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치고 그냥 가는 운전수



  오늘 낮 읍내 우체국에 작은아이를 이끌고 다녀오는 길입니다. 자동차는 시골에도 많아 큰길이든 골목길이든 한쪽에 줄줄이 서기 일쑤입니다. 찬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 날씨인데, 문득 골목길에서 자동차 한 대가 꽤 빠르게 쌩 지나가려 합니다. 찬바람이 쌩 불기에 작은아이를 가슴으로 안으며 걷는데, 이 자동차는 제 가방을 툭 칩니다. 이러고서 그냥 지나가려 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어 뒤돌아보는데 자동차에서 아무도 안 내립니다. 제 가방을 자동차가 친 소리가 꽤 컸으나 내릴 생각을 안 합니다. 이러면서 깜빡이만 켭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짓입니다. 쳤으면 내려야지요. 추우니 창문조차 안 열고 깜빡이를 켜며 ‘미안하다’는 뜻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찬바람이 부는 날씨이니 아이가 안 추울 만한 곳으로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이르러서야 제가 생각을 잘못했다고 깨닫습니다. 아이하고 함께 있는 자리였으니 아이가 배울 수 있도록, 그 자동차에 탄 운전수를 내리도록 해서 잘잘못을 제대로 가려서 뉘우치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깨닫습니다. 아이한테는 말로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자동차가 좁은 골목에서 빨리 지나가려 했지?” “응.” “좁은 골목에서 찬바람까지 부는 이런 날에는 자동차가 기다려 주어야 해. 너는 자동차를 좋아하니까 운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아두면 좋겠어.” “응.” “그리고 자동차가 사람을 쳤으면 반드시 바로 자동차에서 내려야 해. 자동차에 치인 사람이 다쳤든 안 다쳤든 꼭 내려서 살펴야 해.” “응.” 2017.12.8.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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