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기준 문학동네 동시집 84
김준현 지음, 송선옥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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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4.12.

노래책시렁 491


《토마토 기준》

 김준현 글

 송선옥 그림

 문학동네

 2022.2.3.



  사람도 ‘숲’입니다. 풀과 나무만 숲을 이루지 않습니다. 늑대와 곰과 여우와 범도 숲을 이룹니다. 멧돼지와 멧토끼와 지렁이와 나비도 숲을 이루고, 풀벌레와 딱정벌레도 나란히 숲을 이룹니다. 누구나 다르면서 어울리는 숲인 줄 느낀다면, 언제나 스스럼없이 파란하늘을 머금는 푸른들녘인 마음으로 살아갈 만하지 싶습니다. 《토마토 기준》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어린이가 어린배움터에서 고단하게 마련이라 여기는 틀로 “해보자! 해보자!” 하고 북돋우려는 줄거리 같습니다. 그러면 뭘 해봐야 할까요? 배움터 여섯 해를 버텨내고, 이다음 여섯 해도 버텨내어, 이른바 ‘대학졸업장’까지 따내면 될까요? 우리 삶터가 푸른숲이나 아름숲이라면, 어린배움터만 마치고도 삶터 곳곳에서 즐겁게 일할 만해야 맞습니다. 어린배움터조차 안 다니더라도 스스럼없이 꿈을 펼 만한 터전이어야 아름답습니다. 배움길이 아닌 배움수렁에 배움굴레로 옥죄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괴롭고, 어버이도 고단하고, 배움터 길잡이까지 힘겹습니다. 말로만 꿈(희망)을 품자고 귀여운 말로 속삭이기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풀씨에 나무씨인 줄 느끼도록 들려주는 이야기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집안일을 하고, 철빛을 읽고, 새롭게 배우는 기쁜 하루를 누리는 길을 들려줄 적에 비로소 글(문학)이 될 만하다고 봅니다.


ㅍㄹㄴ


김밥을 말자 / 품은 게 많아서 따뜻한 김밥을 말자 // 마르고 여린 김이라도 / 밤하늘처럼 넓고 깊은 품으로 / 계란 걔랑 우엉 부엉 단무지 무지무지 깨소금 깨작깨작 / 어묵을 오물오물 밥알 봐봐 / 안을 만큼 안아 / 데굴데굴 구르자 // 달팽이 집처럼 돌돌 말자 (김밥을 말자/28쪽)


가끔 한숨이 나올 때가 있어 / 마음의 공기가 다 빠져나올 때가 있어 // 그럴 때는 잊지 말고 / 풍선을 불자 // 아픈 병아리 한숨은 노랑 풍선 / 수학 시험 한숨은 빨강 풍선 / 그 아이 불 때마다 나는 한숨은 분홍 풍선 /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한숨은 파랑 풍선 / 시든 꽃을 든 아이 한숨은 초록 풍선 (한숨 기억/54쪽)


사람한테는 작은 콩 소리가 / 파리한테는 온몸이다 // 파리는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 온몸으로 부딪쳤다 (푸른 고어럼/62쪽)


+


《토마토 기준》(김준현, 문학동네, 2022)


톡, 셔틀콕을 톡

→ 톡, 깃공을 톡

→ 톡, 깃털공을 톡

12쪽


더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누군가를 향해

→ 더 밑칸에서 기다리는 누구한테

→ 더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한테

23쪽


세상의 절반은 어둠에 담갔다 꺼내는

→ 온누리 한켠은 어둠에 담가서 꺼내는

→ 온누리 한쪽은 어둠에 담가서 꺼내는

48쪽


인공호흡을 하듯이 후― 후― 불어 넣자

→ 숨을 후 후 불어넣자

→ 후 후 불어넣자

→ 숨살림을 후 후 하자

54쪽


개구리를 노리는 중이야

→ 개구리를 노려

56쪽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 저켠에서 날아오는 제 모습에

62쪽


하나씩 들고 다녔음 좋겠다

→ 하나씩 들고 다니길 빈다

→ 하나씩 들고 다니길 바라

78쪽


너를 위해 동시 한 편 써 줄게

→ 너한테 노래 하나 쓸게

→ 너한테 노래 한 자락 쓸게

9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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