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책읽기



  엊저녁에도 아침에도 여러모로 집 안팎을 치우고 건사하느라 바쁘다. 묵은 빨래를 잔뜩 쌓아서 하다가 오늘 다 못하겠구나 싶어 몇 벌은 다음으로 미룬다. 오늘은 오늘만큼 살림을 가꾸자고 여기면서 일손을 잡는데, 내가 그동안 살림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고 해서 ‘나를 안 사랑하는 짓’은 이제 그치자고 다짐한다. 왜냐하면 어제 못한 일은 어제 못한 일이고, 그제 못한 일은 그제 못한 일이다. 지난해나 그러께에 못한 일은 그야말로 지난해나 그러께에 못한 일이니, 지난해나 그러께에 내가 뭘 못했다고 해서 나를 자꾸 나무라거나 꾸짖지 말자는 생각이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해서 오늘부터 차근차근 하고, 오늘 새롭게 한 가지를 한 뒤에, 이튿날에 또 새롭게 두 가지를 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책상맡에 다짐말을 적어서 놓는다. 늘 이 다짐말을 되읽는다. “나를 사랑하라. 생각을 지어라. 꿈을 노래하라.” 책을 읽을 적에도 나를 사랑하면서 읽고, 빨래를 할 적에도 나를 사랑하면서 주무르고, 밭일을 할 적에도 나를 사랑하면서 호미를 쥐고, 아이들하고 놀 적에도 나를 사랑하면서 웃고, 나들이를 다닐 적에도 나를 사랑하면서 걷고, 언제 어디에서나 나를 즐거이 사랑하자고 다짐한다. 2016.3.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