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내보내기 (도서관학교 일기 2016.10.1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낮에 도서관학교에 가니 큰아이가 문득 외칩니다. “사마귀 들어왔네! 아버지 사마귀도 손으로 잡아서 내보낼 수 있어?” 속으로 생각합니다. ‘얘야, 아버지를 시키지 말고 네가 스스로 해 보면 돼.’ 그나저나 창문을 모두 닫았는데 사마귀는 어느 틈으로 들어왔을까 아리송합니다. 마침 풀사마귀는 골판종이에 앉았으니 굳이 손으로 안 잡아도 됩니다. 큰아이한테 보여줍니다. “자 보렴, 얘가 여기 있으니 이 종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자, 나가렴’ 하고 말하면 돼.” 큰아이는 골판종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풀사마귀는 좀처럼 종이에서 안 떨어지려 합니다. 입김을 후후 부니 그제서야 종이에서 떨어집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엊그제 내 가방에 흙사마귀 한 마리가 알을 낳더니, 이 풀사마귀는 우리 도서관학교 안쪽 어딘가에 알을 낳으려고?


  사진책하고 그림책을 놓은 교실 천장에 등불을 붙입니다. 사다리를 받치고 드라이버 하나로 구멍을 내어 붙입니다. 단추를 딸깍 눌러 불이 켜지니, 작은아이가 외칩니다. “아버지 불 들어와! 우리 이제 밤에도 도서관에 와서 그림책 볼 수 있겠네? 이따 밤에 와서 그림책 보자!” 속으로 생각합니다. ‘얘야, 밤에는 고이 잠들어 꿈을 꾸어야지.’


  전등을 한 군데에 단 뒤에 낫을 쥐고 건물 앞쪽으로 갑니다. 며칠 앞서 한 번 풀베기를 한 자리로 갑니다. 건물 앞쪽에 거님길을 내어 큰나무까지 이을 생각입니다. 처음에는 까마득해 보였으나 날마다 두 시간씩 풀베기를 하니 차츰 일이 수월합니다. 오늘도 모레도 글피도 조금씩 풀을 베며 길을 내면 어느새 이 자리도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 마당이 되리라 봅니다.


  한창 풀을 베는데 운동장 너머 교문 있는 자리에 웬 짐차가 와서 시멘트 쓰레기를 붓습니다. 뭔 짓이래? 낫을 던지고 달려가서 짐차를 세웁니다. “왜 저기에 시멘트를 부어요?” “상수도 공사하는 사람인데요, 마을 이장님이 폐교에다 부으라고 하셔서요.” “마을 이장님이 말했대서, 여기 학교에다 부어도 되나요? 여기를 교육청한테 빌려서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빌려서 쓰는 사람들한테 말하고서 해야지요.” 공사업자는 마을길 시멘트를 걷어낸 뒤 곧장 큰 짐차에 이 시멘트 쓰레기를 실어서 버려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번거롭다며 함부로 아무 데나 쌓아두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시멘트 쓰레기를 학교 운동장 한쪽에 부으면 그 땅은 시멘트 쓰레기 때문에 오랫동안 못 쓰게 되는 줄 생각조차 안 하는 셈입니다.


  풀을 마저 벱니다. 전등을 둘 더 붙입니다. 붙일 전등이 모자랍니다. 전구도 모자라고요. 요새는 ‘레일전등’이 있다고 하니 그걸 장만해 볼까 생각합니다. 교실 천장에 전등이 없는 자리를 어림하니 레일전등을 스물네 개 붙여야지 싶습니다. 레일전등 스물넷이면 전구는 아흔둘. 꽤 목돈이 들어갈 일입니다.


  저녁 여덟 시에 온식구가 도서관학교에 다시 나옵니다. 해 떨어졌으니 빨리 가서 불을 켜고 놀고 싶다는 작은아이가 앞장섭니다. 문을 열려는데 작은아이가 외칩니다. “어, 여기 사마귀가 또 알을 낳았네!” 서너 시간 사이에 새로 사마귀알이 유리문 귀퉁이에 생겼습니다. 도서관학교에 불을 밝히니 아이들이 아주 신납니다. 이제는 너희들 잠자리에 들기 앞서도 다녀야겠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