평화를, 사랑을, 삶을, 노래를, 꿈을, 기쁨을, 아름다움을, 전쟁을, 바보짓을, 어깨동무를, 독재를, 사회를, 가르침과 배움을, 어버이와 아이를, 그리고 마을과 시골과 숲을 마치 교향곡처럼 만화로 들려주니, 멋진 만화책 하나는 우리 곁에 있는 살가운 길벗입니다. ㅅㄴㄹ



“레오, 너란 친구가 있으니까 말이야. 넌 사자, 난 인간이지만, 우린 마음의 끈으로 연결돼 있어!”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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