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방구 왈츠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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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57


《문방구 왈츠》

 카와치 하루카

 심이슬 옮김

 삼양출판사

 2016.8.10.



  손에서 미끄러져 책상에 톡 떨어진 뒤에 바닥으로 퍽 부딪혀 연필이 부러지기도 합니다. 이때에 연필은 무엇을 느낄까요? 연필은 연필 임자한테 어떤 마음을 품을까요? 장만해 놓고 오랫동안 안 써서 그만 다 말라버린 펜이 있으면, 이 펜은 펜 임자한테 무슨 생각이 들까요? 《문방구 왈츠》는 춤을 추고 싶은 문방구 이야기를 다룹니다. 구석에 처박힌 채 먼지만 먹기를 바라지 않는 문방구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웃고 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 눈에는 그저 연필이요 만년필이요 종이요 자요 먹물일 뿐일 테지만, 연필이나 만년필이나 종이나 자나 먹물은 저마다 다른 숨결이라고 합니다. 저를 잘 다루거나 쓰는 임자를 만나면 기뻐서 춤을 추는 문방구라고 해요. 저를 안 쳐다보거나 안 쓰거나 마구 다루는 임자를 만나면 짜증나거나 슬프거나 괴로워 춤이 안 나오는 문방구라 하는군요. 가만 보면 문방구한테만 숨결이 있지는 않으리라 느껴요. 냉장고한테도, 신한테도, 부채한테도, 전화기한테도, 셈틀한테도, 책한테도 저마다 다른 숨결이 감돌 테지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저마다 고운 님으로서 우리를 바라보고 기다립니다. ㅅㄴㄹ



‘공장에서 이곳으로 실려 와서,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생각하는 것도 지겹다. 스스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색은 다른 데는 좀처럼 없을 거다.’ (62∼63쪽)


‘흉내내고 싶은 게 아니야. 나 아니면 쓰지 못할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젠장. 불행에 취하지 마.’ (184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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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테레츠 대백과 1
후지코 F. 후지오 지음, 허윤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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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56


《키테레츠대백과 1》

 후지코 F. 후지오

 허윤 옮김

 미우

 2018.6.30.



  키테레츠는 도라에몽에 나오는 노비타(진구)가 아닙니다. 키테레츠는 노비타랑 아주 다르게 무엇이든 스스로 지어서 나누려고 하는 상냥하며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입니다. 키테리츠는 어디에서나 무엇이나 배우려 하는 아이요, 노비타랑 달리 남한테 기대려 하지 않습니다. 눈치를 본다거나 미루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도 없어요. 다만 한 가지에 푹 빠져서 제 길을 가느라 곁에 누가 있는지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 모두 잊는 재미난 아이입니다. 《키테레츠대백과》 첫걸음은 먼먼 할아버지한테서 피뿐 아니라 마음을 함께 물려받아서 이 땅에서 스스로 즐겁고 이웃한테 기쁜 살림을 짓겠노라 꿈꾸는 아이를 보여줍니다. 이 아이는 생각하고 살펴서 짓고 나누는 일로 하루를 보내요. 학교에 가서 교과서 수업을 받는 일은 오히려 ‘하루를 아깝게 흘려보내는 짓’이라고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 아이한테는 꿈으로 그리는 생각이 대수롭습니다. 때로는 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놀지 않아도, 쉬지 않아도 되어요. 참으로 멋지지요. 오늘날 우리 어버이나 어른은 아이들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치려 할까요? 케티레츠네 아버지도 마음이 퍽 넓습니다. ㅅㄴㄹ



“엄마는 왜 저렇게 눈앞의 일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저 로봇이 하루라도 빨리 완성된다면 심부름 같은 건 얼마든지 시킬 수 있을 텐데 말야.” (7쪽)


“역시 우리 아빠야. 다정하다니까.” “그래서 주는 게 아니야. 너한테는 뭔가를 만드는 재능이 있어. 그걸 더 키워 주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41쪽)


“이거 돌려주마! 이런 걸로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 건 싫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고 싶어.” (185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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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은 알고있을지도 몰라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지음, 오주원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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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55


《달님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아사쿠라 세카이이치

 오주원 옮김

 중앙북스

 2010.3.31.



  내가 모르는 일을 네가 알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쩌면 알는지 몰라요. 서로 마음을 읽는 사이라면, 네 마음을 내가 읽고, 내 마음을 네가 읽으니, 서로 미처 헤아리지 못한 대목을 넌지시 짚어 줄 만합니다. 동무가 되는 길이라면, 이웃으로 지내는 삶이라면, 바로 마음읽기가 징검돌이지 싶습니다. 《달님은 알고 있을지도 몰라》에는 여러 숨결이 나옵니다. 사람만 나오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닌 여러 숨결은 사람하고 똑같이 말을 섞습니다. 어쩌면 이들 다른 숨결은 사람이 ‘사람말 아닌 숲말이나 별말’을 할 줄 모르기에 이를 조용히 헤아려서 사람말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람은 사람만 생각하느라 바빠서 숲말이나 별말은 도무지 모르거나 배우려 하지 않을 수 있을 테지요. 그나저나 달님은 알까요? 별님은 해님은 꽃님은 알까요? 그리고 우리 마음에 깃든 따사로운 숨님은 알까요? 우리는 서로 무엇을 알면서 말을 섞을까요? 우리는 날마다 무엇을 바라보거나 생각하면서 어깨동무를 하는가요?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흐르고, 구름이 흐르며 비를 뿌리고, 비가 내리며 냇물이 불고, 냇물이 불면서 숲이 촉촉합니다. 이다음은 어떤 길일까요?



“실은 바로 바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치료에 시간과 돈이 좀 든다고 해서 회사를 열게 된 거지. 운전이 적성에 맞기도 했고.” (22쪽)


‘우주로 훌쩍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37쪽)


‘‘7’은 찾아서도, 기다려서도 안 돼. 끌어와야지!’ (122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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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샤 19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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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54


《이누야샤 19》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2.7.25.



  아이는 자라는 동안 끝없이 묻고 되묻습니다. 아이가 묻는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는지 몰라 힘들다는 어버이가 있지만, 꼬박꼬박 대꾸하는 어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 물음에 빙그레 웃음을 짓고는 “그럼 누구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새로 묻는 어버이가 있어요. 아이는 모든 수수께끼를 스스로 풀 수 있습니다. 어버이는 어떻게 여기는지 궁금하기에 물어요. 그래서 어버이라면 먼저 아이 생각을 듣고서, 새로 생각을 지펴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싶습니다. 함께 자라는 사이인 아이요 어버이입니다. 《이누야샤》 열아홉걸음에 이르면 이누야샤가 더없이 큰 담벼락에 부딪힌 이야기를 다룹니다. 열여덟걸음까지도 늘 담벼락에 부딪히던 이누야샤이지만, 이제 훨씬 큰 담벼락하고 맞서야 합니다. 다만 둘레에서는 이누야샤한테 토를 달지 않아요. 길을 밝혀 주지도 않습니다. 그 길이 괴롭고 그 담벼락이 높다면 더 파고들어서 스스로 알아내어 새롭게 일어서라는 뜻을 밝힐 뿐입니다. 이누야샤한테는 저를 아끼는 벗님이 둘레에 있으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되풀이하면서 틀림없이 제 길을 찾겠지요?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놈은, 죽일 가치도 없다.” (155쪽)


‘나는 인간을 사냥했을 뿐이야. 내가 되고 싶었던 요괴는, 내가 원했던 힘은, 이런 게 아니야!’ (160쪽)


“그러니까 가볍게 할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잖아! 뭔가 있지?” “스스로 알아내야지.” (168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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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키의 빵 1 - S코믹스 S코믹스
야마하나 노리유키 원작, 타카하시 요시유키 그림, 김아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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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시렁 53


《마사키의 빵 1》

 야마하나 노리유키 글

 타카하시 요시유키 그림

 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18.2.27.



  같은 쌀밥이라 하더라도, 경기 여주 쌀을 서울 수돗물로 지어서 먹으면 맛이 떨어집니다. 전남 함평 쌀을 부산 수돗물로 지어서 먹으면 무슨 맛이 될까요? 오늘날 사람들은 밥맛이 떨어지는 까닭을 스스로 잊거나 잃습니다. 가장 맛있는 밥이란, 손수 지은 땅에서 거둔 쌀을 제 고장 해·바람·숲이 어우러져서 흐르는 물로 지은 밥입니다. 다만 이런 숨결만으로는 맛있기 어려워요. 이런 숨결을 바탕으로 하면서 우리 사랑을 고이 담을 적에 비로소 맛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나락하고 물이 있어도, 골을 부리거나 미운 마음이 되어 밥을 지으면 맛없습니다. 《마사키의 빵》 첫걸음은 훗카이도 시골자락에서 빵을 굽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훗카이도에서는 훗카이도 밀가루하고 바람하고 해하고 물을 제대로 알아야 이 고장 맛을 담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마땅한 노릇입니다. 그런데 이 만화책은 줄거리를 좀 풀어나간다 싶은 자리마다 뜬금없는 곁다리를 끼워넣습니다. 빵을 굽는 ‘마사키’ 둘레에 ‘예쁘고 몸매 좋고 어린 가시내’가 달라붙는(?) 얼거리는 매우 엉성하면서 따분합니다. 굳이 이렇게 안 그려도 될 텐데요. 그리고 빵은 ‘만들’지 않고 ‘굽’습니다. ㅅㄴㄹ



“프랑스 빵이 맛있는 이유는 프랑스의 물과 기후가 길러낸 밀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지. 센물로 만들어진 빵은 프랑스의 문화 그 자체야. 프랑스에는 프랑스의, 독일에는 독일의, 스위스에는 스위스의 빵이 있듯, 빵은 그 토지에서 나는 물과 밀가루와 기후, 문화에 맞춰 성장하는 것이란다. 훗카이도의 물과 훗카이도의 기후, 온도, 습도, 풍토, 그것을 느끼는 거다.” (7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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