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츠바랑! 14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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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8


《요츠바랑 14》

 아즈마 키요히코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4.30.



  《요츠바랑》 열네걸음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합니다. 열세걸음이며 열두걸음이며 열한걸음이며 읽을 적에도 ‘다음 책’은 더 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다시 사고는 거듭 뉘우칩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잇기보다는 질질 끄는 이 만화를 말이지요. 요츠바 이야기가 흐르는 만화책을 읽는 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지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사람은 앞으로도 자랄 낌새가 없습니다. 어린이 요츠바뿐 아니라 둘레 어른도 거의 다섯 살 또래 눈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요츠바는 열네걸음에 이르기까지 ‘둘레 어른이 들려주거나 보여주거나 알려주는 길’에 젖어들 뿐, 스스로 새롭게 짓는 길이나 새롭게 꿈꾸어 생각을 펴는 길은 좀처럼 드러내지 못합니다. 다섯 살 아이가 ‘선물받기’에 길들 뿐, 스스로 이웃이나 동무한테 선물하기를 헤아리지 못한다면, 이 아이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요? 어른은 아이한테 선물을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른은 아이하고 하루를 새롭게 배우면서 함께 자라는 넋이지 싶습니다. 이제 참말로 끊자고, 다음 이야기나 마지막 이야기가 나오든 말든, 더 쳐다보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ㅅㄴㄹ



“얀다는 선물 안 갖고 오네.” “선물? 누구한테?” “요츠바한테.” “요츠바한테? 왜?” “점보는 맨날 아이스크림, 비즈, 그림책이나 스티커처럼 이것저것 갖고 오는데.” “음. (점보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어른이니까.” (1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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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메이와 미코치 1 - 9cm 요정들의 알콩달콩 숲 속 생활
카시키 타쿠토 지음, 이기선 옮김 / 길찾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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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7


《하쿠메이와 미코치 1》

 카시키 타쿠로

 이기선 옮김

 길찾기

 2015.4.30.



  하나씩 배우는 길이란 즐겁습니다. 저는 이제껏 살며 날마다 배우기에 새롭게 숨결을 얻는다고 느꼈어요. 배우지 못하면 죽은 삶이라고 여겼어요. 누가 이를 가르쳐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문득문득 느꼈고, 어느덧 ‘문득문득’이 ‘깊이깊이’로 바뀌었습니다. 《하쿠메이와 미코치》 첫걸음은 매우 자그맣게 보이는 두 사람이 짓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다만 ‘사람 몸집’하고 댈 적에 자그마한 ‘두 사람’인데, 둘은 ‘숲 정령’이나 ‘숲 천사’일 수 있고, ‘작은이’일 수 있어요. 아무튼 둘은 어느 날부터 한집살림을 가꾸면서 지내는데, 저잣거리에서 요모조모 장만해서 쓰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 손수 지어서 씁니다. 한창 만화책을 읽다가 생각해 보았어요. 우리는 참말 누구나 예전에는 모두 손수 지어서 썼어요. 먹는 밥도, 입는 옷도, 자는 집도, 참말로 모든 사람이 손수 다룰 줄 알았습니다. 오늘날에는 밥이며 옷이며 집이며 돈으로 사다가 쓰기만 해요. 작은 만화책 하나입니다만, 우리가 늘 누구나 하던 살림을 이제 까맣게 잊고 말면서, 시나브로 이런 이야기를 만화로 알게 모르게 자주 담아서 나누는 흐름은 아닌가 싶곤 해요. ㅅㄴㄹ



“항구 보고 집에 갈까?” “하지만 지갑…….” “이제 됐어. 오늘 난 하쿠메이랑 놀러와서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간다, 그거면 충분해.” (14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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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시몬 2
이시카와 마사유키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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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26


《모야시몬 2》

 이시카와 마사유키

 김완 옮김

 시리얼

 2016.4.25.



  우리 곁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는 어디에서 비롯할까요? 우리 눈에 보이는 먼지하고 안 보이는 먼지는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 눈에 보이기에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우리 눈에 안 보인다면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도깨비라든지 천사라든지 하느님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면, 날아다니는 효모를 볼 뿐 아니라 말을 섞을 수 있겠지요. 보기에 느껴서 알고 말을 붙입니다. 못 보기에 못 느껴서 모르며 말을 못 붙입니다. 《모야시몬》 두걸음에 흐르는 이야기를 문득 돌아봅니다. ‘말 = 이름’이고, ‘이름 = 말’이에요. 보고 느껴서 안다면, 보고 느끼고 알아 이웃이나 동무로 여긴다면, 우리는 누구나 즐거이 말을 섞으며 서로 이름을 부르고 이야기를 합니다. 스스로 짓는 말이면서 스스로 짓는 이름이고 이야기예요. 맛난 밥이나 술을 짓는 손이란, 우리 곁에 흐르는 숨결을 보고 느껴서 알 뿐 아니라 따사로이 반기는 손이지 싶습니다. 삶을 보는 눈을 넌지시 비추는 만화책이 재미있습니다. 살림을 가꾸는 손을 새삼스레 되비추는 만화책이 반갑습니다. 너를 보는 눈으로 나를 보고, 나를 보는 눈으로 너를 봅니다. ㅅㄴㄹ



“실제로 술은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는 것 자체가 힘들지. 까놓고 말해 꽝을 뽑는 일도 흔하고, 하지만 그렇기에 맛있는 술과 만나면 기쁜 법일세. 이 술처럼 세상에는 아직도 굉장한 술이 묻혀 있을걸세. 자네들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술을 찾아보게. 뭐, 개중에는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은 놈들도 있지만.” (3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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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핑거 2
마츠모토 코유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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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25


《그린 핑거 2》

 마츠모토 코유메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8.6.25.



  둘레에서 ‘똥손’이란 말을 쓰면 깜짝 놀랍니다. 똥이 뭐가 어쨌다고? 우리가 밥을 먹으면 이 밥으로 몸에서 기운을 얻고는, 땅이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똥하고 오줌을 내보냅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땅한테서 얻은 기운이라면, 우리가 내놓는 똥오줌은 땅이 얻을 기운이에요. 무엇이든 잘 빚지 못하거나 엉클어뜨리는 손이라면 ‘막손’이라 해야 알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막손이란 없어요. 어느 손이든 흙을 만져 흙손이 되고, 아이를 어루만져 사랑손이 되며, 곁님을 쓰다듬어 기쁨손이 됩니다. 《그린 핑거》 두걸음을 보면 매우 바쁘며 힘겹게 아이를 돌보던 어느 분이 ‘막손’으로도 돌볼 수 있었다던 옥잠화 이야기가 흐릅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손길을 내밀기에 새롭게 꽃이 피어납니다. 우리 손은 ‘바쁜손’만이 아니라 ‘꽃손’입니다. 꽃을 피우는 손으로 아이들을 다독이니 웃음손도 노래손도 되고, 아이들은 새삼스레 빛손이나 꿈손으로 거듭납니다. 푸르게 물결치는 푸른손입니다. 파란 하늘을 닮은 파란손입니다. 맑은 냇물처럼 맑은손입니다. 새빨간 열매 같은 빨간손이고, 샛노란 봄꽃 같은 노란손, 봄손입니다. ㅅㄴㄹ



“난 이 녀석의 새싹을 보는 게 제일 좋다. 어린 세 자식을 끌어안고, 육아라곤 알지도 못하는 내가 아이들 키우랴 분주한 매일 속에서, 일까지 해 가며 정말 필사적이었지. 옥잠화는 거의 손이 안 가서, 그렇게 바쁜 내겐 딱 맞는 식물이었어. 초봄 아직 쌀쌀한 지상에 작고 앙증맞은 새싹을 있는 힘껏 틔우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아이들의 졸업이며 입학과 늘 맞아떨어지더라고.” (17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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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신화편 2 - 개정판 신과 함께 개정판 시리즈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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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책시렁 24


《신과 함께, 신화편 中》

 주호민

 애니북스

 2012.11.16.



  오늘 우리 집에 어떤 님이 사는가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예전에는 이를 거의 안 헤아렸어요. 아니, 못 헤아렸습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다세대주택하고 아파트에서 어린 날을 보냈기에, 이곳에서 구렁이라든지 제비라든지 지네를 만날 일이란 없습니다. 다만 개미나 쥐는 으레 만났어요. 시골에서 살며 우리 집 어딘가 깃든 구렁이를 가끔 마주치고, 지네가 볼볼 기는 모습하고 처마 밑 제비집을 봅니다. 집하고 떨어진 뒷간이나 뒷밭이나 마당이나 울타리를 바라보면 이곳에 틀림없이 어떤 님이 깃들겠구나 싶고, 보금자리를 둘러싼 나무마다 뭇님이 있으리라 여깁니다. 《신과 함께, 신화편 中》을 읽으니, 우리 옛이야기에서 님, 이른바 하느님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새롭게 풀어냅니다. 살림집을 둘러싼 님을 비롯해, 한겨레가 바라보는 ‘하늘에 계신 님’하고 ‘땅에 계신 님’을 두루 짚고자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좇다 보면 옛날 님이 오늘에는 어디에 어떻게 있을는지 궁금해요. 오늘 우리 곁에는 어떤 님이 있을까요? 오늘 우리는 어떤 님하고 살며 어떤 이야기를 지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님을 잊은 채 서로 남남으로 지내지 않나 싶습니다. ㅅㄴㄹ



“당신은 미쳤군요. 모든 것은 당신이 결정했습니다. 어머니와 혼인한 것. 꽃감관이 되기로 한 것. 천년장자의 집에 묵은 것. 어머니를 두고 온 것. 모두 당신이 저질러 놓고, 이승을 멸망시키겠다고요?” (102∼10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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