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년 1
타카노 히토미 지음, 이기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78


《나의 소년 1》

 타카노 히토미

 이기선 옮김

 AK코믹스

 2017.2.25.



  바닷물에 몸을 잠그면 어쩐지 포근합니다.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싶은 짠물이 포근하고, 끝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결이 포근합니다. 때때로 확 몰아치면서 머리끝까지 뒤집어씌우는 물결도 재미나면서 포근해요. 《나의 소년》을 읽으며 포근한 손길이나 눈길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곁에 있는다고 해서 포근하지 않습니다. 곁에 있어도 마음이 함께 있지 않다면 안 포근해요. 멀리 있기에 안 포근하지 않습니다.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 있으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포근한 숨결을 느끼며 기운을 새로 냅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제법 있으면서 혼자 살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혼자란, 손길을 따뜻이 뻗지 못하는 나이면서, 나한테 따뜻한 손길이 오지 못하는 하루일 테지요. 함께란, 손길을 따뜻이 뻗는 나이면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문득 따뜻한 손길이 찾아오는 하루일 테고요. 두 사람이 사이가 좋다면 나이가 비슷하기 때문도 아니고, 돈을 주고받기 때문도 아닙니다. 두 사람은 문득문득 따스한 손길을 내밀고, 문득문득 따스한 손길을 받아요. 있는 그대로 줄 수 있고 받을 수 있으면서, 상냥한 마음이 흐릅니다. ㅅㄴㄹ



“엄마가, 슬플 땐 사람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 좋댔어요.” (53쪽)


‘시합을 보러 오지 않는 아빠. 동생 ‘료이치’. 그리고 없는 엄마. 어떤 집이 이 아이를 만든 걸까.’ (136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월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76


《인월 1》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7.6.30.



  빗물이 돌고 돕니다. 이곳에서 내린 비는 흙으로 스며 땅밑에서 큰 줄기로 모여서 흐르다가 샘으로 솟고 냇물이 되어 다시 땅을 적시더니 어느새 새롭게 비가 되어 내립니다. 말이 돌고 돕니다. 우리 입에서 처음 터진 말은 뭇사람을 거치고 또 거쳐서 다시 우리 귀로 돌아옵니다. 삶이 돌고 돕니다. 사랑으로 지은 삶도, 미움으로 지은 삶도, 끝없이 돌고 돌면서 우리를 감쌉니다. 김혜린 님이 오랜만에 빚는 《인월》 첫걸음은 돌고 돌되 아프게 돌고 도는 삶을 짚으려 합니다. 가슴에 뜨겁게 솟구치려는 아픈 불길을 잠재우려는, 이러면서도 터뜨리고 싶은, 뜨겁게 아픈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갈림길을 짚으려 해요. 아픈 불길은 터뜨리고 자꾸 터뜨리면 잠재울 만할까요? 또는 누그러질 만할까요? 괴로운 불길은 일으키고 거듭 일으키면 비로소 사그라들 만할까요? 먼발치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불길을 터뜨리려 하면 아무리 불길을 터뜨려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요히, 차분히, 새롭게 사랑으로 태어날 수 있는 씨앗이 되도록 다스리지 않는다면, 미움도 싸움도 종살이도 끝나지 않고 맴돌지 싶습니다. ㅅㄴㄹ



“형, 그 녀석 무사히 지네 패거리 찾아갔을까? 근데 왜구들도 먹을 게 없어서 맨날 쳐들어오나? 그 녀석 꼴 보니까 털어간 거 다 어디다 어쨌는지 모르겠던데.” “도둑놈들이 그렇지 뭐. 그리고 그놈은 졸병이잖아. 거기도 대장이 있을 테니까.” (26쪽)


‘나도, 시주공물이었구나. 그래,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니까.’ (7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그대에게 6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시렁 75


《불멸의 그대에게 6》

 오이마 요시코키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모두 넉넉히 주어진 곳에서 태어났기에 무엇이든 넉넉히 할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넉넉히’란 무엇일까요? 이른바 좋은 쪽으로 있을 때에만 넉넉할까요, 나쁜 쪽으로 있기에 안 넉넉할까요? 좋다고 하든 나쁘다고 하든 우리한테 밥이 됩니다. 좋다면 좋은 대로, 나쁘다면 나쁜 대로 마음을 살찌우는 길이 되어요. 다만 이를 깨닫기까지 오래 걸릴 수 있어요. 우리한테 나쁜 것이 잔뜩 있기에 너무 어렵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불멸의 그대에게》 여섯걸음은 ‘어버이한테서 받은 삶’을 아이로서 어떻게 받아들여 새롭게 가꾸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리는 어버이가 물려주는 여러 가지가 나쁘다며 싫어할 수 있습니다. 어버이가 무엇을 물려주건 말건, 또 무엇을 보여주거나 들려주건 말건 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마음에 품는 꿈대로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 삶이에요. 날이 맑든 궂든 가야 할 길을 갈 뿐입니다. 아이가 아이로서 새롭고 씩씩하게 한 걸음씩 뗀다면, 모든 삶을 고스란히 밥으로 삼는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그야말로 불구덩이 같은 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기운내면서 웃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ㅅㄴㄹ



‘나는 안심했다. 그 녀석도 용서할 수 없는 게 있구나 하고. 그건 어쩐지 인간 같았다. 그리고 나 같았다. 내 미래에 그 녀석도 있었으면 좋겠다.’ (38∼39쪽)


“우리 부모는 악마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거랑 상관없이 우린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할 뿐이야. 안 그래?” (58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들의 봉우리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유메마쿠라 바쿠 원작 / 애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시렁 74


《신들의 봉우리 1》

 유메마쿠라 바쿠 글

 다니구치 지로 그림

 홍구희 옮김

 애니북스

 2009.9.17.



  숲에 깃들면 숲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둘러싸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이 소리하고 빛깔은 갖가지 숨결이로구나 하고 깨달을 만합니다. 멧자락으로 한 발 두 발 접어들면 멧골이 들려주는 소리하고 빛깔에 휩싸입니다. 살짝 숨을 돌리면서 바위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으면, 바위가 마음으로 온누리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들의 봉우리》 첫걸음을 펴면, 멧골에서 사는 멧사나이 이야기가 살몃살몃 나오다가 어느새 줄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님이 사는 봉우리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떤 뜻이나 생각일까요? 누구도 넘볼 수 없다는 깊은 멧골에 들어 홀로 멧봉우리를 붙잡고 오르는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몸짓을 펴는 셈일까요? 멧봉우리에 가까이 다가서면 다가설수록 사람 사는 마을하고 멀리 떨어집니다. 멧골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밥도 잠도 줄면서 오롯이 멧바람하고 하나가 되어 갑니다. 우리는 숲이나 멧골하고 멀리 떨어진 곳에 마을을 세우다가 도시를 키웁니다. 숲이나 멧골에 아무렇지 않게 송전탑을 박고 구멍을 냅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볼까요? 무엇을 할까요? 무엇을 느낄까요? ㅅㄴㄹ



‘후카마치에게는 그 사나이가 산꼭대기에 오르려 하고 있다기보다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였다.’ (112쪽)


“어려운 곳에다 손을 뻗치는 거죠. 마치, 바위를 두려워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벌을 주듯이 그 어려운 바위에 손을 대고 맙니다. 그리고는 결국 거기를 오르고 말죠.” (273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73


《고양이 노트 1》

 이케후지 유미

 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5.12.25.



  고양이가 글을 쓴다면, 공책에 하루를 적는다면, 두고두고 남길 삶을 가만히 그린다고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펼까요? 《고양이 노트》는 고양이 자리에서 고양이 눈으로 고양이 걸음에 맞추어 고양이 마음을 풀어내는 얼거리로 ‘고양이를 둘러싼 사람이 지내는 터’를 보여줍니다. 이런 얼거리를 살린다면, 바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삶도, 빗물이 사람을 지켜보는 삶도, 들풀이 사람을 헤아리는 삶도, 나무가 사람을 마주하는 삶도, 풀벌레가 사람을 노래하는 삶도 얼마든지 새롭게 엮어 볼 만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 살기에 으레 사람 눈높이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사람 사이에서도 금을 긋거나 가르면서 뿔뿔이 흩어지곤 해요. 이러다 보니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읽는 눈이 옅어지고, 이웃 마음을 못 읽거나 안 읽으면서 고양이라든지 바람이라든지 빗물이라든지 들풀이라든지 나무라든지 풀벌레 마음은 도무지 못 읽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조곤조곤 속삭이면 모두 알아듣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모두 들을 수 있습니다. 곁에 다가서며 기다리면 다 알아듣고, 함께 살림을 지으니 서로 이야기꽃이 터집니다. ㅅㄴㄹ



“있잖아, 넌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기는 했지만, 절대로 외톨이는 아니야. 앞으로는 우리가 함께 있을 거니까.” (38쪽)


‘아, 그렇구나. 저 책상에 앉아서는 즐거운 일만 하고 싶은 거야. 그것도 나랑 똑같군. 나도, 저 책상에 누워 있을 때는 저런 표정을 지을까?’ (109쪽)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