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 천 원



  아침에 길을 나서면서 짐을 살뜰히 챙긴다고 하다가 한 가지를 빠뜨린 줄 읍내 버스역에서 깨닫습니다.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아침 아홉 시 삼십 분입니다. 아홉 시 십이 분에 이처럼 깨닫고는 편의점에 가서 도시락을 하나 장만하면서 생각합니다. 어떡해야 하나,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려고 저장막대에 밑글 파일을 잔뜩 담았는데, 저장막대를 셈틀에 꽂아 놓고 안 챙겼어요. 더욱이 오늘 시외버스에서 새로운 사전 원고를 놓고 글손질을 마저 해서 낮에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한글파일을 넘기려 했는데, 이 한글파일도 저장막대에 있습니다. 이러다가 문득 한 가지가 떠올라요. 다른 글이야 어쩔 수 없어도, 새 사전 원고 한글파일은 오늘 새벽까지 손질하다가 미처 못 끝낸 채 먼저 누리편지로 ㅈ출판사 편집장님한테 보냈습니다. 읍내 문방구에 들러 만 원짜리 저장막대를 장만합니다. 읍내 피시방에 들어가서 얼른 셈틀을 켜서 보낸편지함에서 한글파일을 내려받습니다. 버스역으로 돌아오니 아홉 시 이십팔 분. 적어도 시외버스에서 원고 손질은 할 수 있네 싶어 숨을 돌립니다. 2017.7.2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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