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6.
이웃님한테 책을 부치려고, 또 읍내에서 ‘게살’을 알아보려고 군내버스를 탄다. 담양에 계신 이웃님이 책을 새로 두 권 사신다고 해서 부치기로 한다. 담양이라는 시골에는 책방이 없지만 누리책방에서 책을 사실 수 있을 텐데, 굳이 나한테서 사신다. 이렇게 나한테서 사면 나는 지은이로서 책에 이름하고 말을 적어 드릴 수 있다. 굳이 지은이한테서 책을 사시는 뜻이라면 글씨를 얻는 기쁨 때문일 테지. 품을 들여서 읍내로 다녀오며 책을 부치지만 이런 일은 즐겁다. 작은아이가 ‘게맛살’을 좋아하기에, 맛을 내는 살점이 아닌 참말 게살을 먹이자는 뜻으로 큰게 값을 알아본다. 1㎏에 48000원이라 한다. 이 값이 싼지 비싼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내가 어릴 적에 인천에서는, 1980년대를 돌아본다면, 그때에는 꽃게 아닌 참게를 아주머니들이 여느 골목에서까지 함지박에 담아서 팔곤 했다. 게잡이를 많이 하는 바닷마을에 살던 이들도 게를 매우 쉽고 흔하게 먹으며 자랐겠지. 이런 일을 떠올리면 1㎏에 48000원, 큰게 한 마리에 12∼13만 원을 한다는 값은 제법 셀 수 있다. 오늘은 큰게 한 마리를 장만하지 못하고 값만 알아보았다. 우체국을 들르고, 아이가 배고프다 하여 순대랑 김밥이랑 떡볶이를 먹는다. 아이는 짜장면집, 김밥집, 빵집, 밥집, 햄버거집 가운데 김밥집을 골랐다. 읍내로 나오는 길에는 군내버스를 타며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를 읽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때하고 안 맞아 택시를 기다리면서 더 읽는다. 이 책을 쓴 분은 중국에서 학자라 한다. 학자가 아니고서는 ‘농민공(도시 노동자로 일하는 농민)’ 이야기를 쓸 수 없을는지 모른다. 오랫동안 현장조사를 했다고 하는데, 현장조사를 넘어서, ‘시골에서 흙지기로 지내는 살림을 누리면서 도시에서 공장 일꾼으로 보내는 삶’을 몸으로 겪어 본다면, 어쩌면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엮은 논문인 이 책으로 밝히지 못하는 숱한 이야기를 담을 만하리라 생각한다. 학문은 학자로서 취재원하고 알맞게 떨어져야 한다고들 하는데, 몸으로 생생하게 농민공 삶을 지내 본다면, 학문이 어떤 길을 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담을 적에 참말로 이 땅에 땀방울로 스며들 만한가를 새롭게 볼 수 있겠지.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