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서 글쓰기



  물어보지 않은 채 넘겨짚지 말자. 다만 넘겨짚어 보고 싶을 수 있겠지. 그때에는 우리가 넘겨짚은 대목이 맞는가를 꼭 묻자. 먼저 물어보지 못했어도 나중에 꼭 물어서 우리가 제대로 모르는 대목을 제대로 알도록 추스르자. 그리고 안다 싶어도 더 헤아리고서 말하자. 겉으로 알거나 몇 가지를 안다고 할 적에 얼마나 잘 아는 셈일까. 나뭇잎을 보았기에 나무를 안다고 할 만할까. 나무꽃이나 나무줄기를 보았기에 나무를 안다고 할 만할까. 나무뿌리나 나무열매를 보았기에 나무를 안다고 할 만할까. 우리가 아는 대목이란 언제나 한 줌이기 마련이다. 한 줌 앎조각으로 섣불리 말할 적에 우리 스스로 얼마나 가난하며 허술하고 보잘것없는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다. 우리는 참말로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늘 새로 기쁘게 배우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다. 2018.1.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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