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의 왕녀 신일숙 환상전집
신일숙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시렁 169


《라이언의 왕녀, 단편》

 신일숙

 학산문화사

 2009.3.25.



  임금 집안에서 태어나면 임금 기운이 풍길는지 모릅니다. 흙지기 집안에서 태어나면 흙지기 기운이 날는지 모릅니다. 다르겠지요. 그런데 어느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든 더 훌륭하지 않습니다. 어느 마을에서 자라든 덜떨어질 일은 없습니다. 어떤 삶이든 스스로 맞아들여 짓습니다. 남이 지어 주지 않아요. 임금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흙을 만지면서 논밭을 가꿀 수 있어요. 흙지기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나라를 정갈히 다스리는 일꾼이 될 수 있어요. 스스로 마음을 품기 나름입니다. 《라이언의 왕녀, 단편》을 읽습니다. ‘라이언 왕녀’를 바탕으로, 임금 집안 사람들을 둘러싼 줄거리가 흐릅니다. 가시내여도 얼마든지 임금다운 숨결을 선보이는 아가씨는 옛날부터 이어온 임금 집안 핏줄이라는 길 하나하고 사랑하고 싶은 짝꿍을 곁에 두고 싶은 길 하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임금다운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면서 ‘사랑 앞에서 헤매는’ 모습이 어쩐지 겉멋스러운 이야기이지 싶습니다. 좀 허둥지둥 마무리지은 느낌이랄까요. 숨을 고르면서 이야기에 살을 더 입혀 보았다면, 삶 사랑 마음 꿈 길이 무엇인지 느긋이 다뤄 보았다면, 그야말로 ‘삶이란 뭐지?’를 파고들었다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ㅅㄴㄹ



‘용서하세요. 나의 아버님. 당신께서 이토록 억울한 죽음을 당하셨는데도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죽음만을 기다리려 한 이 바보 같은 딸을.’ (179쪽)


‘그 아픔의 대가로 얻은 것은 짧은 기쁨. 그리고 길고 긴 허무. 영원한 나락으로 빠져버린 허탈한 영혼.’ (40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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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절의 지온 씨 1
오지로 마코토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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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화책시렁 168


《고양이 절의 지온 씨 1》

 오지로 마코토

 김진희 옮김

 애니북스

 2018.4.6.



  서울이라는 곳에서는 어디를 가도 자동차나 사람이 물결을 칩니다. 더없이 많은 자동차나 사람을 맞닥뜨려야 한다면, 저마다 다르면서 고운 숨결인 줄 잊곤 해요. 알뜰히 거느리는 자동차 아닌 지겨운 짐덩이가 될 만하고, 사랑스러우며 멋진 사람 아닌 ‘너무 많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좋습니다. 《고양이 절의 지온 씨》 첫걸음을 읽으면 자동차도 사람도 가게도 집도 다 뜸한, 그렇다고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만, 매우 뜸해서 찻소리나 말소리를 딱히 귀가 따갑도록 들을 일이 없는 시골에서 절간을 지키는 아가씨가 나와요. 그리고 이 아가씨가 지키는 절간에 같이 깃들면서 학교를 다니려는 아이가 나오지요. 흔히들 ‘시골은 하루가 느리게 간다’고들 하지만, 조금도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는 서울이든 시골이든 똑같이 흐릅니다. 더 빠르게 가는 곳도 느리게 가는 곳도 없어요. 그저 똑같이 갈 뿐인데, 서울에서는 우리 스스로 나를 차분히 바라볼 틈을 못 내거나 잊는 터라 그만 하루가 휑하니 지나가는 듯 느낄 뿐입니다. 시골에서는 우리 스스로 나를 차분히 바라볼 틈을 제법 낼 수 있으니 하루가 느린 듯 여길 수 있는데, 시골에서 살더라도 스스로 차분하지 않거나 바삐 몰아친다면, 이곳에서도 삶을 놓치겠지요. ㅅㄴㄹ



“이곳 사람들은 어디서 놀아?” “시골엔 아무것도 없어! 이제 금방 도착해.” (13쪽)


“절은 어떠니? 심심하지? 내가 너희들 나이 땐 시골이 아주 지긋지긋했단다. 대를 잇네 마네 하는 성가신 일은 내 대에서 끝내려 했는데, 저 애가 절에 남겠다는구나.” (78∼7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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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7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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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431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7》

 니노미야 토모코

 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9.2.15.



“이렇게 돌을 빻아 물감을 만들어서 그림을 그리면 불가사의한 힘이 차오르는 기분이야. 까마득한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과 교감하는 느낌이랄까.” ‘지구의 숨결이 느껴진다.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선생님. 저도 돌이나 칼이나 골동품이나 역사책을 보면 즐거우니까요.’ (27쪽)


“아뇨, 아뇨. 세세한 수치 같은 건 저도 잘 몰라요.” “어떻게 합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그건 ‘속이고 말겠다’는 나이토 씨의 기운이 이글거려서….” (53쪽)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7》(니노미야 토모코/장혜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읽는다. 이야기는 차근차근 나아간다. 돌에 얽힌 이야기를 헤아리고, 돌에 깃든 오랜 숨결을 느끼는 아이는 한결같이 제 걸음을 디디고, 잃어버린 돌을 찾고 싶은 사내는 한결같이 헛걸음을 짚는다. 잃어버린 돌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여길 수 있을 테지. 잃어버린 돌은 잊고서, 눈앞에 있는 빛나는 돌을 제대로 알아보면서 새로운 빛돌을 품에 안을 수 있을 테고. 생각해 보라. 눈앞에 빛나는 돌이 있어도 이 빛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잃어버렸다는 돌을 어떻게 알아보겠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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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코 6
쿄우 마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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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시렁 172


《미카코 6》

 쿄우 마치코

 이청 옮김

 미우

 2019.1.31.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서 “자, 여기요. 선물이에요.” 하고 내밉니다. 선물을 내미는 아이들은 웃음투성이입니다. 얼굴에도 손에도 종이에도 몸짓에도 오롯이 웃음바다입니다. 이 선물을 하려고 얼마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신나게 그림놀이를 누렸을까요. 그림을 선물하는 아이들한테 글을 선물해 줍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누리는 놀이를 가만히 헤아려 줄거리를 짜고는 동시를 써요. 우리는 날마다 선물을 주거니 받거니 넉넉합니다. 《미카코》 여섯걸음이 일곱 해 만에 한국말로 나옵니다. 언제 한국말로 나오려나 손꼽다가 ‘이러지 말고 일본말을 익히자. 그 길이 훨씬 빠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이 만화책은 “미카코”라는 이름을 내걸지만, 미카코를 한복판에 세우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가 한복판에 섭니다. “미도리카와”도 “나오”도 “카토”도 한복판에 서고, 미술학원 교사도, 2학년 아이도, 미카코네 새엄마도, 나오랑 사는 아주머니도, 저마다 제 삶을 스스로 가꾸는 하루를 누려요. 넉 쪽씩 짤막하게 끊는 물빛그림은 쪽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흐르는 듯합니다. 짧지만 길고, 물결같지만 하늘같은 이야기예요. 고등학교 세 해가 아닌, 푸르디푸른 열일곱부터 열아홉 살 이야기입니다.



“특별한 사람이라 마음에 걸리는 거야. 똑같은 말을 들어도.” (34쪽)


‘걸어다녔다. 아무렇게나. 30분 후에는 길이 만들어졌다. 내 실수투성이 발자국은 이제 금세라도 지워질 것 같았다.’ (69∼70쪽)


‘계절이 바뀌고, 밴드 맴버가 바뀌고.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112∼113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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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자전거 12
미야오 가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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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책시렁 159


《내 마음속의 자전거 12》

 미야오 가쿠

 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04.11.25.



  큰아이가 열두 살이란 몸나이를 맞이한 어느 날 문득 묻습니다. “자동차에서 ‘자동’은 ‘스스로 가는’을 뜻해?” “응, 맞아. ‘자전거’에서도 마찬가지야.” “자전거도?”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자동차는 기름을 넣어야 가고, 자전거는 사람이 다리를 굴러야 가지. 스스로 간다기보다 ‘기름으로 가는’하고 ‘발을 굴러 가는’이라 해야 맞아.” “그럼 ‘차’는 뭐야?” “한자로 ‘수레’를 가리켜. 생각해 보니 자동차는 ‘기름수레(기름 먹는 수레)’이고, 자전거는 ‘발수레(발로 가는 수레)’이네.” 《내 마음속의 자전거》 열두걸음을 읽습니다. 첫걸음부터 한결같이 온갖 자전거가 나오고, 다 다른 자전거마다 다 다른 사람이 제 몸에 맞추어 새로운 눈썰미하고 삶길을 찾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참으로 그렇지요. 자전거는 한 가지만 있지 않습니다. 참으로 온갖 가지로 있어요. 값싼 자전거도, 값비싼 자전거도 있는데, 모두 쓰임새가 다릅니다. 값비싸대서 더 좋은 자전거가 아니에요. 더 튼튼히 더 오래 더 빠르게 써야 하는 자리에 맞추기에 돈이나 품을 더 들일 뿐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이란, 스스로 새롭게 달리려는 뜻입니다. 더 빨리 달릴 일은 없어요. 한결 신나게 달리며 바람으로 녹아들려는 뜻입니다.



“‘걷는 자전거’란 말의 뜻은 가르쳐 줘야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아저씨 몸이 가르쳐 줄 거예요.” (18쪽)


“그러고 보니 그 푸조, 옛날엔 흰색 아니었니?” “사실은 이거, 지금은 제 딸 거예요. 그 애가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다시 덧바른 거죠. 1주일간 계속 뺏어 타고 다녔으니 아마 지금쯤 퉁퉁 불어 있을 거예요.” (96쪽)


“전 이 자전거가 좋아요. 보통 메이커 제품이라도 아빠가 아오바에서 사준 물건이잖아요. 아니, 보통 제품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왜냐하면 정말로 고장 한 번 안 났거든요.” (188∼189쪽)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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