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31.


엊저녁에 두 아이한테 잠자리에서 이튿날에 할 일을 이야기했다. 큰아이한테는 “벼리야, 한동안 빵 반죽을 안 하더라? 그렇게 안 하다 보면 잊고 말아. 아침에는 반죽을 해서 빵을 구워 보자.” 하고 얘기한다. 작은아이한테는 “보라야, 이제 이튿날에는 무화과를 잔뜩 딸 수 있어. 아버지가 날마다 살피는데, 이제 우리 무화과잼을 졸일 날이 되었어. 보라는 아침에 아버지하고 무화과를 따자.” 하고 얘기한다.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던가? 아니다. 밤말은 참말 아이들 마음에 쏙쏙 스며들었나 보다. 새로운 아침이 되니 큰아이는 반죽을 해서 부풀려 놓느라 부산하고, 작은아이는 무화과를 따자며 조른다. 사다리를 받쳐서 따기도 하고, 나무를 타거나 울타리를 밟고 올라서서 따기도 한다. 큰 냄비 가득 무화과를 땄다. 무화과를 따며 흐르는 하얀 물이 살갗이 닿으면 쓰라리면서 간지럽다. 아이들은 자꾸 손을 씻는다며 오락가락한다. 바야흐로 다 따서 손질까지 끝낸 뒤 냄비에 불을 넣는다. 설탕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냥 졸이는데, 네 시간쯤 졸이는데도 단맛이 깊게 안 난다. 첫물 무화과인 탓일까. 그래도 삼삼하면서 단맛이 퍽 좋다. 무화과를 졸이는 동안 마루에 누워서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두 사람이 두 가지 다른 자리에서 두 가지 이야기를 아이한테 들려준다. 아이는 두 사람이 두 가지 다른 자리에서 두 가지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면서 새롭게 배운다. 이리하여 아이가 모두한테 하는 말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아, 얼마나 사랑스러운 말이요 이야기인가. 얼마나 멋스러우며 아름다운 그림책인가. 두 아이는 저마다 다른 몸짓과 숨결로 어버이를 늘 가르쳐 준다. 참으로 고맙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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