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5.8.


읍내마실을 한다. 인천 큰아버지 집에 나무토막을 부친다. 어제 켠 유칼립투스나무 몇 토막을 봉투에 담는다. 이 나무토막이 고운 내음을 나누어 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읍내에 나간 김에 곁님에서 먹을거리를 장만해 보려는데 마침 월요일이라 문을 닫은 가게가 많다. 분식집 한 곳을 찾아서 순대하고 김밥하고 튀김을 장만해 본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끌르고 씻고 치우고 하는 사이에 두 아이는 순대를 빼놓고 거의 다 먹는다. 너희들 말이야, 아버지 몫은 한 점도 안 남기네. 허허. 버스로 오가는 길에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를 읽는다. 거의 미국을 둘러싼 ‘생태를 무너뜨리며 먹을거리를 마구 빼앗는 사회 얼거리’를 다룬다. 이 책은 미국을 둘러싼 ‘가난한 나라’에서 ‘더 가난한 나라’를 울궈먹듯이 부리면서 수많은 사람이 노예로 뒹굴어야 하는 삶을 보여준다. 가만히 살피면 미국만 이와 같지 않다. 한국도 매한가지이다. 얼마 앞서 ‘태국 노예 고기잡이’ 이야기가 크게 나오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소금밭 노예가 버젓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시골마다 이주노동자가 거의 노예처럼 일을 한다. 한국에서도 수십만에 이르는, 어쩌면 백만이 넘을 수 있는 이주노동자가 낮은 일삯에다가 모진 일터를 견디면서 ‘한국사람을 먹여살린’다. 생태나 환경이나 자연을 돌보자는 말까지 내세우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 삶하고 살림을 찬찬히 돌아보아야지 싶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잘 뽑을 노릇이면서, 우리가 오늘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무엇을 먹거나 입는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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