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쓰고 스스로 읽다
스스로 먹기에 살아간다. 남이 먹어 준다면 나는 못 산다. 스스로 자기에 살아간다. 남이 내 잠을 자 줄 수 없다. 스스로 바람을 마시기에 살아간다. 네가 내 숨을 마셔 준들 나는 살 수 없다. 글은 늘 스스로 쓴다. 네가 내 글을 써 줄 수 없다. 잘난 글이든 못난 글이든 내가 스스로 쓴다. 글은 언제나 스스로 읽는다. 내가 네 글을 읽어 줄 수 없다. 네가 네 글을 읽고, 내가 내 글을 읽는다. 네가 네 사랑으로 스며들 책을 네 손으로 골라서 네 눈으로 읽고서 네 머리로 헤아려서 네 마음에 씨앗으로 네 힘으로 심는다. 나는 내 사랑으로 깃들 책을 내 손으로 가려서 내 눈으로 읽고서 내 머리로 돌아보고는 내 마음에 씨앗으로 내 기운을 들여 심는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우지 말자.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그리자. 어떻게 써야 잘 쓰는가를 배우지 말자. 어떤 삶을 지으면서 어떤 사랑을 이루고픈가를 그리자.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배우지 말자. 어떤 하루를 노래하면서 어떤 꿈으로 걸어갈 적에 즐거운가를 그리자. 2018.3.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