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운 인생 수업 모두가 친구 22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지음,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 임은숙 옮김 / 고래이야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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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89


이웃한테서 배운 ‘고맙습니다’라는 말
―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이사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임은숙 옮김
 고래이야기, 2012.6.10.


아빠는 내게 꾹 참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주셨어요. (2쪽)
엄마는 기다리는 게 늘 좋은 건 아니라고 얘기해 주셨죠. (3쪽)


  삶을 섣불리 둘로 가를 수 없습니다만, 때때로 두 가지로 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해야 좋거나 저렇게 해야 나쁘다고 가를 수 없다고 느껴요. 그러나 이렇게 할 적에는 이렇기에 좋거나 배울 만하고, 저렇게 할 적에는 저렇기에 재미있거나 새롭구나 싶습니다. 눈길에 넘어진대서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요. 눈길에 넘어지기에 더 살피며 걸어야겠네 배우기도 하고, 눈길에 넘어져 보며 새삼스레 눈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별을 보고 싶으나 구름이 짙게 낀 날이 있어요. 이런 날에는 별을 못 보지만 밤에 짙게 낀 구름을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구름 짙은 밤은 이러한 빛이나 느낌이라고 배워요. 가게를 찾아갔는데 마침 문을 닫았으면 헛걸음을 한 셈이지만, 다른 가게를 찾는다든지, 다른 가게도 못 찾으면 골목마실 다닌 셈 치곤 합니다.


옆집 아주머니한테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웠어요. (6쪽)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을 수 있다는 걸 알았지요. (7쪽)


  그림책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고래이야기, 2012)는 아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를 넌지시 들려줍니다. 아버지는 아이하고 낚시를 하면서 ‘기다림’을 알려줍니다. 어머니는 아이하고 능금을 따면서 ‘제때(제철)’ 따서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때에는 기다려야지요. 어느 때에는 바로 움직여야 하고요. 어느 때에는 기다리면서 즐겁고, 어느 때에는 바로바로 하면서 즐거워요.

  언제나 똑같을 수 없고, 언제나 똑같을 수 없기에 배울 만하며, 언제나 똑같지 않기에 새롭게 반가이 맞아들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모는 내가 언제나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다는 걸 가르쳐 주셨어요. (16쪽)
하지만 버스 기사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게 있다면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단다, 얘야.” (17쪽)


  그림책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에서 느끼거나 배우는 이야기가 있고, 집이나 마을에서 느끼거나 배우는 이야기가 있다고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이야기하거나 알려줍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움직이거나 맞이합니다. 아이로서는 이때에 했듯이 저때에도 그렇게 해 보는데, 같은 몸짓이어도 자리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웃을 마주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한겨울에 여름꽃을 바랄 수 없어요. 스스로 바라는 길을 말 안 하면서 남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 없어요. 봄 다음에 여름 아닌 겨울이 오기를 바랄 수 없는 노릇일 테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나는 안 하겠어요!’ 하고 다부지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날마다 새롭게 배웁니다. 어머니한테서 배우고 아버지한테서 배우며 자랍니다. 두 어버이한테서 다른 눈길을 느끼면서 배웁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어른으로서 알거나 얻은 대로’를 때때로 내려놓고서 ‘아이한테서 배우는’ 몸짓이 되어 날마다 새로울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배우고, 어버이는 아이한테서 배운다고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고 보살피는 몫을 맡는데, 아이도 곧잘 어버이를 가르치면서 돌보는 살림을 꾸릴 수 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 말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배운 거예요. (25쪽)


  밥상맡에서 서로 “고맙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밥상맡에 앉아서 한 그릇을 받을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어버이로서는 밥상을 차려서 한 그릇을 나눌 수 있으니 고맙습니다. 먹을 수 있어 고맙고, 먹어 주어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으니 고마우며, 맛있게 받아들이니 고마워요.

  삶이란, 말이란, 사랑이란, 하루란, 늘 서로서로 고마움이 오가거나 흐르면서 즐겁다고 느낍니다. 한쪽에서 베풀기만 하는 고마움이 아닌, 함께 고마우면서 같이 나누는 고마움이지 싶습니다. 글이나 책도 이와 같지 싶어요. 읽는이로서는 아름다운 글이나 책을 읽을 수 있어 고맙고, 지은이로서는 글이나 책 하나를 아름다이 읽어 주어 고마워요. 2018.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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