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매미 생태 도감 한국 생물 목록 22
김선주.송재형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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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15



매미는 4월에도 11월에도 노래합니다

― 한국 매미 생태 도감

 김선주·송재형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7.2.6. 15000원



  김선주·송재형 두 분이 엮은 《한국 매미 도감》(자연과생태,2017)을 읽기 앞서까지 한 가지가 궁금했어요. 이른봄이나 늦가을에도 틀림없이 매미 울음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알기로는 매미가 이른봄이나 늦가을에 ‘안 울 텐데’ 싶었어요.


  《한국 매미 도감》을 읽으니 머리말에서 매미는 한여름에만 울지 않는다고 똑똑히 밝혀 줍니다. 매미마다 갈래가 다르기에 4월에도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 11월에도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매미가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른 봄이나 늦가을에도 매미가 나타나 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한여름인 6∼8월에 여러 종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니 그럴 만도 합니다. 4월 하순에는 세모배매미가 모습을 내밉니다. 보름쯤 더 지나 5월 중순이 되면 이제는 풀매미가 나타납니다 … 8월 하순부터는 가을을 주 무대로 살아가는 늦털매미가 나타나 11월 초순까지도 울어댑니다. (4쪽)



  김선주·송재형 두 분은 매미가 좋아서 퍽 오랫동안 매미를 살피면서 온 나라를 누빈다고 합니다. 아직 살피지 못한 매미를 살피러 길을 나서고, 매미마다 이 나라 어느 곳에서 깨어나 힘차게 노래하는가를 알아보고 싶어서 길을 떠난다고 해요.


  《한국 매미 도감》은 두 분이 오랫동안 골골샅샅 누비면서 만난 매미를 사진하고 글로 살뜰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나라 온갖 매미를 두 분 땀방울로 엮은 책만 펼쳐도 환하게 만날 수 있어요.


  땅에서 나와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나무줄기를 붙잡고 허물을 벗으며 천천히 새 몸이 나오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허물을 벗은 나무가 천천히 몸을 말리면서 날개가 돋는 모습을 만날 수 있지요. 날개를 말끔히 말린 매미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느긋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매미아과는 날개돋이에 2시간 이상이 걸리고 몸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수 시간이 걸리는 반면, 좀매미아과는 그 절반인 1시간 정도면 날개돋이가 완료되고 몸도 빠르게 말라서 그 장소를 신속하게 벗어난다. (15쪽)


(참깽깽매미는) 다른 매미에 비해 행동이 민첩하지 못해서 천적인 새의 공격에 취약한 편이다. 물까치, 곤줄박이, 박새 등에게 포식당하는 장면을 흔히 보았으며, 수풀이 우거진 낮은 곳에서 우는 개체를 보면 새에게 공격을 당해서 날개나 다리를 잃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37쪽)



  나비는 허물을 벗으면서 날개를 말려요. 매미도 날개를 말린대요. 그러고 보면, 나비나 매미는 옛 몸을 녹여서 새 몸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엉금엉금 기던 몸을 송두리째 녹여서 새 몸이 되는 동안 흠뻑 젖거든요. 마치 옛 몸을 몽땅 녹여서 아주 새로운 몸으로 거듭난다고 할까요.


  우리는 나비나 매미를 바라보면서 ‘날개돋이’라는 말을 써요. 날개 없이 땅바닥을 기던 몸에 날개가 돋아서 하늘을 날기에 ‘날개돋이’라 해요. 이런 나비나 매미를 지켜보면서 ‘거듭난다’고도 할 만하겠지요. “거듭 태어나는” 몸이니까요. 꽤 오랫동안 땅바닥을 기거나 잠자거나 풀잎을 타던 몸으로 한 번 태어났다가, 하늘을 날면서 맛난 물(나뭇물이나 꿀물)을 먹는 몸으로 새롭게 한 번 태어나요.



(애매니는) 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로 온 개체를 쉽게 볼 수 있으며, 불빛으로 인해 낮으로 착각하고  우는 것도 자주 보인다. 우리나라 매미 중에서 가장 현란하게 울며, 새소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듣기 좋다. (88쪽)


세모배매미의 실체를 확인학기 위해 수 년간 강원 평창 대화면 일대를 탐사한 결과, 많은 개체숙가 서식하는 곳을 발견했다. 산중턱, 해발고도 500m 부근에 키 큰 나무로 둘러싸이고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풀이 무성한 양지바른 무덤가로, 풀매미와 서식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이 무덤가 주변의 키 큰 나무에서 우는 것을 확인했다. (94쪽)



  오늘날 우리는 열두 가지에 이르는 한국 매미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열두 가지라고 하는데 백 해나 이백 해 앞서는 몇 가지 매미가 있었는지 알기 어려워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용히 사라진 매미가 있을 만해요. 매미를 아끼는 학자나 매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 매미를 낱낱이 헤아리기 앞서 자취를 감춘 매미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나마 열두 가지 매미도 앞으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잘 모릅니다. 한국은 아직 온 나라가 수많은 개발과 공사로 끙끙 앓거든요. 이만큼 발돋움했어도 개발이나 공사가 끊이지 않아요. 자동차가 이토록 많고, 공장이나 발전소가 이다지도 많은데 또 뭔가를 자꾸 지으려고 숲을 허물고 마을을 밀어요. 깨끗하며 아름다운 전기를 얻도록 하는 길보다 숲과 마을을 밀어내거나 망가뜨리는 커다란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사업만 자꾸 불거져요. 고속도로도 더 늘어날 낌새이고 고속철도도 자꾸 늘어나기만 하지요.



저희에게는 큰 즐거움을 준 매미가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매미가 우는 이유, 매미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매미와 사람 간 유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5쪽)



  매미가 사라지는 곳에서 사람은 얼마나 아름답거나 즐겁게 살 만할까 모르겠습니다. 매미가 우렁차게 노래하는 곳일 때에 사람도 아름답거나 즐겁게 어우러지는 마을살림을 이룰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매미가 넉넉하게 살기에 사람도 넉넉하게 살 수 있지 싶어요. 온갖 매미가 저마다 기쁘게 날개돋이를 하면서 노래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 이러한 곳에서 우리도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기쁜 삶을 지을 만하리라 봅니다.


  《한국 매미 도감》에 나오는 이쁘고 멋진 매미를 이 도감에서만 구경하지 않고,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반가이 맞이할 수 있기를 빌어요. 애벌레일 적에 땅속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땅밖으로 나와서 나무줄기를 타고 오를 적에는 씩씩하게 노래하는 매미를 고이 마주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7.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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