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글



  문단 성추행이나 문단 성폭력을 으레 ‘남성 → 여성’으로 바라보지만, ‘남성 → 남성’ 성추행이나 성폭력도 꽤 많다. 다만 그들 남성 권력 문인한테서 생채기를 받은 사람 가운데 이를 털어놓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남성’이라는 까닭으로 밤새 붙들려 술시중을 든 젊은 사내는 얼마나 많은가? ‘같은 남성’이라면서 그들 남성 권력 문인이 “너는 남자이니까 너한테는 뽀뽀하고 주물러도 되지?” 하면서 낄낄낄 추근거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는 이런 치들이 끔찍하게 보기 싫어서 남성 문인이 모인 술자리에는 가까이하지 않으려 했다. 이는 어린이문학판도 똑같다. 어린이문학판에서조차 권력자리에 있는 남성 작가나 평론가는 젊은 여성뿐 아니라 젊은 남성한테도 추근질을 하고, ‘젊은 여성한테 뽀뽀질이나 주물럭질을 못하면’ 젊은 남성한테 마구잡이로 해대기 일쑤였다. 이러면 술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옆에서 까르르 웃는데, 정작 이런 짓을 겪어야 하는 젊은 남성은 아뭇소리를 못하면서 죽을맛이다. 그나저나 아직 어디에서도 못 본 글이 있으니, ‘남성 권력 문인이나 문인단체’에서 고개 숙여서 뉘우친다고 밝히는 글이나 말이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글로 먹고사는 이들은 왜 아뭇소리를 안 하는가? 그네들 사전에는 “잘못했습니다”나 “뉘우칩니다”라는 낱말이 없는가? 우리 사전에는 어떤 낱말이 있는가? 2018.2.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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