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똥누기

 


  작은아이가 이틀에 걸쳐 한 차례씩 오줌그릇에 똥을 눈다. 스스로 바지를 벗고 오줌그릇에 척 앉더니 응응 힘을 주고는 똥을 눈다. 다 컸구나. 이제 스스로 똥누기를 할 수 있구나. 그런데 아침에는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었으나, 저녁에는 그냥 선 채로 바지에 똥을 눈다. 하기는, 똥을 오롯이 가리자면 조금 더 있어야겠지? 며칠에 한 차례쯤은 스스로 똥누기를 해 보렴. 네 아랫배 살살 아프다 싶으면 스스로 바지 벗고 오줌그릇에 앉아 똥을 누어 보렴. 4346.3.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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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꿰기

 


  여섯 살 큰아이는 혼자서 신발을 꿴다. 세 살 작은아이는 혼자서 신발을 꿰지 못한다. 여섯 살 큰아이는 더러 작은아이 신발을 꿰어 주곤 한다. 세 살 작은아이는 뒷꿈치 없는 끌신은 혼자서 꿸 수 있다. 큰아이는 혼자서 신발을 꿰려고 무던히 애쓴 끝에 퍽 이른 나이부터 혼자서 신발을 꿴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곁에서 혼자 용쓰며 신발을 꿰는 데에도 가만히 지켜보거나 구경하면서 스스로 신발을 꿸 생각을 아직 못한다. 작은아이는 언제쯤 제 손을 놀려 제 신을 마음껏 꿸 날을 맞이할까. 4346.3.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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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가 듣기 좋은 소리는 아이들도 듣기 좋습니다. 아이들이 듣기 좋은 소리는 나도 듣기 좋습니다. 내가 듣고 싶은 소리는 아이들도 들으며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듣고 싶은 소리는 나도 들으며 좋아할 만합니다.


  사랑을 담아 부르는 소리는 따스합니다. 꿈을 담아 부르는 노랫소리는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를 담아 읊는 싯말 한 대목 두 대목은 달콤합니다. 여섯 살 아이가 한글과 숫자를 익히려고 놀이 삼아 ㄱㄴㄷ을 읽습니다. 123을 읽습니다. 곁에서 세 살 아이가 누나 목소리를 흉내냅니다. 혀가 짧은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혀가 짧은 소리를 저희 나름대로 굴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풀잎을 건드립니다.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흐릅니다. 바람이 불며 햇살내음 퍼뜨리고, 꽃내음 흩뿌립니다. 봄날 피어나는 크고작은 꽃이 바람결 따라 나긋나긋 춤을 춥니다. 일찌감치 깨어난 봄나비 한 마리 밭자락을 맴돕니다.


  온누리 밝힐 수 있는 소리에는 사랑이 감돕니다. 온누리 감쌀 수 있는 소리에는 꿈이 서립니다. 즐겁게 웃는 소리로 지구별에 사랑을 부릅니다. 반갑게 노래하는 소리로 숲에 푸른 싹 틔웁니다. 4346.2.2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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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자

 


  얘들아, 밥 다 되었다. 밥 먹자. 맛나게 먹고, 즐겁게 뛰어놀자. 기쁘게 먹고, 신나게 뒹굴자. 바람이 따스하게 분다. 햇살이 곱게 드리운다. 밥 한 숟갈로 내 몸을 살찌우고, 국 한 숟갈로 내 마음을 다스리자. 씩씩하게 먹고, 튼튼하게 자라자. 도란도란 먹으며, 사랑스레 웃자.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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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잡고 구경

 


  지게차 있는 이웃 불러 뒷밭 쓰레기를 파내고 뽕나무를 세우며 흙을 갈아엎는다. 이동안 아이들이 아버지 곁에 서서 구경한다. 더 가까이 오고 싶으나, 오지 말라 하니, 살짝 떨어진 자리에서 구경한다. 큰아이가 작은아이 손을 잡는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손을 잡는다. 서로가 서로를 기대고, 서로가 서로를 돌본다. 어버이 하는 일이란 아이들 늘 함께 따라다니며 어울릴 만해야 한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어른들 일이라면, 아이들이 배우거나 받아들이거나 즐길 만하지 못하리라 느낀다. 아이들한테도 즐겁고 반가우면서, 어른들 누구나 즐겁고 반갑게 빛낼 일을 할 때에, 보금자리가 살아나고 살림이 알차면서 사랑이 솟아나리라 느낀다. 4346.2.2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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