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10.28.


하룻밤 바깥일을 보고 와서 온몸이 찌뿌둥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다녀왔다고 할 테지만, 시골에서는 이웃 면으로 일을 다녀와도 참으로 멀다. 하룻밤 바깥일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밥을 먹는데 어쩐지 나는 ‘남이 해 주는 밥’은 손이 안 간다뿐 맛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손이 가더라도 내 밥은 늘 스스로 지어서 먹을 적에 가장 홀가분하면서 맛있다고 느낀다. 더욱이 우리 집에서는 누런쌀로만 밥을 먹는데, 바깥에서는 거의 모든 곳에서 흰쌀로만 밥을 주니, 흰쌀밥을 먹을 적에 속이 더부룩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생각을 고쳐야겠지. 집에서만 살지 않고 때로는 바깥마실을 다닐 테고, 반가운 이웃님이 계신 다른 고장을 다니다 보면 바깥밥을 먹을 텐데, 모든 밥을 기쁨하고 고마움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거듭나야지. 그나저나 바깥일을 마치고 집에 왔으나 밥이 없으니 라면을 끓인다. 라면을 끓여서 먹는 동안 만화책 《고양이 노트》 첫째 권을 읽는다. 겉그림을 보면 새끼 고양이가 연필을 깎는 모습이 나온다. 무척 남다르며 재미있으리라 여기면서도 첫째 권만 장만했다. 첫째 권을 다 읽고서 다음 권도 장만할는지 생각하기로 한다. 그런데 몇 쪽 읽을 무렵 ‘뒤엣권까지 몽땅 장만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아름답구나. 졸립고 고단한 몸으로 라면을 먹으며 만화책을 읽다가 몇 차례나 눈물바람이 된다. 끝까지 다 읽고, 라면 한 그릇 다 비운 뒤, 밀린 설거지를 말끔히 끝내고 이부자리에 벌렁 드러눕는다. 아, 꿈을 꾸자.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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