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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월 1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평점 :
만화책시렁 76
《인월 1》
김혜린
대원씨아이
2017.6.30.
빗물이 돌고 돕니다. 이곳에서 내린 비는 흙으로 스며 땅밑에서 큰 줄기로 모여서 흐르다가 샘으로 솟고 냇물이 되어 다시 땅을 적시더니 어느새 새롭게 비가 되어 내립니다. 말이 돌고 돕니다. 우리 입에서 처음 터진 말은 뭇사람을 거치고 또 거쳐서 다시 우리 귀로 돌아옵니다. 삶이 돌고 돕니다. 사랑으로 지은 삶도, 미움으로 지은 삶도, 끝없이 돌고 돌면서 우리를 감쌉니다. 김혜린 님이 오랜만에 빚는 《인월》 첫걸음은 돌고 돌되 아프게 돌고 도는 삶을 짚으려 합니다. 가슴에 뜨겁게 솟구치려는 아픈 불길을 잠재우려는, 이러면서도 터뜨리고 싶은, 뜨겁게 아픈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는 갈림길을 짚으려 해요. 아픈 불길은 터뜨리고 자꾸 터뜨리면 잠재울 만할까요? 또는 누그러질 만할까요? 괴로운 불길은 일으키고 거듭 일으키면 비로소 사그라들 만할까요? 먼발치에 있는 다른 사람을 보며 불길을 터뜨리려 하면 아무리 불길을 터뜨려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고요히, 차분히, 새롭게 사랑으로 태어날 수 있는 씨앗이 되도록 다스리지 않는다면, 미움도 싸움도 종살이도 끝나지 않고 맴돌지 싶습니다. ㅅㄴㄹ
“형, 그 녀석 무사히 지네 패거리 찾아갔을까? 근데 왜구들도 먹을 게 없어서 맨날 쳐들어오나? 그 녀석 꼴 보니까 털어간 거 다 어디다 어쨌는지 모르겠던데.” “도둑놈들이 그렇지 뭐. 그리고 그놈은 졸병이잖아. 거기도 대장이 있을 테니까.” (26쪽)
‘나도, 시주공물이었구나. 그래, 노비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니까.’ (78쪽)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