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10.6.
언제나처럼 밥을 지어 차린다. 두 아이는 이틀째 골골거리느라 밥을 거의 안 먹는다. 어제 큰아이가 누운 자리에서 “아버지, 몸이 아프면 배가 안 고파?” 하고 묻더라. “예전에 아버지가 무릎 크게 다친 적 생각나니?” “응.” “그때 아버지는 이레 넘게 밥은커녕 물도 못 마셨어.” “그래, 생각나.” “몸에서 어디 아픈 데가 있으면 우리 몸에서는 배고픔을 생각하지 않고서, 아픈 데를 씻어서 새롭게 튼튼하게 거듭나게 하려고 힘을 다해. 그래서 아플 적에는 배고프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렇구나.” 어제는 죽도 안 먹던 아이들이지만, 오늘은 둘 다 한 그릇씩 비운다. 어제 마침 마시멜로를 세 자루 장만해 놓았는데, 작은아이가 “아버지 마시멜로 구워 줄까?” 하면서 싱글벙글 굽는다. 배는 안 고파도 마시멜로를 구워서 먹는 맛은 좋은가 보네. 작은아이가 두 번, 큰아이가 한 번 구워 준 마시멜로를 먹고서 그림책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를 펼친다. 이 그림책을 빚은 분은 바바라 매클린톡 님. 이분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바로 보여주어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고 여기지만 번역 말씨를 먼저 가다듬어 놓으려 한다. 서른 쪽이 안 되는 그림책이지만 예순 군데 즈음 번역 말씨를 고쳐 놓는다. 그나저나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는 그린이 어릴 적 이야기라고 하는데, 무척 짠하면서 아름답다. 좋은 어버이에 멋진 이웃을 사귀면서 그림길을 걸어오셨구나. 그림순이 큰아이는 이튿날 이 그림책을 즐겁게 읽고서 새롭게 그림놀이를 하겠지. 부디 새 아침에는 말끔히 튼튼한 몸으로 일어나렴.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