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5.6.4.

사진책시렁 175


《Reflections on the wall : the Vietnam Veterans Memorial》

 Smithonian Institution

 Stackpole Books

 1987.



  밑뜻을 안 짚는 채 ‘영웅(英雄)’ 같은 한자말을 아무렇게나 쓰는 이 나라이고, ‘영웅·영웅호걸’ 같은 이름에 얽매이거나 휘둘리는 우리 삶입니다. 한자 ‘영(英)’은 새김뜻이 ‘꽃부리’이되 ‘초(艸) + 앙(央)’이고, ‘앙(央)’은 “갇힌 사람”을 가리킵니다. 우리말로 보아도 ‘가운데’는 ‘가두다’로 뻗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빛나기에 가운데일 수 있되, 스스로 어둡기에 갇히는 가운데일 수 있습니다. 《Reflections on the wall : the Vietnam Veterans Memorial》은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관”을 북돋우려는 꾸러미입니다. “베트남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면서 나라(미국)와 뜻(자유민주)을 지킨 거룩한 사람(영웅)”을 추켜세우려는 뜻을 한껏 담아요. 이 꾸러미 어디에도 ‘베트남싸움’을 누가 왜 일으켰고, 멀쩡한 베트남사람을 누가 왜 죽이려 했고, 어떻게 죽였는지 아예 안 다룹니다. 또한, 애먼 나라로 가서 “돈을 버는 직업군인”으로 뛰다가 몸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몸앓이와 마음앓이로 시달리는가 하는 대목도 안 다룹니다.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를 돌아볼까요? 우리는 1950년 한겨레싸움을 누가 어떤 눈으로 다루는지 쳐다볼 노릇입니다. 그 뒤 2025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스스로 “저놈과 이쪽”으로 가르는 쌈박질을 이어온 민낯을 들여다볼 일이에요. 모든 싸움은 나라가 시키되, 우리가 나서기에 일어나고야 맙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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